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돼도 중소기업은 인력부족 걱정으로 미래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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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종식돼도 중소기업은 인력부족 걱정으로 미래 ‘첩첩산중’
  • 취재기자 홍성우
  • 승인 2020.04.03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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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중소기업은 10곳 중 7곳 인력난 경험
취준생들, "낮은 임금이 중소기업 기피 원인"
중소기업 업주, "정부 코로나 중소기업 지원금으로 공장 돌고 인력 보충했으면"

최근 코로나 사태로 대기업은 물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도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고 경기가 돌아가도 중소기업은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고 있다. 청년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원래부터 인력을 채용하지 못해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추이는 코로나 사태 종료 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직원 수 300명 미만 국내 중소기업 214곳을 대상으로 2018년 고용실태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기업의 68.7%가 ‘제때 직원을 채용하지 못해 현재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인력 부족 현황(사진: 잡코리아 제공)
중소기업 인력 부족 현황(사진: 잡코리아 제공)

같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력 부족 직무 분야로는 영업직이 22.4%로 가장 많았으며, 생산/현장 16.3%, 판매/서비스 15.6%, 재무/회계 13.6%, 마케팅 12.9% 순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극심한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서 직원 채용이 어려운 원인에 대해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중소기업의 대기업에 비해 낮은 연봉 수준(35.0%)이 가장 크다고 응답했다. 그 외의 다른 이유로는 구직자들의 높은 눈높이(29.9%), 구직자들의 기업에 대한 낮은 인지도(28.5%),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근무환경(28.0%), 복지제도가 다양하지 못한 점(27.1%) 등이 꼽혔다.

중소기업은 직원을 채용해도 문제다. 같은 조사에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채용 후 1년 이내에 퇴사한 직원 비율이 74.5%라고 응답했다. 그중 신입사원의 절반 이상이 입사 후 3개월 이내로 퇴사했다고 했다. 지원자도 적지만 채용해도 금방 퇴사하기 때문에, 일을 가르치고 어느 정도 숙달이 되면 나가버려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직원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기를 꺼려하자, 많은 중소기업은 어쩔 수 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채용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염색공단 임직원 홍진식(58, 대구 북구) 씨는 “예전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낮은 임금을 주고 일을 시켰지만, 법이 바뀐 이후로 내국인이나 외국인이나 같은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되도록 우리나라 청년들과 일하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 씨는 최근 부족한 인력을 노년층으로 채우고 있다. 홍 씨는 “새로 들어오는 젊은 직원이 없어서 최근에는 70-80년대에 우리 회사에서 일하던 분들을 다시 불러 고용하고 있다. 계속 청년들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회사가 유지될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중소기업은 청년들이 회사에 들어와서 일했으면 좋겠지만, 청년들은 대기업 입사나 공기업, 공무원을 더 선호하고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인 우동범(26, 부산 남구) 씨는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직원복지나 근무환경이 안 좋은 것을 떠나서 연봉을 고려하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고 보니 중소기업은 더욱 기피하게 된다”고 했다. 대구의 한 CCTV 설치 회사에 다니는 송상근(24, 대구 북구) 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취업을 준비하면서 그냥 놀 수가 없어서 그냥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어차피 코로나 사태로 회사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다른 회사를 찾아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경기가 회복돼서 중소기업이 조건을 좋게 해주면 들어 갈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취업준비생 양지원(29, 부산 남구)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한 지는 오래됐고 빨리 취업해야겠지만, 낮은 연봉의 중소기업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로 중소기업은 더 어려워지겠지만, 대기업 수준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연봉을 받을 수 있다면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염색공단의 중소기업 대표 홍덕주(60, 대구 수성구) 씨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지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연봉 수준이 대기업에 비해 낮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부가 코로나로 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기업에 더 크게 지원을 해주어 코로나가 회복되면 높은 연봉으로 청년들을 유치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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