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상이 낳은 ‘배민 불매 운동’과 ‘공공 배달 앱’ 등장... 소비자들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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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인상이 낳은 ‘배민 불매 운동’과 ‘공공 배달 앱’ 등장... 소비자들 반응은?
  • 취재기자 조봉선
  • 승인 2020.04.30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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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 ‘오픈서비스’ 도입이 불러온 ‘배민 불매 운동’... 앱 삭제 인증글 쏟아져
불매 운동에도 찬반 의견 갈려... 돈 많이 벌기 위한 꼼수 vs 다른 업체보다 수수료 낮아
군산시에서 최초로 개발한 ‘배달의 명수’ 앱 인기...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수수료 부과 체계 변경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높은 비용 부담을 안긴 국내 배달 앱 업체 1위 ‘배달의 민족’이 결국 새 요금제를 철회하고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건 이후, 배달 앱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배달의 민족 이용을 중단하고 공공 배달 앱을 이용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은 수수료 부과 체계를 기존의 정액제 광고 상품인 ‘울트라콜’에서 정률제 방식의 ‘오픈서비스’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오픈서비스란 배달의 민족을 통해 발생하는 주문 건마다 5.8%의 수수료를 부담하는 상품으로, 기존에 광고 1건 당 월 8만 8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던 울트라콜과 비교해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요금 개편이다.

기존에 사용되던 울트라콜의 경우, 자금력 있는 가게들이 해당 상품을 여러 개 구매해 리스트 상단에 광고를 독점하는 이른바 ‘깃발꽂기’로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배달의 민족은 울트라콜을 3개만 노출하게 하고, 거리 순으로 가게를 랜덤 노출하는 오픈서비스 체계 도입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달의 민족은 “오픈서비스 도입을 계기로 기존 월정액 광고인 울트라콜 중심의 요금 체계에서 자금력 있는 점주들이 광고를 독점한다는 논란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아울러 새 요금 체계에서는 고객이 자신과 가까운 가게나 재주문을 많이 하는 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어 고객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배달의 민족은 오픈서비스의 수수료가 국내외 배달 앱 업계의 통상 수수료보다 낮다는 점도 강조했다. 본래 배달의 민족은 울트라콜 상단에 3개의 가게를 노출시킬 수 있는 ‘오픈리스트’에 6.8%의 수수료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배달의 민족은 오픈서비스 도입을 통해 이보다 1%p 낮춘 5.8%의 수수료를 적용하면서 업계 통상 수수료율인 13.1%보다 낮은 수준이 됐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실행에 앞서 실시한 자체 시뮬레이션에서 입점 업주의 52.8%가 광고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 매출 3억 원 이하인 영세업주의 약 58%가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의 민족은 “새 과금 체계에서 더 많은 가게가 더 적은 부담으로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리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4월 1일, 배달의 민족은 수수료 부과 체계를 ‘울트라콜’에서 ‘오픈서비스’로 변경했다(사진: Google Play).
4월 1일, 배달의 민족은 수수료 부과 체계를 ‘울트라콜’에서 ‘오픈서비스’로 변경했다(사진: Google Play).

그러나 이들의 예상과 달리 오픈서비스는 큰 반대에 부딪혔다. 배달의 민족에 등록된 업주들과 소상공인연합회가 오픈서비스에 대해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의 논평에 따르면, 정률제는 금액에 제한이 있는 정액제보다 매출액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배달의 민족이 주장한 만큼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원래 월 매출 1000만 원인 업소가 울트라콜을 3~4건 사용하면 한 달에 26~30만 원을 내면 됐지만, 오픈서비스를 시행하게 되면 58만 원을 내야 한다”며 “그만큼 소상공인의 순이익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바뀐 수수료 정책으로 기존보다 적은 수수료를 내는 경우는 월 매출 155만 원 이하의 점포”라며 “이는 일 매출 5만 원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사실상 엄청난 폭의 수수료 인상을 감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 인상을 비판했다. 이 지사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배달의 민족 수수료 논란에 관해 언급했다. 이 지사는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힘 좀 가졌다고 힘없는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며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 되겠는가?”라며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로 불평등과 격차를 키우면 결국 시장경제 생태계가 망가지고 그 업체도 결국 손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기득권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다수 약자를 보호해서 실질적으로 공정한 경쟁 질서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라며 “독과점 배달 앱의 횡포를 억제하고 합리적 경쟁체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다”고 전했다.

