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시 한 수, 권력과 부의 무상함, 그리고 우한 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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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의 시 한 수, 권력과 부의 무상함, 그리고 우한 폐렴
  • 김민남
  • 승인 2020.02.09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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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시구처럼 권력과 부는 무상하다
우한 폐렴도 지나가겠지만, 권력자들은 국민 앞에 고개 숙여 방역에 최선을 다하라
지금이야말로 무한한 베품과 사랑이 필요할 때다

山川草木成變場
(산천초목성변장)
帝伯候王飜覆緖
(제백후왕번복서)

산천의 풀과 나무는 끊임없이 바뀌어가고,
제왕과 호걸조차 흥왕(興旺)이 항상 번복되도다.

오늘 아침 친구가 보내준 글의 한 구절이다. 천하를 주유하며 시를 읊고 때로는 권력에 해학적인 비판을 하던 방랑시인 김삿갓(金笠)이 우리나라 최북방에 있는 강계(江界)에 들렀을 때 어느 여인의 청을 받고 읊조린 시의 한 구절이라고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無常, 無相)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에선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또 권력과 부귀영화도 끊임없이 엎치락뒤치락한다는 뜻이다. 권력과 온갖 부귀 영화를 다 누리고 있다고 해도 그건 결코 영원하지도 않고 오래 가지도 않는다. 멀지 않는 지난 날만 돌아봐도 다 보이는 일들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말을 남긴 다윗왕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승리와 축복에 자만하지 말라는 의미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말을 남긴 다윗왕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고대 이스라엘 왕국은 제2대 다윗왕이 다스릴 때 이웃 여러 나라들을 차례로 정복하고 평화와 풍족을 누리며 살았다. 모처럼 찾아온 태평성대(太平盛代)였다. 어느 날 다윗왕은 신하를 불러 연이어지는 승리와 축복에 자만하지 않고 스스로 경계할 수 있는 좋은 글귀를 만들어 오라고 명을 내렸다. 이 신하는 지혜의 왕인 다윗의 아들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서 교훈을 지어줄 것을 간청한다. 이에 솔로몬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This shall too pass away)"

라는 유명한 잠언 한 줄을 지어 줬다. 아주 훗날, 미국의 현대 시인 '랜터 윌슨 스미스'가 이 잠언을 주제로 아름답고 운치가 있는 긴 시를 썼다. 그 한두 구절을 옮기면 이렇다.

행운이 너에게 미소를 짓고
하루 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
근심 걱정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의 기쁨에 젖어 안식하지 않도록
이 말을 깊이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너의 진실한 노력이 명예와 영광
그리고 지상의 모든 귀한 것들을
네게 가져와 웃음을 선사할 때면
인생에서 가장 오래 지속될 일도 가장 웅대한 일도
지상에서 잠깐 스쳐가는 한 순간에 불과함을 기억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스미스의 시 역시 권력과 부, 인생의 무상함을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권력의 속성은 다윗왕과는 다르다. 백성들의 동의를 받았든 안받았든, 권력은 손에 쥐면 그 순간부터 백성 위에 군림하고 영원할 것처럼 생각한다. 때론 '조자룡이 헌 칼 쓰듯' 휘두르기도 한다. 인류는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나치 당과 히틀러, 소련 공산당과 스탈린에서 이미 보고 경험했었다. 부(富)와 영화(榮華)도 마찬가지다. 우리 속담에 '부자는 삼대(三代) 못간다'는 말이 있다. 물론 오늘날 부의 체계로는 반드시 그렇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행사하고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귀감이 되는 가르침이고 '잠언록'(성경)이라고 하겠다. 

지금 생각지도 못했던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우한(武漢, 무한)폐렴'이 우리나라와 전 세계로 빠르게 펴져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최초 발생지인 중국의 최고권력 국가주석 시진핑은 아직도 이 전염병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세계 여러 국가들과 국민들에게 사과나 유감 표시 한마디 없다. 권럭 오만의 극치를 우리는 지금 중국에서 보고 있다. 초기대응에 부실했던 우리도 '방역비상사태'다. 수많은 산업시설의 피해가 신더미처럼 늘어나고 있다. 특히 주종 산업인 자동차가 더 그렇다.

요즘 바깥에 한 발자욱만 나가도 마스크 물결이 이어진다. 온 국민들이 불안에서 언제쯤 벗어날지 아직은 가늠조차 어려운 처지다. 거기다 주 52시간을 엄수하라는 노조의 반발로 방역 필수품인 마스크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어어없는 보도도 있다. 제대로 작동하지도 못하는 '개혁'이란 말이 언론에 너무 오래 오르내리고 있다. 개혁은 대체로 전환기에 속전속결(速戰速決)로 이루어져야 효과적이다. 우리 국민들이 불안에 쉽게 노출되고 있는 현실은 장시간 지속될 일도 아니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

김삿갓의 시(詩)처럼 시(時)의 고금(古今)과 장소의 동서(東西)를 묻지 않고 제왕과 호걸조차 흥왕(興旺)이 오락가락하는 게 오랜 진리다. 부의 태산(太山)도 사람이 쌓은 것이라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이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권력과 부가 스스로를 낮추고 베푸는 일에 소홀하지 않는 것뿐이다. 현실에선 쉽지 않는 길이지만, 다행히 이 길은 사람이 마음 가지기에 따라 얼마든지 뚫어낼 수 있는 길이다. 수행이나 명상 등 마음수련이 좋은 예다.

무릇 '제왕의 흥왕이 오락할 때'는 화살처럼 빨리 지나가고, '가락할 때'는 화살보다 더 빠른 찰나(刹那)다. 권력은 물론 부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엄청 빠르게 지나간다. 문 틈 사이로 달리는 말(馬, 마)을 보는 것과 같다. 부와 권력이 수시로 옷깃을 여며야 할 이유다.

베품(布施, 보시)과 사랑은 써도써도 끝이 나지 않는 무한의 샘물이다. 유형의 재물(財物)일 뿐만 아니라 무형의 자산(資産)이기도 하다. 잠시 멈추고 생각해볼 대목이다.

2020년 2월 8일
묵혜(默惠) 김 민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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