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캐릭터인형 공동구매, 새 팬덤 문화로 각광
상태바
아이돌 캐릭터인형 공동구매, 새 팬덤 문화로 각광
  • 취재기자 김민정
  • 승인 2016.04.18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팬 스스로 도안·샘플 만들고 트위터에서 구매자 모집해 제작·배송까지

최근 아이돌 가수들의 팬 사이에서 유행하는 문화가 생겼다. 바로 인형문화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얼굴을 본 뜬 캐릭터 도안으로 인형을 만들어 소장하는 것.

개별 인형을 따로 만드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 대부분 팬끼리 ‘공구’(공동구매) 방식을 통해 자신들만의 인형을 만들어 나눠 갖는다. 이런 인형 공구는 대부분 트위터에서 이루어진다. 인형 공동구매를 총관리를 하는 총대와 인형 도안을 그리는 도안러가 이를 대행한다. 도안러가 그린 인형 도안을 트위터에서 선보여 구입 의사를 확인해 제작할 인형의 개수를 파악한다. 적정 수량이 차면 인형 공구 모집을 시작하는 방식.

샘플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특전을 걸고 선 입금을 받기도 하는데, 특전이란 인형의 옷이나 소품을 일반 입금한 사람보다 더 주는 것을 말한다. 선 입금 과정이 끝나면, 인형의 샘플이 나온다. 최대 3차까지 샘플을 수정해 도안이 확정되면 인형 생산에 들어간다.

▲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 슈가를 본 떠 만든 인형(사진: 취재기자 김민정)

인형 구매 희망자 모집부터 배송까지 총 4~6개월이 걸리는데, 샘플이 도안과 닮지 않을 때는 수정을 계속 해야 하므로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 대학생 양채희(23, 서울시 마포구) 씨는 “샘플이 나오는 날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샘플이 잘 나오면 그대로 제작에 들어가면 되지만 잘 나오지 않으면 2차, 3차 샘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인형을 받는 시간이 늦춰져 속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안과 샘플이 너무 다르게 나와 공동구매가 취소된 적도 있다.

최종적으로 샘플이 완성되면 중국 공장에 의뢰해 대량생산을 한 후 다시 한국으로 들여와 배송이 시작된다. 배송받았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인형 포장을 개봉하기 전, 혹시 모를 불량과 누락을 대비해 동영상 촬영을 해둬야 한다. 불량제품을 배송받았더라도, 이를 입증할 영상이 없다면 교환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이세영(18, 서울시 영등포구) 양은 “학교에 있을 때 인형이 집에 도착했는데, 엄마가 동영상을 찍지 않고 개봉해버려 불량제품을 배송 받았는데도 교환 받을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아이돌 인형 구매가 성행하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연예인들을 재치있게 캐릭터화한 인형을 소지함으로써 아이돌들과의 친밀감을 높이려는 것. 제작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성품과는 다른 독자적인 특성을 가진 인형을 팬그룹들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것도 또 다른 매력 요인이다. 요즘 유행하는 '키덜트 문화'의 청소년 판인 셈이다. 인형 문화는 아이돌 뿐만 아니라 배우, 만화 캐릭터까지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 인형 문화에도 부작용은 있다. 특히 인기가 많은 인형은 웃돈이 붙어 비싸게 재거래되기도 한다. 아이돌 엑소 인형 중 멤버 카이를 본 따 만든 ‘곰인이’라는 인형은 최대 15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또한 공동구매를 하는데도 기대만큼 단가가 인하되지 않아 불만을 사는 경우도 있다. 제작 의뢰를 받은 중국 인형 제작업체들이 무단으로 도안을 도용해 짝퉁을 만들어 파는 것도 또다른 골칫거리. 하지만 인형 제작 업체들은 공동구매에 따른 제작이 채산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한 인형제작업체 관계자는 “동일한 모델의 인형을 5,000~1만 개 정도를 만들어야 이윤이 생기는데, 팬들이 직접 도안과 샘플을 만드는 아이돌 인형은 그만큼 수량이 차지 않기 때문에 별로 남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