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암호장비회사 통해 전 세계 120여 개국 기밀 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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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IA, 암호장비회사 통해 전 세계 120여 개국 기밀 빼내
  • 취재기자 심헌용
  • 승인 2020.02.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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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중동평화협정, 1979년 이란 미국인 인질 사태, 1986년 리비아 공습 지시 등에 활용
미국 워싱턴 포스트의 '세기의 첩보 쿠데타' 기사. CIA 작전사에 나온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사진: 워싱턴 포스트 홈페이지 캡쳐).
미국 워싱턴 포스트의 '세기의 첩보 쿠데타' 기사. CIA 작전사에 나온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사진: 워싱턴 포스트 홈페이지 캡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비밀리에 소유한 암호장비 회사를 통해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120개국의 기밀을 빼낸 사실이 워싱턴 포스트(WP)의 취재로 드러났다.

WP는 독일 ZDF와 함께 CIA 작전자료 입수해 스위스 암호장비 회사 ‘크립토AG’의 실체를 폭로했다.

WP에 따르면 크립토는 CIA와 서독 정보기관 BND의 소유였으며, 2차 대전 이후 세계 각국에 암호장비 제작, 판매를 해왔다. 장비를 이용한 국가는 120여 개국에 달하며 확인된 곳만 한국을 포함한 62개국이다.

CIA와 BND는 암호회사를 ‘미네르바’로 불렀으며 기밀 확보작전명은 1980년대에 ‘루비콘’으로 명명했다. 또한, 미국 국가안보국(NSA)도 1970년부터 크립토 채용과정에 개입하며 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CIA는 1978년 ‘중동평화협정’, 1979년 ‘이란 미국인 인질 사태’,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리비아 공습 지시’ 등에서 미국에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WP는 CIA가 첩보장비 시장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사 비방전, 뇌물과 성매매 제공도 불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992년 크립토 판매담당 직원이 이란에서 구금되며 위기가 찾아왔다. 미국 정보기관이 회사 뒷배경이었다는 걸 몰랐던 직원은 귀국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의구심을 표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발각의 위험을 느낀 BND는 크립토에서 손을 뗐고, 미국은 2018년까지 작전을 지속했다. 그 후, 온라인 암호기술의 확산과 함께 크립토는 위상을 잃었다.

WP는 CIA와 BND에 코멘트 요청을 했으나 거부당했고, 해당 문건의 진위 여부도 듣지 못했다.

“첩보 세계에 친구란 없다”는 미국의 입장은 최근까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중국 당국의 유착 가능성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한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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