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확진자 공포'에 떤다... 호흡기 환자 앞에 멈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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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 '확진자 공포'에 떤다... 호흡기 환자 앞에 멈칫
  • 취재기자 김하은
  • 승인 2020.03.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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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의심·일반환자 제때 치료 못받고 '골든아워' 놓쳐 병세 악화 잇따라
실제 의원, "고열·기침환자 사절"...대학병원도 "코로나 검사 결과 보고..."

코로나19(우한폐렴) 확산세 속에서, 각급 병원과 의원이 '확진자 공포'에 떨고 있다.

의원들은 아예 "기침 혹은 고열 환자는 오지말라"고 안내하고 있다. 대학병원도 "먼저,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검사결과에 따라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방침을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환자들도 병의원을 오가거나 검사결과를 기다리느라 '골든아워'를 놓치고 병세악화에 시달리는 것이다. 18일 숨진 대구 17세 소년 정 군이 그 단적인 사례다.

대구 17세 소년은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은 해열제와 항생제 처방을 끝으로 집에 돌려보냈다. 이 병원을 오가며 시간을 놓친 소년을 제때 폐렴치료를 받지 못한 채 끝내 숨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병원 측은 “검사결과에서 코로나 양성일 수 있어 입원 치료가 불가능했다”며 “선별진료소에서 수액과 해열제를 맞혀 집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열이 41도면 병원에서 돌려보냈으면 안됐다. 부모들도 열을 낮추려 노력해봤지만 안되니까 병원을 찾은 건데...”, “코로나일까봐? 그런 생각이 들어서 입원 안시킨 거면 그 소년을 코로나 치료실에 보냈어야 한다. 집이 아니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 군이 코로나19로 숨진 것이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확진 판정에서 음성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9일 질병관리본부는 17세 고교생은 코로나19 음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사진: 더팩트 제공).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병원과 의원이 '확진자 공포'에 쫓겨 일반환자의 치료까지 놓치는 예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 방역활동 장면(사진: 더팩트 제공).

이처럼 코로나가 아닐까 하는 의심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은 정 군뿐만이 아니다.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지만, 치료를 받아야 할 시기에 받지 못하는 사람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국제신문에 따르면, 부산 남구에 거주하는 A 군은 독감 증세로 동네 병원을 찾았지만, 진료를 받지 못하고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A 군은 남구보건소에서 독감 진단키트로 신종 코로나와 무관한 A형 독감을 진단받은 후에야 보건소에서 안내해준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열, 기침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아파서 병원을 찾은 사람에게 “선별진료소로 가라”, “코로나 검사결과 기다려라”는 등의 진료거부는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심하게는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병원의 입원시설이 모자라 집에서 입원대기하다 숨진 환자도 여럿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확진자가 다녀간다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야 하고, 이에 대해 책임져줄 사람이 없고 경제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아전과 소중한 생명이지 않을까. 코로나19 앞에서, 우리 의료체계가 허둥대며 놓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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