이재명 경남도지사가 4월 4일에 페이스북에 게재한 배달의 민족 비판 글이다(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월 4일에 페이스북에 게재한 배달의 민족 비판 글이다(사진: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논란이 지속되자, 우아한 형제들은 6일 수수료 체계 변경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우아한 형제들의 김범준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 체계를 도입한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 체계를 도입했으나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진 상황 변화를 두루 살피지 못했다”며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일수록 주문이 늘고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개편 효과에만 주목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분들의 입장을 세심히 배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김범준 대표는 오픈서비스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보완할 방법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새 요금제 도입 후 5일간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보면,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주님과 줄어드는 업주님의 비율의 거의 같게 나타나고 있다”며 “데이터가 축적되면 향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인상에 대한 비난들이 계속되자 결국 우아한 형제 측은 공식 사과문과 함께 오픈서비스 전면 백지화를 발표했다. 지난 10일,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외식업주님들의 고충을 세심히 배려하지 못하고 새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많은 분들께 혼란과 부담을 끼쳐드렸다”며 “4월 1일 도입한 오픈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앞으로 주요 정책의 변화는 입점 업주님들과 상시적으로 소통하여 결정할 것”이라며 “업주님들과 소통 기구인 협의체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배달의 민족을 사용하는 대신 전화주문을 하자는 움직임, 즉 ‘배달의 민족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맘 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서는 “배달의 민족을 삭제했다”는 인증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 앱을 다운로드하는 플레이스토어나 앱 스토어에서도 배달의 민족 수수료 개편을 비난하며 앱을 삭제한다는 사용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앱 스토어에 등록된 배달의 민족의 평가 및 리뷰들이다. 수수료 논란 이후 리뷰에는 배달의 민족을 비난하는 댓글들로 가득하다(사진: 앱 스토어 캡처).
앱 스토어에 등록된 배달의 민족의 평가 및 리뷰들이다. 수수료 논란 이후 리뷰에는 배달의 민족을 비난하는 댓글들로 가득하다(사진: 앱 스토어 캡처).

배달의 민족 불매 운동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 대학생 조혜림(23, 부산시 강서구) 씨는 배달의 민족 불매 운동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평소 조 씨는 모든 식당가들이 정리가 돼 있고, 먹고 싶은 음식을 간단하게 주문할 수 있어 배달의 민족을 자주 이용해왔다. 그러나 조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를 인상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어이가 없었다. 조 씨는 “뉴스를 보고 배달의 민족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자신들의 이득만을 취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며 “소비자로서 앱을 사용하기보다는 전화주문을 해 소상공인들에게 수수료가 들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어 배민 불매 운동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영호(26, 경남 창원시) 씨도 배달의 민족 불매 운동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박 씨 또한 평소 배달의 민족에 대해 가장 편리하고 좋은 배달 앱이라고 생각하며 여태까지 꾸준히 잘 사용해왔다. 그러나 배달의 민족 수수료 논란 이후, 박 씨는 분노하며 곧바로 배달의 민족을 탈퇴하고 앱을 삭제했다. 박 씨는 “이번 배달의 민족의 만행은 그저 이 시국에 어떻게든 자기네들 돈 많이 벌려고 하는 꼼수처럼 느껴져 배신감이 들었다”며 “배민 불매 운동은 배달의 민족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다른 배달 앱 회사들의 꼼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운동”이라고 전했다.

