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원량 죽음에 "언론 자유 보장하라"... 시진핑 체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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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원량 죽음에 "언론 자유 보장하라"... 시진핑 체제 흔들
  • 취재기자 조재민
  • 승인 2020.02.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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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 보장됐다면 국가적 재앙 일어나지 않았을 것’ 공개서한
후야오방 사망 때보다 심각…'1989년 톈안먼 시위' 재현 경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중국 우한시중심병원의 의사 리원량이 7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사진: 웨이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중국 우한시중심병원 의사 리원량. 그는 7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사진: 웨이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죽음이 중국 전역에 슬픔과 분노를 불러온 가운데, 중국의 지성인들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공개서한을 내놓았다.

시진핑(習近平) 정권 출범 후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예외적인 일로, 리원량의 죽음이 시진핑 체제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우한 화중사범대학의 탕이밍 국학원 원장과 동료 교수들은 공개서한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리원량의 경고가 유언비어로 치부되지 않았다면, 모든 시민이 진실을 말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면 국가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원량을 포함한 8명의 의사는 중국 우한에서 폐렴이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렸지만,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았다.

학자들은 "이들 8명은 사람들에게 우한 폐렴의 위험을 알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침해당하고 말았다"며 "정부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들 '내부고발자'에게 제기된 혐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이들 8명에게 사과하고, 리원량을 순교자로 지정할 것도 요구했다. 학자들은 중국 헌법을 인용해 "중화인민공화국 시민들은 언론, 집회, 결사, 시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며 "시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 집단의 이익이나 다른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한 폐렴 확산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이며, 우리는 리원량의 죽음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며, 관료들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원량의 죽음이 알려진 지 불과 몇 시간만인 지난 7일 오전 6시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리원량 의사가 사망했다'는 해시태그가 붙은 글의 조회 수가 6억 7천만 건을 기록했으며, 비슷한 제목의 '리원량 사망' 글의 조회 수도 2억 3천만 건에 달했다.

'나는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는 해시태그 글도 286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나, 곧바로 당국에 의해 삭제됐다.

베이징대 법학 교수인 장첸판은 리원량 사망일인 2월 6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하자고 제안하며 “더 많은 사람이 두려움에 침묵을 지킨다면 죽음은 더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 자유를 탄압하는 체제에 맞서 ‘노’(No)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첸훙 우한대학 법학 교수는 “중국의 여론은 지금 슬픔과 분노라는 동일한 감정과 태도를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천안문 사태와 같은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후야오방 전 공산당 총서기가 죽었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생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1987년 실각한 후야오방의 죽음은 89년 6월 천안문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

리원량의 죽음에 민심이 들끓자 중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조사팀을 우한에 파견해 의사 리원량과 관련된 문제를 전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난징대 정치학 교수인 구쑤는 "국가 고위기관이 의사 한 명의 죽음에 이렇게 신속하게 조사팀을 파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다만 이들이 리원량을 처벌한 경찰은 조사할 수 있겠지만, 이를 지시한 상층까지 조사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SCMP는 “중국 정부는 대중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관료들을 처벌할 수 있겠지만, 이는 우한 폐렴 방역작업을 벌이는 관료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는 딜레마를 불러온다”며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는 대중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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