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중간고사’, 답안 공유에 대리시험 등 공정성 논란...과제물 폭탄보다 낫다는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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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중간고사’, 답안 공유에 대리시험 등 공정성 논란...과제물 폭탄보다 낫다는 반론도
  • 취재기자 조봉선
  • 승인 2020.05.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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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대다수 대학들, 재택수업 연장 및 교수 재량에 따른 온라인 중간고사 실시
학생들, “많은 과제보다 온라인 시험이 나아” vs “공정한 성적 나오기 불가” 반응 엇갈려
부정행위 방지 위한 조건 제시에도 불구, 반대파 학생들의 반응은 여전히 좋지 못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부분의 대학들이 온라인 개강을 연장한 가운데, 이로 인해 온라인으로 중간고사를 치러야 하는 대학생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온라인 재택수업 기간을 1학기 전체로 확대했다. 부산대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4월 25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온라인 재택수업 운영 기간을 2020학년도 1학기 전체로 연장했음을 공지했다. 공지 내용에 따르면, 온라인 재택수업은 동영상과 실시간 화상강의 등의 원격 수업 운영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과제물 활용 수업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만일 코로나 상황이 호전돼 온라인 수업을 일찍 종료하게 될 경우에는 1주일 전에 미리 공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간고사 실시 여부에 대해서는 담당 교수의 결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실시될 것이며, 실시하게 될 경우에는 대면 실시를 절대적으로 금지한다고 했다.

경성대학교도 1학기 강의를 전면 비대면·온라인 수업(화상강의)으로 확정지었다. 경성대는 학사게시판을 통해 1학기 강의는 전체 비대면·온라인 수업(화상강의) 진행을 원칙으로 하고, 반드시 대면 수업이 필요한 실험·실습·실기 교과목의 경우, 감염 예방 및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엄격히 준수한다는 조건으로 각 단과대학장 승인 절차를 거쳐 제한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중간고사와 관련해서는 교수 재량에 따라 실시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실시할 경우 비대면을 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대다수의 대학들이 온라인 재택수업을 연장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중간고사 실시 여부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 온라인 시험은 학교 홈페이지나 메일을 통해 문제를 주면 정해진 시간 내에 답을 작성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1시간 안에 제출해야 하는 객관식이나 단답형부터 당일 24시까지 제출해야 하는 서술형까지 그 유형도 매우 다양하다. 온라인 중간고사 실시 여부는 대체로 교수 재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과제로 대체하거나 기말고사의 성적 비중을 높여 중간고사를 실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개 많은 교수들이 온라인으로 중간고사를 치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웹캠을 통한 교수의 감독 아래 대학생이 오픈북 형식의 온라인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봉선).
웹캠을 통한 교수의 감독 아래 대학생이 오픈북 형식의 온라인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조봉선).

온라인 중간고사와 관련해 대학생들의 여론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고 있다. 경성대학교에 재학 중인 임아연(22, 경북 포항시) 씨는 온라인 중간고사 실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임 씨는 온라인 시험을 치렀지만, 시험에 대한 걱정보다는 온라인으로라도 중간고사를 실시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온라인 중간고사를 실시함으로써 기말고사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임 씨는 “온라인 중간고사를 실시하지 않으면 기말고사의 성적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고, 그만큼 공부해야 할 분량도 늘어나게 된다”며 “결국 손해를 보는 건 우리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또 임 씨는 “성적 비중이 높아진 기말고사를 망치게 되면 한 학기 성적을 통째로 망치는 꼴이 된다”며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중간고사를 실시하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훨씬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성대 학생 김해영(23, 부산시 사상구) 씨도 온라인 중간고사 실시에 찬성하고 있다. 김 씨가 온라인 중간고사를 찬성하는 데에는 중간고사를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과도한 과제 탓이 크다. 김 씨는 현재 수강하고 있는 과목들 가운데 일부 과목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과제로 대체된 탓에 요즘 과제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중간고사 대체 과제 때문에 요즘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과제만 하고 있다”며 “한 과제를 끝내면 또 다른 과제를 해야 하니 마치 과제 개미지옥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차라리 온라인 중간고사를 봤다면 지금처럼 고생하고 있진 않았을 것”이라며 “과제 더미에 쌓여서 며칠간 잠도 못 자고 고생하는 것보다는 한 번에 치고 끝나는 온라인 중간고사를 보는 것이 훨씬 낫다”고 밝혔다.

반면, 부산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모(22, 경남 창원시) 씨는 온라인 중간고사 실시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박 씨가 온라인 중간고사를 반대하는 이유는 일부 이기적인 대학생들의 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시험에서도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온라인 시험은 이보다 훨씬 더 많지 않겠냐는 게 박 씨의 주장이다. 박 씨는 “일부 대학교 게시판에서 대리시험을 봐주겠다거나 함께 시험 문제를 풀자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이는 온라인 시험이 교수가 직접 지켜보지 않아 적발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생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 박 씨는 “시험을 보는 입장에서 온라인 중간고사 부정행위와 관련한 기사들을 볼 때마다 허무해지는 기분이 들면서 공부할 의욕이 사라지기도 한다”며 “이럴 바에는 그냥 온라인 중간고사를 안 보는 것이 학생들이나 교수들에게도 더 나을 것 같다”고 전했다.

