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솎아보기]오거돈은 스스로 자멸하며 끝까지 비겁했고, 부산은 경남·울산과 함께 참으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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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솎아보기]오거돈은 스스로 자멸하며 끝까지 비겁했고, 부산은 경남·울산과 함께 참으로 부끄럽다
  • 취재기자 김윤정
  • 승인 2020.04.2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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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성과 부진으로 스스로 자멸하며, 사건 처리하는 과정 끝까지 비겁했다
부산·부산사람 부끄럽게 하며, 이제 울산시장·경남지사 처럼 사법처리 대상

오거돈 부산시장은 권력형 성범죄에 얽혀 마침내 자진사퇴했다. 그는 짧은 재임기간 중, 그에게, 부산에게, 부산사람에게 참 많은 부끄러움을 남기고 떠난 것이다. 그는 잇따른 성추행사건으로 자멸하면서도 끝까지 비겁했다. 그는 김경수 경남지사·송철호 울산시장에 이어 사법처리를 받아야 할 처지다. 부산을 넘어, 부·울·경은 그래서 더 부끄러운 것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불명예 퇴임한 날, 부산은 안타깝게, 모처럼, 국내외 언론의 집중주목을 받으며 ‘뉴스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국내 대다수 언론이 그의 사퇴소식과 함께, 사건과 전말과 전망을 쏟아냈다. 미국 권위지 뉴욕타임스(NYT)까지 그의 퇴임을 집중보도했으니, 부산이 언제, 이처럼, 안팎의 주목을 받은 일이 언제 또 있었겠나.

오거돈 부산시장이 권력형 성범죄에 연루, 자진사임했고, 그의 사임에 부산과 부산사람들은 참으로 부끄러워 했다(사진; 오거돈, 더팩트 이선화 기자, 더팩트 제공).
오거돈 부산시장이 권력형 성범죄에 연루, 자진사임했고, 그의 사임에 부산과 부산사람들은 참으로 부끄러워 했다(사진: 오거돈, 더팩트 이선화 기자, 더팩트 제공).

1. 오거돈 부산시장은 스스로 자멸했다.

그는 사퇴회견에서 말했듯 “3전4기 끝에 부산시장에 당선, 사랑하는 부산을 위해 일 할 기회"를 잡고도, 재임 22개월 내내 시정수행의 혼란을 거듭하며 끝내 사퇴했다. 정무직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심각한 내부분열을 자초했고, 낮은 업무역량으로 ‘시도지사 업무평가’에서 내내 꼴찌 수준을 기록했다.

권력형 성범죄 연루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성폭력사건 피해자를 지원한 부산성폭력상담소가 지적하듯, 그는 선거공약으로 ‘성 평등’을 내세우고도 성희롱·성폭력 전담팀 구성을 미뤘으며, 취임 초기 내부회식에서 여성을 양옆에 앉히고 건배를 즐기며,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지난 해 10월에도 ‘미투(Me Too) 의혹’에 시달렸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직원 성추행’ 폭로를 당한 것이다. 당시 그는 가세연이 제기한 지방선거 돈거래와 성추행 의혹 등을 '가짜 뉴스'라고 규정하고 가세연 측을 상대로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과거 공직 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일벌백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히며, 자신의  성추행 의혹에는 "소도 웃을 가짜뉴스"라고 대응한 것이다.

그러나 오 시장은 거듭 직장 내 성폭력에 얽힌 끝에, 이번 사건에 이르렀고, 언론들은 “다 알고 있었다…오거돈 사퇴 '예견된 일'이었나” 같은 기사를 쏟아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지나치게 정무직에 의존한 시정을 고집하다 많은 자중지란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시장전결’ 업무의 ‘정책특보 선결재’ 요구로 시정수행에 끼친 악영향은 두고두고 부산 시정사에 남을 정도. 예의 ‘늘공(직업 공무원)’과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갈등은 내내 시정수행의 암초였고.

이런 사실은 그의 취임 1년 사회각층 설문조사나 여론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결국 그는, 임기 내내 직무수행평가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의 사퇴에 “그 ‘어공’들도 함께 가야지...” 같은 뉴스댓글이 잇따랐고, 그 ‘어공’들은, 조용히 물러갔다. “성추행 아무도 몰랐나···회견 뒤 오거돈과 측근 10명 사라졌다”(중앙) 보도처럼. 그는, 그렇게, 비민주적·비정상적 시정수행 끝에, 부끄럽게 자멸했다.

2. 그는 끝까지 비겁했다.

