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유승관 이야기 "물리적·정신적 힘들어도, 다양한 역사현장 사진으로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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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 유승관 이야기 "물리적·정신적 힘들어도, 다양한 역사현장 사진으로 기록한다..."
  • 취재기자 권지영
  • 승인 2020.02.2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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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도사진전 최초 드론 촬영 '대상' 수상
"오늘이 내일 되면 역사 되는 현장 기록한다"

“평소 고기를 먹으면서 도축당한 동물에 대해 ‘참혹하다’ ‘불쌍하다’는 생각을 갖진 않는다. 전염병 예방을 위해 살처분되는 동물에 대해선 측은지심을 느낀다거나 충격을 받는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게 이미지가 주는 힘이다.”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주최하는 56회 한국보도사진전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이 대상을 수상했다. 보도사진전 사상 드론 촬영으론 처음이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발병 농장 살처분 현장을 담은 사진으로 그 영광을 거머쥔 뉴스통신사 뉴스1의 유승관(37) 사진기자 얘기다. 

뉴스1 사진기자 유승관(사진: 유승관 제공).
뉴스1 사진기자 유승관(사진: 유승관 제공).

그는 언제부터 사진을 좋아하고 찍기 시작했을까? 그의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 1984년 부산에서 태어난 유승관 기자는 넉넉하지 않았지만 부족함 없이 자라왔,고 하고 싶은 대로 살던 철없는 개구쟁이 소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학교 담임선생님이 맡고 계신 동아리 ‘사진 동아리’에 들어갔다. 처음으로 사진을 접한 것이다. 마침 집에 아버지의 필름카메라가 있었고, 그 카메라를 친구삼아 사진을 찍던 것이 어느덧 취미가 돼버렸다.

이후 2002년 경성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 ‘CNS’라는 영상동아리에 가입해 영화 속 24프레임, TV 속 30프레임을 만드는 1프레임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돌이켜보니 대학에 진학할 때도 현장에 나가고 싶었던 것 같다”며 “마침 경성대 신문방송학과가 실무중심의 교육을 앞세웠다”고 경성대 진학 계기를 설명했다.

신문방송학과와 사진학과를 복수전공하면서 포토 저널리즘에 빠져들어...

그는 영상 속 1프레임 사진에 흥미를 느끼면서 사진학과를 복수전공 했다. 신문방송학과 수업과 사진학과 수업을 병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포토 저널리즘에 빠져들었다. 그는 3학년 2학기 사진학과 수업 중 포토저널리즘 수업을 들으면서, 실기과목 지도교수 조성수 기자를 만났다. 조성수 기자는 당시 외신 종군기자로 이라크 등에서 활동했다. 이후 현장을 기록하는 사진기자라는 직업에 더욱 매력을 느꼈고, 2007년 수업 중 작업했던 ‘물만골’ 사진으로 중앙일보 주최 대학생 기획탐사보도사진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유승관 기자가 2007년 중앙일보 주최 대학생 기획탐사보도사진전에서 '물만골'로 우수상을 받았다.
유승관 기자가 2007년 중앙일보 주최 대학생 기획탐사보도사진전에서 '물만골'로 우수상을 받았다(사진: 유승관 제공).

유승관 기자는 사진기자가 되기까지 사진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서 찍는 노력을 했다. 그가 ‘물만골’ 작업 당시 일주일에 사흘은 그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는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보고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며 무작정 찍고 또 찍었다”며 “하도 찾아가니 주민들과 친해지고, 돈은 없었지만 거의 매주 10롤 이상의 흑백필름을 찍고, 현상하고, 인화했다”고 기억했다.

2007년 4학년 2학기, 사진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다. 포토 저널리즘 수업 지도교수였던 조성수 기자가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한 사진 전문 에이전시를 만들었고 당시 대학생 유승관에게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얼떨결에 서울에 상경한 그는 외신기자 타이틀을 달고 현장에 나가 일을 시작했다.

그는 “현장에서 많은 사진기자 선배들을 만났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언론환경에서 작은 사진 에이전시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그가 일하는 모습과 찍은 사진을 지켜봤던 한 선배의 권유로 머니투데이 미디어 그룹의 뉴스통신사 ‘뉴스1’에 들어가게 됐다. 뉴스1이 생겨날 때부터 사진부 창립멤버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제56회 한국보도사진상 대상 수상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농장 살처분 현장>

경기 파주시 한 농가에서 방역 당국 관게자들이 비닐로 돼지를 덮은 뒤 가스를 주입하고 있다(사진: 유승관 제공).
경기 파주시 한 농가에서 방역 당국 관게자들이 비닐로 돼지를 덮은 뒤 가스를 주입하고 있다(사진: 유승관 제공).

2019년 9월 17일 아침, 그는 여느 때처럼 회사로 출근해 업무지시를 기다리던 중 데스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농가 취재지시를 받았다. 그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 처음으로 발생했고, 경기 파주시 발병 농장에서 살처분 작업이 있는 날이었다. 데스크는 부서 내 드론을 운용할 수 있는 기자 중 한 명에게 취재를 보냈고, 그 사람이 유승관 기자였다. 유 기자는 드론 비행이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망원렌즈 등의 장비를 챙겨 파주로 향했다.

전염성이 강한 대부분의 가축전염병 발병 현장은 긴장감이 감돈다. 국내에서 처음 발병한 병인 만큼 참혹한 돼지 살처분 현장 안에 있던 현장을 통제하는 인원, 방역 관계자, 취재진 모두가 조심해 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그는 아침부터 해가 지기 전까지 현장에 계속 남아있었다. 살처분 준비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실제 살처분 작업은 해가 지기 직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진 것으로 안다”며 “나는 살처분이 시작되자마자 취재를 마치고 현장을 벗어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서 살처분 작업을 진행하는 노동자들이 겪는 참혹한 광경을 온전히 목격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겪은 살처분 현장의 분위기는 실제 작업한 노동자들에 비할 바 못 된다. 하지만 돼지 살처분 현장은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유승관 기자는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쓰러지는 돼지들을 드론에 매달린 카메라로 바라보며 먼발치에서 들려오는 돼지들의 비명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참혹한 돼지 살처분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 현장을 찍은 사진이 제56회 한국보도사진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시상식을 아직 안 해서 얼떨떨하고 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며 “아마 3월 18일 보도 사진전을 오픈하고 시상식을 하고 나면 실감이 나려나 모르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이옥선 할머니가 흉상들 사이에 서서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 유승관 제공).
이옥선 할머니가 흉상들 사이에 서서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 유승관 제공).

 

2019년 12월, 그는 ‘한일 위안부 합의’ 헌법재판소 위헌 여부 판결을 앞두고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 포트레이트를 촬영했다. 2013년 돌아가신 5명의 할머니 흉상들이 자리하고 있던 나눔의 집 마당에는 총 16명의 할머니 흉상이 있었다. 그는 “이옥선 할머니께서 흉상들 사이에 서서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지어주실 때 사진기자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했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기자라는 직업으로 밥벌이를 해야겠다는 목표 이외 딱히 목표 의식이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묵묵히 현장을 기록하다 보니, 흔치 않은 직업으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그는 “내가 기록한 사진 모두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는 없겠지만, 수많은 사진 중 내가 찍은 사진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의미를 부여해주는 사진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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