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는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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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는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 부산광역시 박상민
  • 승인 2016.04.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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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과 인터넷 시대에 10대, 20대, 심지어 30대 직장인들까지 잠들지 못하게 만드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그것이 바로 “손안의 TV, 아프리카TV”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외치고 있는 ‘아프리카 TV’다. 아프리카TV란 일반 개인이 PC, 모바일을 통해 1인 방송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반인이란 글자 그대로 특정인이 아니고 누구라도 방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아프리카TV는 2006년부터 정식 서비스가 시작됐으며 현재 시가 총액이 2,50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의 주된 요인은 기존의 브라운관 TV와는 차별화된 내용과 형식으로 방송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방송매체는 시청자가 일방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형식이었다면, 아프리카TV는 방송을 내보내는 사람과 시청자가 상호보완적이며 쌍방적이라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 시청자가 채팅으로 방송하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도 있으며, 콘텐츠에 대한 요구도 즉각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이 가능한 이유는 아프리카TV의 1인 방송은 모두 인터넷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의 콘텐츠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하루 평균 동시에 개설되는 1인 방송 채널 수는 5,000개 이상이 넘고 있다. 주된 콘텐츠들은 게임 방송, 스포츠 중계방송, 예쁜 여성이 야한 옷을 걸친 채 진행하는 여캠 방송, 먹방 등이 있다.

아프리카TV는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대신에 어마어마한 문제점도 곳곳에 숨어있다. 그 문제점은 아프리카TV 시청자 중에는 10대들이 많다는 점, 그리고 특정인물이 아닌 누구라도 방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프리카TV에서 사용되는 ‘별풍선’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별풍선은 시청자들이 아프리카TV로부터 돈을 주고 구입한 것으로 아프리카TV에서 통용되는 전자화폐와 같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다가 BJ(Broadcasting Jockey, 아프리카에서 1인 방송을 하는 사람)가 맘에 들면 그에게 별풍선을 선물한다. 그 별풍선은 곧 현금과 같으며, 이것이 BJ의 수입이 된다. 이때 별풍선을 선물하는 것을 별풍선을 쏜다고 표현한다.

아프리카TV 시청자들은 BJ들이 진행을 재미있게 하거나, 열심히 최선을 다하거나, 혹은 야한 옷을 입고 야한 행동을 하면, 아무나 BJ에게 별풍선을 쏜다. 그러면 별풍선, 곧 돈을 번 BJ는 그것을 받고 고마워하면서 시청자들이 더 좋아할 리액션을 하고, 이런 BJ의 행동들이 고스란히 10대들에게 비춰진다. 이것을 보고 자라온 10대들은 스스로 아프라카 BJ라는 직업을 선망하게 되고, 초등학생들조차 아프리카TV의 별풍선 벌기에 뛰어 들어 1인 방송을 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BJ소희’라는 여성이 여캠방송 도중 5분도 안 되는 사이 별풍선 35만개(약 3,500만 원 상당)를 받았다. 서로 대면한 적도 없는 한 개인이 이 BJ에게 중형 국산차 한 대 값을 선물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BJ순위 50위 안에 드는 베스트 BJ들은 연수입은 억대 이상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10대들을 자극시키고 있다.

이런 일이 생기자, 매우 다양한 콘텐츠 중에 BJ들은 시청자들의 만족을 얻기 위해 더욱더 자극적인 방송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여캠 방송 같은 경우에는 가슴을 거의 다 드러내거나 섹시한 의상을 입어야 시청자수를 늘리고 별풍선을 더 받을 수 있으며, 남캠 방송은 재미를 위해 BJ들이 방송 중에 눈썹이나 머리를 밀고, 자신의 얼굴에 간장을 붓는 자학행위를 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눈썹밀기는 매우 흔한 현상이다). 이렇게 성적, 자극적 내용을 추가해야만 시청자들이 많이 몰린다는 점에서 BJ란 직업을 가진 인물들은 갈수록 자극적인 콘텐츠를 다룰 수밖에 없게 되고, 이렇게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발시켜야 그만큼 별풍선을 더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별풍선이 곧 자신의 연봉, 주수입이 되는 BJ들은 별풍선을 받으면 얼굴도 대면하지 않았던 시청자에게 형님이나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별풍선을 더욱더 유도하려고 노력한다. 별풍선 하나에 호칭이 형, 동생으로 바뀌고, 시청자들이 짖으라 하면 BJ들은 개처럼 짖는다. 실제로 별풍선 109(백구)개를 쏘면 BJ는 백구(白駒: 흰 개)처럼 짖는 리액션이 보편화되어 있다. 이는 리얼한 자본주의 민낯이다.

시청자들이 아프리카TV을 보면서 화면의 채팅창을 통해서 BJ에게 모욕감을 주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BJ들은 용감하게 방송을 이어간다. BJ는 모욕감을 모두 잊어버렸거나 숨기고 방송을 진행한다. 그래야 시청자들로부터 별풍선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BJ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요즘 BJ를 하는 젊은이들은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가치관이나 사상이 아니라 돈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아프리카TV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어두운 속성을 가장 잘 이용하고 있으며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산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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