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남의 생각이 멈추는 곳] 유럽 코로나 초비상, 귀국 결심 접은 어느 한인 유학생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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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남의 생각이 멈추는 곳] 유럽 코로나 초비상, 귀국 결심 접은 어느 한인 유학생의 편지
  • 김민남
  • 승인 2020.03.2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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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강한 말씀에 용기를 얻다..."기초 위생 지키고 프랑스 남아 공부할 준비해라"
주 프랑스 한국 대사관의 페이스북 공지에도 고마움과 격려 한가득
'소녀의 기도'하는 마음처럼 어서 코로나 사라지기를 프랑스에서 빌어 본다

이 글은 프랑스(France)에 유학하고 있는 내 제자의 딸이 엄마에게 보낸 편지 글입니다. 한 대학생의 소박하고 따뜻한 정이 담겨 있고 우리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유럽 쪽 사정을 살필 수 있어 제자의 양해를 구하고 몇 군데 손을 봐서 여기에 올립니다. 

끝나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와 함께 정부 당국자들의 간혹 '엉뚱한' 발언과 '마스크 배급제(?)' 등으로 힘겨워하시는 모든 분들이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시 한 번 추슬리는데 이 편지가 실날같은 위로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보려 했습니다.

이탈리아 사망자가 코로나 발원지 중국을 앞섰고 코로나 사망 27일만에 3405명으로 이탈리아는 가히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까운 이란의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어 유럽과 미국 등도 초비상사태입니다. 거의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전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사진: Felipe Esquivel Reed, wikimedia 무료 이미지).
전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사진: Felipe Esquivel Reed, wikimedia 무료 이미지).

상황이 여기에 이르기까지 발원지 중국은 사과나 유감은 차치하고 코로나19(우한폐렴)의 발생 원인이나 감염 경로와 환경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과학적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자료는 코로나 백신개발과 대처에 필수적입니다. 대국이 꼭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유럽 유학생 귀국과 소수 유럽인들의 입국 등 '유럽발' 감염증 유입으로 우리나라가 중국 유입에 이어 또 한번 코로나 감염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실물경제까지 쓰러지고 있어 위기는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봉쇄나 입국금지 등 철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어느 전문가는 코로나19 전염병이 전 세계 인구의 3 분1 가까이를 감염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불길한 예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다음이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한 우리나라 여성 유학생의 편지입니다.

유럽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하자, 프랑스 정부는 며칠 만에 전국 휴교령과 비필수적 상업 시설 폐쇄 조치에 이어 봉쇄령(封鎖令)까지 내렸다. 한국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이나, 아무래도 봉쇄령까지 내려지고 의료 시스템도 비효율적인 다른 나라보다는 그래도 우리가 좀 나으리라는 생각에서인지 어느 때보다 많은 한인 유학생들이 때이른 귀국을 결정하는 요즈음이다. 

내 주변에도 적지 않은 유학생들이 한국에 있는 가족의 걱정스러운 권유로 갑작스럽게 귀국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 엄마는 "면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택배로 보내주겠다""고만 하실 뿐, 귀국의 'ㄱ'도 말씀하시질 않는다. 

내 친구들한테는 "이미 8년째 내다 놓은 딸내미, 강하게 키우신다. 빈 말이라도 귀국 얘기 좀 했으면 좋겠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엄마의 태도를 곱씹게 되었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수칙은 매우 간단하고 기본적인 것들이다. 외출을 자제하고, 손을 잘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팔꿈치 안쪽으로 가리거나 마스크를 쓰는 것 등에 지나지 않는다. 프랑스나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도 거기서 거기까지일 거다. 

걱정하고 불안해한다고 해서 백신이 '뿅' 나타나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렇게 스트레스 받는 것이 건강에 더 안 좋을 수 있다. 심지어 이렇게 막연한 공포와 불안이 집단적으로 확산되면 타자(他者) 혐오와 사재기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는가.

물론, 귀국 여부 결정은 각자의 사정에 따른 것일 테니 가치 판단은 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우리 엄마도 걱정하고 불안해 하시며 귀국을 얘기하셨다면, 나도 유학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감정적으로 많이 흔들렸을 것 같다. 하지만 전례 없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엄마의 '의연'하고 '매정'한(?) 태도는 내가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최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바탕을 만들어 주시고 있다. 

문득 내 주위에 우리보다 더 어려운 처지를 이겨내면서 거의 사투(死鬪)를 벌이다 싶이 애쓰는 분들이 있다. 이 시대의 영웅(英雄)들이다. 방역(防疫) 일선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온뭄을 던지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다.

또 엄청난 고역을 겪으면서도 우리 일상을 멈추지 않게 '음지'에서 땀흘리시는 분들도 있다. 재택(在宅) 근무와 이동 자제로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업무량과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택배 기사, 배달 기사, 마트 직원, 콜센터 직원, 청소하는 분들이다. 이 분들은 언론이나 SNS에서도 거의 관심 밖인 듯하다.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주(駐) 프랑스 한국 대사관의 긴급 공지가 쉴 새 없이 올라온다. 아무래도 프랑스 정부가 며칠 새 각종 긴급 조치들을 발표하다 보니 급증한 전화 민원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대사관이 긴급 전화번호까지 운영한다고 한다. "많이 혼란스럽고 정신 없으실 텐데 교민들을 위해 애써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대사관 페이스북 관리자는 "감사합니다!! 격려 말씀이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라고 답글을 남겨 주셨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가치를 깨닫든 그건 각자의 몫이다. 다만 그 가치를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실천은 거창하기보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사람과 신종 바이러스와의 '제3차 세계대전'이 더 이상 인명피해없이 하루빨리 끝나기만을 기도한다. 피아노 소곡 <소녀의 기도>에 담아ㅡ.

2020년 3월 21일
묵혜(默惠) 김 민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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