반면, 대학생 김해영(23, 부산시 사상구) 씨는 배달의 민족 불매 운동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애초에 배달의 민족 수수료 논란을 언론에서 심각한 문제로 다루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 김 씨의 생각이다. 김 씨는 “기존의 8만 8000원 수수료에 비해 매출의 5.8%를 내는 것만 본다면 논란이 될 만하다”며 “하지만 다른 업체들의 수수료와 비교해서 배달의 민족이 굉장히 저렴한 편인 걸 알면 이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불매 운동을 하는 건 개인의 자유니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하더라도 배달의 민족 수수료 논란이 무엇인지 정확하고 자세히 알고 난 뒤에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박소현(22, 경남 창원시) 씨도 배달의 민족 불매 운동에 반대하고 있다. 박 씨는 이번 수수료 인상이 배달의 민족에서 반성해야 할 부분임은 맞지만, 현재 기업 측에서 원상 복귀한 상황이기 때문에 불매 운동을 더 이상 강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불매 운동이란 것은 결국 소비자의 의견을 해당 업체에 알리는 방법”이라며 “우리는 이미 수수료 인상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배달의 민족에 전달했고, 그로 인해 수수료 인상을 다시 취소하는 결과를 얻어냈으니 지금은 불매 운동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달의 민족 불매 운동이 시작되고, 소비자들과 소상공인들은 배달의 민족을 대체할 수 있는 공공 배달 앱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앱이 하나 있는데, 이는 바로 군산시의 공공 배달 앱인 ‘배달의 명수’다. 배달의 명수는 지난달 13일 전북 군산시가 전국 최초로 자체 개발한 공공 배달 앱으로, ‘역전의 명수’로 불렸던 야구 명문 군산상고 야구부의 애칭에서 이름을 따왔다. 배달의 명수는 민간 배달 앱과는 달리 이용 수수료와 광고료를 한 푼도 낼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이며, 군산시는 배달의 명수를 통해 업소 당 월평균 25만 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군산시에 따르면, 배달의 명수는 지난달 13일부터 8일까지, 총 9000여 건의 주문을 처리했으며, 5만 2000여 명의 시민이 가입했다고 한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9일 군산시와 배달의 명수 기술 자문 및 상표 무단 사용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른 지역 자치단체들도 군산시를 벤치마킹해 공공 배달 앱 개발에 힘쓰고 있다. 현재 경남 진주시는 가칭 ‘배달의 진주’라는 진주형 공공 배달 앱 도입을 추진 중이며, 충북 제천시도 올해 안에 제천형 공공 배달 앱을 개발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그 외에 경남 창원시와 거제시, 부산 남구 등도 공공 배달 앱 개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지역 상권을 살리는데 공공 배달 앱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도입을 원하는 자치단체에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산시는 3월 13일 ‘배달의 명수’를 출시했다. 현재 배달의 명수는 배달의 민족을 대체할 수 있는 배달 앱으로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사진: 군산시).
군산시는 3월 13일 ‘배달의 명수’를 출시했다. 현재 배달의 명수는 배달의 민족을 대체할 수 있는 배달 앱으로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사진: 군산시 홈페이지 캡처).

현재 공공 배달 앱 사용에 대해 많은 소비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정주부 차정미(49, 부산시 사하구) 씨는 “공공 배달 앱은 수수료와 광고료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와 소상공인들이 서로 윈윈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며 “우리 지역에도 공공 배달 앱이 얼른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수연(22, 경남 창원시) 씨도 “기존에 쓰던 배달 앱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며 “창원에도 공공 배달 앱이 개발되면 바로 사용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은 공공 배달 앱 사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학생 김현수(22, 경남 창원시) 씨는 공공 배달 앱이 급부상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좋은 일이지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김 씨는 “소비자와 점주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앱이라면 물론 좋지만, 군산의 성공 사례를 들어 너도나도 공공 배달 앱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고 밝혔다. 또 김 씨는 “앱을 개발했다고 해도 초반 운영에 대한 문제나 이후 이용자의 확대로 인한 인프라 확장, 그리고 이를 유지하는 데 있어 예산은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며 “배달 앱 시장에서 세금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공공 배달 앱이 무턱대고 마구 들어오게 되면 관리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돼 걱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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