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들로 북적이는 카페... 사회적 거리두기는 딴 세상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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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공족’들로 북적이는 카페... 사회적 거리두기는 딴 세상 얘기?
  • 취재기자 이동근
  • 승인 2020.04.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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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공족들, 공공도서관 대학도서관 휴관에 “공부할 곳 마땅치 않아”
“다중이용시설 폐쇄하자” vs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공부가 중요”

#27일 오후 부산광역시 사상구의 A 카페, 40여 개 테이블이 책과 노트북을 펴놓고 공부하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 친구들과 대화하는 사람들로 인해 북적인다. 이 카페 점장 배윤미(48, 부산시 남구) 씨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며 “완전 엔젤도서관”이라고 말했다.

#부산광역시 사상구의 또 다른 T 카페, 매장이 손님들로 완전히 가득 차 있다. 카페 직원들은 밀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바쁘게 움직인다. 손님들은 테이블마다 다닥다닥 붙어있다.

27일 오후 부산 사상구의 한 카페, 공부하는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동근).
27일 오후 부산 사상구의 한 카페, 공부하는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동근).

카공족이 늘어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지역의 공공도서관 휴관이 장기화되고, 대학교 시설 사용도 힘들어지면서 편안히 공부할 장소가 카페밖에 없어서다. 일주일에 한 번 카페를 찾는 카공족 김명환(24, 경남 김해시) 씨는 “집에만 있으면 갑갑하고, 집중이 안 돼 카페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카페에 있는 손님 중 대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커피를 마시거나, 친구들과 대화하거나, 책과 노트북을 펴놓고 공부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잠시 주춤해졌다고 하지만 대규모 집단감염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와 코로나19의 대비책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카페 점장 배모 씨는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갈 때는 마스크를 꼭 쓴다”며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는 다중이용시설을 폐쇄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주부 권세경(53, 경남 김해시) 씨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죽어가고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카페에 가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카페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는 폐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카페, 식당, 영화관 등 다중시설을 폐쇄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진 것보다 자가 격리를 무시하는 사람이 더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취준생 장호건(24, 경남 김해시) 씨는 “자가 격리 조치가 내려진 서울의 20대 강남 거주 여성이 카페를 수차례 방문했다는 뉴스를 봤다”며 “자가 격리를 무시하는 사람은 커피 마실 자유도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자가 격리 조치를 무시한 해당 여성을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여성이 코로나19 확진자와 항공기 내에서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자가 격리 통보를 받았음에도 스타벅스 강남대로 신사점을 수차례 방문한 사실이 동선으로 확인되고 있다(사진: 서초구청 홈페이지 캡처).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여성이 코로나19 확진자와 항공기 내에서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자가 격리 통보를 받았음에도 스타벅스 강남대로 신사점을 수차례 방문한 사실이 동선으로 확인되고 있다(사진: 서초구청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공부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김명환(24, 경남 김해시) 씨는 “카페에 손 세정제와 소독 스프레이가 비치돼있고, 테이블과 출입문 손잡이 등을 직원이 수시로 소독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 내 학점을 누가 챙겨주느냐”고 반문했다. 대학생 양세빈(23, 경남 김해시)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계속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취업 준비생들은 정부가 공공 도서관 등을 문을 닫아 걸어 학생들이 공부할 장소를 원천 봉쇄해놓고는 카페와 커피숍 등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만 강조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민간과 개인에게 떠 넘기는 무책임한 행위라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정부가 공공 도서관에 체온기와 세정제 등을 구비하고 철저한 방역을 실시한 뒤 학생들에게 개방했으면 좋겠다”면서 “도서관 안에서도 방역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학생은 퇴실시키는 등 관리를 강화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오는 5월 5일 종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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