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남의 생각이 멈추는 곳]4.15총선에서 떠오르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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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남의 생각이 멈추는 곳]4.15총선에서 떠오르는 생각들
  • 김민남
  • 승인 2020.04.20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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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다 가져도 갈 때는 베옷 한 벌 뿐이다"
권력과 선거는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이 순간, 여기'에 충실해서 나를 '알아차림'하자

권력 부 지위 명예
이 전부를 다 가졌다한들 
갈 때는
빈손 베옷 한 벌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부(富)도
한 시대를 휘두르는 권력도 
때로는
아침 이슬이려니
가난하여 가진 것 없다고
한숨질 일도 아니다

가진 것이 많아지면 
그때 하겠다
이미 늦는 거다
시간도 부도(不渡)가 난다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다
아름답게 사는 인생의 길목이
여기 있다

ㅡ김민남 제2시집, '아름다운 인생' 에서

그렇다. 우리 인생은 여러 갈래다. 성패의 방정식도 그때그때 다를 수 있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어찌 일희일비(一喜一悲)가 없을 수 있겠는가. 다만 마음먹기나 눈높이에 따라 한번 기쁘면 또 한 번 슬픔이 올 수 있다. 이것이 우리들의 흔한 삶이다. 누구에게도 별 예외가 없다. 

권력, 부, 지위, 명예를 다 가졌다한들, 갈 때는 빈손 베옷 한 벌 뿐이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권력, 부, 지위, 명예를 다 가졌다한들, 갈 때는 빈손 베옷 한 벌 뿐이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지난 1월 코로나 바이러스19 감염증 우한(武漢)폐렴이 전염병 발원지 중국에서 한반도로 건너와 엄청난 인명 손상과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이웃을 잘못 만나면 집안 식구라도 제대로 챙겨주어야 하는데 그마저 뜻같지 않았다. 

그런데 이 코로나로 덕을 본 사람도 있으니 얼마나 큰 역설인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그렇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여당 '압승'에는 코로나19가 상당한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처럼 단원제(單院制)로 구성된 국회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록 국민의 선택이라고 해도 말이다.

나라가 어느 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고, 국정운영에 균형이 무너져 때로는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정의의 잣대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대통령 권한 집중이 심한 헌법체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먼저 여당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한 깊은 인식과 함께 야당의 존재를 더 크게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권력 자제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4.19혁명 60년이 되는 날이다.

앞서 시(詩)에서처럼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 Time and tide wait no man,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이요, 시간은 화살처럼 빨리 날아가버린다(Time flies like an arrow). 시간도 수표와 같이 부도가 날 수 있다. 또 시간을 벌어 돈을 모으면 그때 베풀고, 널리 보시(布施)하겠다고 하면 이미 때가 늦어 약속은 헛일이 된다. 그래서 바로 '지금이고 이 순간 여기'다. 이 순간이 지나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고 다시 만나지도 못한다.

1975년 월남이 월맹의 구정(설) 대공세로 수도 사이공(Saigon) 함락 직전에 탈출, 프랑스로 망명한 월남의 고승(高僧)이 있다. 틱낫한(Thick Nhat Hanh, 1926-2018) 스님이다. 스님은 프랑스 남부 플럼 빌러지(Plum Village, 호두마을)에 선원을 열어 불교 명상(冥想, meditation)을 지도하면서 전 세계에 그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님은 한국, 미국을 비롯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 명상을 지도, 강연하면서 저서도 100여 권 냈다. 스님이 가장 강조한 말이 "바로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now and here)"다. 

권력, 부, 지위, 명예 등 희귀한 자산도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여기서 깨닫고, 나아가 베풀 떄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순간이 지나면 밤하늘의 별처럼 금방 사라지는 것들이다. 우리들 삶 또한 마찬가지다.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인생이나 권력은 그야말로 찰나(刹那)다. 이 찰나에 우리 인생이나 권력, 부는 화려한 무대의 막(幕)을 내리게 된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초선, 재선, 3선 등의 고지를 바라보고 거의 필생의 노력을 기울인다. 현실 삶에서는 어쩔 수 없다. 권력, 지위, 명예, 그리고 때로는 부까지 따라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내 제자들 중에는 이번 선거에 성공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선거는 인생에서 절대적 가치를 만드는 영역에 있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 돌아보면 이것 역시 한순간이다. 그렇다고 인생의 무상(無常)이나 허무(虛無)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명상 또는 수행을 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錦裳添花) 격이다. 나라와 삶터를 빼앗기고 전 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건 비극 중에도 비극이다. 나라를 빼앗겨 식민지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이미 뼈저리게 느낀 바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고대 이스라엘은 이웃 여러 나라들을 정복한 화려한 강국이었다. 고대 로마제국에 나라를 빼앗기고 백성들은 세계 여러 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 독재자 히틀러에 의해 수백만 명의 이스라엘인들이 개스실에서 죽음을 당했다. 이른바 홀로코스트다.

이스라엘은 2차대전 후 승전국인 영국, 미국 등의 배려로 팔레스타인에 나라를 다시 세웠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 지역 이슬람과 지금도 끊임없이 분쟁을 벌이는 이유다.

틱낫한 스님은 순간순간 알아차리고 자신을 깨달으며 또 다른 세계를 열었다. 스님 뿐만 아니다. 누구나 이런 선(禪)의 세상을 만날 수 있고, 그래서 현실의 권력, 부, 지위, 명예가 절대적 자산이나 가치로 끼어들 틈은 허락되지 않는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자기자신을 '알아차림'할 수 있는 삶은 스님이나 목사, 사제와 수행자들에게만 주어지지 않는다. '알아차림'의 DNA는 누구에게나 이미 주어져 있다. 다만 현실 삶이 파팍하다보니 관심과 노력이 벅찰 뿐이다.

2020년 4월 19일
묵혜(默惠) 김 민 남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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