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 업무로 숨진 배송 노동자도 등장
필요한 물품만 조금씩 주문하는 작은 배려가 필요한 시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기가 꺼려졌다. 그래서 나는 물품을 직접 매장에 가서 구매하기보단 온라인에서 상품을 배송시키는 일이 잦아졌다. 결과적으로 나는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 생필품을 몰아서 배송시켰다. 이렇게 한 번에 많은 양을 배송시키는 방법이 나에겐 배송비도 절약시키고, 코로나가 급증하는 시기에 혹시나 필요할지 모를 물품을 미리 구비해 두는 일석이조 전략이기도 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급증한 택배 물량을 처리하던 한 배송 노동자가 근무 중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리한 업무로 숨진 배송 노동자의 애도 속에 한 배송 노동자는 인터넷 댓글창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쌀 20kg짜리 여덟 포대 주문도 받아봤고, 2ℓ 생수가 여섯 개 들어있는 열네 세트 주문도 받아봤다”며 “5층을 네 번 오르락내리락하고 나면 현기증이 날 정도”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번에 너무 많이 택배를 시키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재차 부탁했다. 부끄럽게도 나는 그제서야 배송 노동자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
코로나 사태 속에 나처럼 많은 양을 배송시키는 구매자들이 많아지다 보니 지금 제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사람은 배송 노동자가 아닐까 싶다. 분명 온 국민이 다 함께 극복해 나가고 있는 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택배 노동자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열악해진 근무 환경에 놓인 노동자들을 위해 회사 측의 환경개선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회사의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중요하다. 급증한 물량에 맞춰 인력을 늘리는 것도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정말 택배 노동자들이 힘들어하는 점은 무거운 짐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며 옮기는 과정이다.
내가 자주 애용하는 한 쇼핑몰 사이트는 한 사람당 2ℓ짜리 생수가 여섯 개 든 팩을 두 개 이내로 구매하도록 제한했다. 물론 물품 구매량을 제한한 이유가 택배 기사들을 위해서라기보단 코로나 사태에 급증하고 있는 국민들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대처하는 정책일 수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한 집당 2ℓ짜리 생수 묶음을 수없이 날라야 했던 택배 기사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다.
다음으론 배송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다. 나는 배송기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하고 나서 뒤늦게라도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배송비가 아깝다는 생각을 버리고 필요한 물품만 조금씩 주문하기로 했다. 나의 이익과 편의보다는 배송기사들의 노고를 한 번 더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코로나를 뚫고 우리에게 택배를 배송하고 있는 이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나 먼저, 내 가족 먼저보단 서로 돕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지금처럼 힘든 시국일 때 더 필요한 법이다. 나 혼자만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가 진정으로 실현된 사회에서 나와 내 가족에게까지 보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