동아대학교 학생 김모(23, 부산시 사상구) 씨도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온라인 중간고사 실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 씨는 온라인에서 시험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부정행위를 하기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게 되면 부정행위를 해도 교수가 알아차릴 방법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부정행위를 할 수 있다”며 “이는 정정당당하게 공부를 한 학생들이 손해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공정한 성적 평가를 위해서라면 온라인 시험이 아니라 차라리 과제로 대체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중간고사를 실시하지 않는 대학생들은 과다한 중간고사 대체 과제와 기말고사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온라인 중간고사를 실시하지 않는 대학생들은 과다한 중간고사 대체 과제와 기말고사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학생들이 걱정하는 온라인 중간고사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각 대학에서는 웹캠을 통한 시험 감독, 전자기기 사용을 제외한 오픈북 형식의 시험 방식, 짧은 시험시간 등과 같은 다양한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임아연 씨는 이러한 조건들이 온라인 중간고사 부정행위 방지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임 씨는 그 중에서도 오픈북 시험과 짧은 시간제한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전했다. 임 씨는 “오픈북 시험을 보게 되면 모든 학생들은 참고할 수 있는 각종 자료들을 미리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굳이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고, 시간제한을 두면 아무리 부정행위를 하려고 해도 얼른 답을 쓰고 제출하기에 바빠 부정행위를 시도할 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아대 학생 김 씨의 생각은 달랐다. 김 씨는 시험에 조건을 건다고 해도 부정행위를 저지를 사람은 어떻게든 부정행위를 저지른다고 이야기했다. 김 씨는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웹캠을 켜놓고 시험을 진행하는 방법이 많이 언급되고 있던데, 이는 다수의 교수나 조교들이 학생들을 나눠 전담 마크해 감시하지 않는 이상 부정행위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씨는 “설사 감시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학생이 웹캠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에 컨닝 페이퍼를 붙여놓거나 책상 아래에 핸드폰을 둬 답을 다른 학생들과 공유해버리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창원대학교 학생 안모(22, 경남 창원시) 씨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안 씨는 웹캠을 통한 감시뿐만 아니라 오픈북 시험, 짧은 시간제한 등의 조건들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밝혔다. 안 씨는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려는 이유는 상위권의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가 대부분”이라며 “그만큼 좋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이들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묘하게 부정행위를 저지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씨는 “오프라인 시험에서도 다양한 부정행위 방법들이 많았듯이 이들은 어떤 조건을 붙여놔도 들키지 않고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낼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온라인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잡아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중간고사를 치른 대학생들의 후기는 다양하다. 부산의 한 대학교 학생 황모(22, 경남 거제시) 씨는 온라인 중간고사를 치르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교수의 과한 참견이 오히려 시험을 응시하는데 방해가 됐다는 것이었다. 황 씨는 “웹캠을 켜놓고 시험을 보는 상황에서 교수님은 학생들이 답안 작성 외에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거나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바로 이름을 부르면서 뭐하는 거냐고 말을 거셨다”며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소한 것에도 지적을 하시니 시험 문제를 푸는데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 대학생 이모(22, 부산시 사하구) 씨는 온라인 중간고사로 인해 피로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교수가 제시한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시험을 응시하기 전부터 지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캠도 켜고, 오디오도 켜고, 교수님이 만족하실 때까지 캠 각도도 일일이 다 맞추고 하다 보니 거의 30분가량이 지나가 있었다”며 “제대로 된 시험을 쳐보기도 전에 진이 다 빠져버려서 막상 시험을 볼 때는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정말 정신없이 풀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우려하던 부정행위는 결국 발생하고 말았다. 지난 14일, 부산지역 한 대학교 ‘에브리타임’에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교수님의 메일 확인을 부탁한다는 내용과 함께 카카오톡 채팅 캡처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사진 속에는 “원래 오픈북은 아니었다”, “교수님이 캠을 꺼도 된다고 했다”, “살짝 본 듯”이라는 대화 내용이 나타나 있었는데, 게시글 작성자는 댓글을 통해 오픈북 시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톡방의 학생들이 캠을 끈 채 오픈북으로 시험을 응시했으며, 이를 자랑하듯 단톡방에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글을 접한 학생들의 반응은 분노로 가득했다. 이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정혜진(22, 부산시 사상구) 씨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부정행위를 한 것도 모자라 이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녔다 하니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며 “부정행위를 한 학생들을 꼭 찾아내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학년 손모(21, 경남 거제시) 씨는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제재들을 둬도 부정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했던 그간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허무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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