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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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 취재기자 정수아
  • 승인 2020.04.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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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인류의 문제...‘세계 공공재’로 인식, 공동 개발해야”
세계 각국 사활 걸고 개발 중...국내에선 내년 중 나올 전망

“앞으로의 인류의 위협은 미사일이 아니라 미생물일 것이다.”

지난 2015년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강연에서 빌 게이츠가 한 말이 전 세계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지난 12일 세계 주요국 언론사에 실은 특별 기고문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개발에 각국이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 게이츠는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를 백신 가격으로 보고, 코로나19가 인류의 문제인 만큼 ‘세계적인 공공재’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는 “선진국이 백신 개발에 힘써서 의료 환경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는 TED에서 ‘다음에 전염성이 출현하면? 우리는 준비되지 않았습니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사진: TED 공식유튜브 영상 캡처).
빌 게이츠는 TED에서 ‘다음에 전염성이 출현하면? 우리는 준비되지 않았습니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사진: TED 공식유튜브 영상 캡처).

빌 게이츠는 2017년에 자신이 운영하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웰컴트러스트 재단, 여러 나라와 협력해 감염병혁신연합(CEPI)을 출범시켰다. CEPI는 백신 테스트 절차를 가속화하고 새로운 면역 생성법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기구로, 최소 여덟 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백신이 언제쯤 상용화될지 아직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CEPI의 연구자들은 “18개월 안에 최소한 하나의 백신이 준비될 것”이라며 “이렇게 된다면 인류 역사상 병원체를 발견하고 백신을 개발하기까지 최단 기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백신 공급을 이 일정에 맞추려면 투자 기금이 최소 20억 달러가 필요하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대웅그룹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연구에 협력하고 있다(사진: 각사 제공).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대웅그룹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연구에 협력하고 있다(사진: 각사 제공).

한국 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잡기 위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메르스에 효능을 보인 아연 금속 기반 백신 시스템을 코로나19에도 적용하기 위해 동물실험이 민간 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대웅제약은 구충제 성분의 약물 ‘니클로사마이드’를 치료제로 활용하기로 했다. 니클로사마이드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약물 재창출 결과 코로나19에 가장 효능이 높다고 판단한 약물이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실험용 쥐를 활용한 실험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웅제약 측엔 임상실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내년쯤 가야 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최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 백신 공급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 정책, 제도적으로 집중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한시라도 빠른 치료제 개발을 위해 약물 재창출 임상시험을 신속하게 지원하며 확진자의 혈액을 활용한 항체의약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한편, 영국은 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이르면 9월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길버트 교수가 이끄는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개발하는 백신의 이름은 ‘ChAdOx1’다. 길버트 교수는 “무해한 코로나바이러스 DNA를 체내에 투입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하는 면역 반응을 얻게 할 계획”이라며 “우리가 매주 확보하는 데이터를 살펴보면 백신 성공 확률은 80% 정도”라고 말했다. ‘더 타임스’는 백신 효과와 안전하다는 사실만 입증되면, 곧바로 대중이 백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도 국가자원을 총동원해 백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중국은 1000여 명의 과학자를 투입해 9종의 백신을 만들고 있다. 지난 14일엔 두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 비활성화 백신이 중국 첫 임상시험을 허가받아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받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모든 나라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많은 전문 인력을 투입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신속성이 곧 국가의 경제력, 사회적 위상과 큰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배신 개발 산·학·연·병 합동 회의’에서 “우리가 방역에 있어서 모범 국가가 되었듯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있어서도 앞서가는 나라가 돼 국민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고 위축된 우리 경제에도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 19에 대처하려면 백신 개발만이 능사일까? 스웨덴은 집단면역을 키워 코로나19에 맞선다는 독특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스웨덴의 집단면역이란 어느 집단에서 일정 비율 이상 면역력을 갖게 되면, 그 집단 전체가 질병에 대해 저항성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나라의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정반대의 조치이다. 감염에 의해 집단면역력이 생겨야 하는 스웨덴의 코로나 대처 방식은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한다면 감염이 되레 확산될 우려도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스웨덴의 코로나19 감염률과 사망률 수치는 안정되고 있는 분위기다.

코로나19의 백신 개발이 현재로선 매우 중요한 과제지만, 백신 개발만이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는 열쇠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모두에게 생산과 소비, 자본 위주의 생활방식을 되돌아보게 했다.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징조로 봐서, 앞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사한 역병이 빈발할 것이다. 역병이 창궐할 때마다 백신과 치료제를 찾느라고 허둥댈 것인가”라며 “당장은 기술적 해법을 찾아야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정신적·육체적 면역력을 증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조방안 모색을 위한 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조방안 모색을 위한 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사진: 청와대 제공).

지난 3월 26일 G20 특별화상정상회의에서 주요 20개국 정상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공동의 위협’으로 정의했고 연합해서 대응하자고 결의했다. G20 정상들은 공동성명문에서 “전례 없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상호 연계성과 취약성을 강력히 상기시킨다. 바이러스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며 “이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연대의 정신에 입각해 투명하고 강건하며 조정된 대규모의, 그리고 과학에 기반한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지역의 젊은층에서도 코로나 백신 개발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다. 부산 센텀여고 재학생 정수진(18,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코로나 때문에 방학에는 집에만 있다가 개학까지 연기돼 많은 공부나 여가에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빨리 백신이 개발돼서 하루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대 대학원생 권영우(29,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 많은 유의미한 생각을 가지게 한 것 같다. 국경선을 넘어 우리 모두가 종교, 문화, 경제력 등과 관계없이 연결되어 있음이 느껴졌다. 이렇듯 코로나가 정말 우리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백신 개발에도 모든 국가가 서로 협력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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