오거돈 부산시장, 그는 이번 사건 전말과 사퇴과정에서 끝까지 비겁했다. 그가 4월초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고,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며 자진사임할 때까지, 그는 참으로 비겁했다. "측근 보내 회유 증인없다 부인…‘터질게 터진’ 권력형 성범죄”(한겨레)라는 제목 그대로다. 코로나 비상근무 중 집무실서 추행하고, 부인하다 최후통첩 뒤에야 사퇴했으며, 사퇴회견에서도 “강제추행 될 수 있음 깨달았다”는 표현을 거듭, 피해자의 반발을 샀을 정도다.

한겨레·동아 등 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부산에 첫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2월 21일)한 뒤 부산시 공무원들이 비상근무를 하던 때 피해 여성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강제적인 신체접촉을 했다. 조직 상하관계 사이에서 이뤄진 전형적 권력형 성추행이다. 이후, 그는 측근을 통해 피해자를 회유하고 목격자가 없다며 성추행 사실을 부인했다. 이달 말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폭로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받은 뒤에야 이날 사퇴를 선언했다.

그의 사퇴회견문도 문제다. 그는 “5분 정도 짧은 면담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참 구차하다.

피해직원이 이 부분을 지적하는 입장문을 낼 정도다. “그곳에서 발생한 일에 경중을 따질 수 없다. 그것은 명백한 성추행이었고, 법적 처벌을 받는 성범죄였다.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등의 표현으로 되레 제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칠까 두렵다”는 것이다. 겉으로만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는 모양새지만, 속으론 최소한의 성찰도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 권위지 뉴욕타임스도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범죄 연루 사임 소식을 분석, 보도했다(사진: NYT 인터넷판 켑쳐).
미국 권위지 뉴욕타임스도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범죄 연루 사임 소식을 분석, 보도했다(사진: NYT 인터넷판 캡처).

3. 그는 부산·부산사람을 참 부끄럽게 했다

그의 사퇴는 그날 내내, 온 나라와 세계의 핫이슈였다. 그의 시정구호는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이다. 그 부산·부산시민들을 이처럼 부끄럽게 만든 적이 언제 또 있었겠나. 부산일보 24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 “오거돈 성추행 사퇴, 부산이 부끄럽다”, 그대로다. 부산시장이 성추행에 얽혀 사퇴한 사상초유의 사태, 온 부산이 큰 충격에 빠진 것은 당연하다.

그의 성추행과 전격사퇴가 알려지자, 많은 부산시민과 시민단체, 정치권, 경제계 등 각계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부산시청 내부, 부산공무원노조도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실패한 여러 차례의 조직개편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검증되지 않은 정무직을 대거 영입하는 등 오 전 시장의 비민주적·강압적 시정 운영의 예견된 말로”라는 성명을 낼 정도다.

이날, 한 부산시 전 직원이 SNS를 통해 남긴 소회도 화제였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과거 부산시 직원으로 근무했던 A 씨는 지난해 퇴사 당시 만든 케이크 사진을 이날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소회를 남겼다. 케이크에는 '오거돈 *** 다신 보지말자'는 글귀와 함께 퇴사 날짜가 적혔다.

A 씨는 "다시 보는 퇴사케익. 사실 우린 다 알고 있었다. 그가 어떤 리더였는지. 떠먹던 우물에 침 뱉기 싫어서 말을 아꼈을 뿐"이라며, "사랑하던 일을, 사랑하던 조직을, 여럿의 삶을 그렇게 바꿔놓고 장렬히 자폭한 당신. 마지막까지 참담함과 '쪽팔림'을 선물하는 군"이라고 썼다.

그의 부끄러운 사퇴는 미국에서도 화제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그의 사퇴소식을 “한국 시장 미투에 걸려 물러나다” 제목으로 보도했다. 나라 안팎으로, 그는 부산과 부산사람에게 정말 많은 부끄러움을 남겼다.

4. 그는, 기어이, 부·울·경 시도지사 모두 함께  사법처리 대상

그는 이제, 사법처리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 권력형 성범죄, 가중처벌 받는 직장 내 성범죄다. 이 부분, 중앙 보도도 “오거돈·김경수·송철호 재판받게 됐다···정말 하나 된 부·울·경”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부·울·경은 처음부터 하나”라는 말은, PK지역의 통속적 구호다. 이제, 송철호 울산시장은 ‘울산시장선거 청와대 개입의혹’사건에 얽혀 기소된 처지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대통령선거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얽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 이제 오거돈, 그도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그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윤리심판원을 열어, 그를 제명할 방침이다. 그는 벌써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그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전반적 사실관계를 확인해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 스스로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했으니,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그는 야당 등으로부터 철저한 진상규명 및 엄정한 처벌도 요구받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이래 그토록 당당했던 ‘PK 3인방’, 그들은 지금,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에서 늘 최하위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또,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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