코로나19에 체면 구긴 선진국들... 공공의료 정책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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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체면 구긴 선진국들... 공공의료 정책을 묻다
  • 취재기자 손다은
  • 승인 2020.05.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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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러시아 등 사망자 수만 명...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공공의료정책과 실행의 중요성 실감... K(한국)방역 모델 각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펜데믹(전 세계 대유행)으로 확산하면서 선진국들의 수모가 이어지고 있다. 5월 초 기준, 코로나19 발생 현황을 보면, 1위 미국을 제외한 2위부터 8위까지는 모두 유럽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진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 공공의료정책의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초기 주요 확산이 이루어졌던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잠잠해진 반면, 유럽과 미국은 코로나 19의 거센 후폭풍에 휘말려 있다.

2019년 12월 30일 ~ 2020년 5월 5일까지 보고된 전 세계 COVID-19 에피데믹(감염병 확산) 그래프(출처: WHO Situation Report 5.5).
2019년 12월 30일 ~ 2020년 5월 5일까지 보고된 전 세계 COVID-19 에피데믹(감염병 확산) 그래프(출처: WHO Situation Report 5.5).

미국은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다.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17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146만 5066명, 사망자 수는 8만 8675명이다. 이를 두고 코로나 19로 인해 미국의 치부가 드러났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미국에서 보험에 가입돼있지 않은 사람이 코로나 치료를 받으려면 얼마가 들까? 최근 미국 CNBC 방송에서는 미국 의료보험 미가입자가 코로나 치료를 받으면 병원비가 4만 2500달러(약 5200만 원)에서 최대 7만 5000달러(약 9000만 원)까지 청구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제도에 가입돼 있지만, 미국은 국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보편적인 공공의료정책이 없다. 노인 의료 보험이나 국민 의료 보조ㆍ소아 의료 보험은 제공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국민은 민간 보험에 가입해야 치료비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는 미국 공공의료정책의 허점을 고스란이 드러냈다. 미국은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서비스 ‘메디케이드’를 운영 중이지만 보험에 가입할 여유가 없는 미국 국민은 개인적으로 의료비를 내야 한다.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서 보험료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국민은 코로나 19의 감염 증상이 나타나도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미국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고용 문제도 심각하다. 미국의 고용제도는 채용이 쉽지만 반대로 해고도 쉽다. 지난달 23일 뉴욕타임스는 최근 5주간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640만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로 인한 실업자 수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기업은 직원에게 민간의료보험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실업자 수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보험의 혜택을 잃게 된 사람이 늘어났다. 지난달 19일 미국의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고용주 중심의 민간의료보험제도의 잔혹성이 드러나고 있다”며 “수천만 명의 미국인이 코로나19의 대 유행으로 인해 일자리와 수입, 건강보험을 잃었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 중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영국이다. 7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영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3만 76명으로 유럽 국가 중 확진자 수 대비 사망률이 가장 높은 15%를 기록했다.

다른 유럽 국가보다 영국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영국의 늦은 초기 대응을 꼽았다. 영국 정부는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도 않았고 휴교령과 외출금지령도 없었다. 영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것은 지난달 30일로 이는 코로나19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 : 존슨 영국 총리 트위터 캡처).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 : 존슨 영국 총리 트위터 캡처).

또 다른 이유는 영국 정부의 안일한 태도다. 영국의 존슨 총리는 “우리는 NHS(National Health Service)와 같은 훌륭한 국민보건서비스가 있고 기가 막힌 검사 시설도 있다”며 코로나19의 전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존슨 총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은 영국이 자국 우월주의 또는 자만에 빠져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렇다면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 NHS는 믿을만한가? 이 보건의료제도는 정부가 세금을 통해 관리하는 의료서비스로 대부분의 치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영국은 NHS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의료인력 수급 현황이 좋지 않으며 병상이 부족해 치료 대기 기간도 늘고 있다. 이는 현재 영국의 NHS 시스템으로는 코로나19와 같은 펜데믹 현상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뜻한다.

NHS는 정부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곳에 소속된 의사는 준공무원 신분이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인센티브가 약하고 게다가 우수한 인력은 수시로 빠져나간다. 영국 의료협회(British Medical Association)는 "과중한 국민연금 세율로 인해 진료를 계속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에 조기 은퇴를 하거나 진료 시간을 줄이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러시아 프랑스 등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의 피해도 결코 만만치않다. 12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러시아의 확진자 수는 23만 2243명, 이탈리아 22만 1266명, 프랑스 14만 227명으로 세 나라 모두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 10위 안에 들었다.

코로나19 펜데믹 현상은 각국의 의료복지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여러 선진국이 코로나19로 난항을 겪는 반면, 한국은 코로나19에 대한 발빠른 대처로 전 세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선별 진료소에 방문해 검사를 받을 수 있고, 검사 결과도 문자로 간편하게 알려준다. 진료 비용 또한 비교적 저렴해 부담 없이 검사받을 수 있다.

대학생 이재연(22, 부산시 북구) 씨는 “발열 증상이 있어 가까운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코로나에 감염됐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검사받은 다음 날 문자로 결과를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검사 비용도 3만 2000원 정도로 저렴해서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우리도 선진국 문턱을 경험 중이다. 이전까지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BTS, 비영어권에서는 최초로 오스카 최고작품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을 제작한 봉준호 감독 등 한국인의 우수성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 질서를 우리가 이끌어간다는 생각으로 미래를 개척한다면, 코로나는 위기가 아닌 또 다른 기회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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