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가격차등제 실시한 CGV에 '메뚜기족'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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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가격차등제 실시한 CGV에 '메뚜기족' 등장
  • 취재기자 손광익
  • 승인 2016.03.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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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제자리 나두고 좋은 자리 찾아 "폴짝폴짝"... 원 주인과 실랑이 벌이기도

대학생 성하연(24, 부산 북구) 씨는 얼마전 영화 <널 기다리며>를 보러 부산의 화명 CGV 멀티플렉스를 찾았다. 성 씨가 표를 끊고 영화관으로 입장하자, 자신의 좌석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성 씨는 그 남자에게 다가가 티켓을 보여주며 “여기 제자린데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자는 성 씨를 바라보다 아무 말 없이 앞자리로 옮겨 앉았다. 잠시 후 다른 관객이 그 남자 곁으로 다가가 자리를 비켜줄 것을 요구하자, 그 남자는 다시 그 앞자리로 이동하는 것을 성 씨는 목격했다. 성 씨는 “자기 좌석을 놔두고 남의 좌석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모습이 마치 풀밭에서 메뚜기가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CGV는 좌석을 이코노미, 스탠다드, 프라임 순으로 나눠 등급별로 요금을 받는 가격차등제를 시행했다. 시야가 좋고 편안한 좌석엔 1000~2000원씩 더 비싸게 받는 것이다. 그런데 가격차등제 시행 후 상영관 안에서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저렴한 이코노미석 티켓을 구매하고 영화가 시작된 후에 비싼 프라임석에 앉았다가 제자리 주인이 나타나면 이러저리 좌석을 옮겨 다니는 관람객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 얌체 관람객들은 '메뚜기족'으로 불리고 있다.

메뚜기족은 주로 사람들이 없는 시간대나 비인기영화 등 좌석이 가득 차지 않는 영화관 안에서 주로 활동한다. 이들의 행동은 관람객에게 여러 불만을 야기한다. 메뚜기족의 좌석 이동은 제 값을 지불하고 들어온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영화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한다. 또한 늦게 들어온 관람객과 좌석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며 영화관 내 소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 메뚜기족이 뒷좌석을 옮겨 앞자리가 텅 비어있는 영화관 내부(사진: 취재기자 손광익).

대학생 김윤서(24, 부산 사상구) 씨는 남자 친구와 함께 CGV에 심야영화를 보러 갔다. 남자 친구와 단둘이 조용히 영화를 보고 싶었던 김 씨는 주위 좌석이 비어있는 프라임 석을 구매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된 후, 김 씨 커플 주변으로 앞좌석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김 씨는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짜증이 났고, 오랜만의 데이트가 물거품이 됐다”며 “이럴 거면 비싼 돈 주고 프라임 석을 구매한 이유가 없었다”고 불평했다.

메뚜기족 활동을 하는 대학생 윤모 씨는 “뒷좌석이 매진된 것도 아니고 텅 비어있는데 굳이 불편한 앞자리에서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 관객들의 자리를 빼앗아 앉는 건 문제가 되지만, 빈자리로 옮기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애초에 콘서트와 달리 항상 매진되지 않는 극장에 이런 제도를 도입한 것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 메뚜기족의 얌체 수법은 더 교묘하다. 이들은 영화 시작 15분 전 예매 티켓은 100% 환불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한다. 영화 티켓을 이코노미 석과 프라임 석을 동시에 구매한 뒤 영화 시작 15분 전 프라임 석 예매를 취소하고 이코노미 석 티켓을 이용해 입장해 자신이 예매를 취소한 프라임 석에 앉는다. 그들은 영화 시작 15분 전에 급하게 예매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처럼 메뚜기족이 프라임 석을 예매한 후 취소하게 되면, 정작 프라임 석을 구매하려던 이들이 좌석을 예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메뚜기족이 늘어나게 되면 예매는 전부 이코노미 석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관람객들은 전부 프라임 석에 앉아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 클릭 한 번으로 간단하게 예매 취소가 가능한 모바일 티켓(사진: 멀티플렉스 모바일 예매앱 캡처).

이와 관련, CGV 미소지기인 조모(24) 씨는 메뚜기족의 이 같은 얌체 짓에 대해 극장 측이 알고는 있지만 별다른 대응책이 없어 방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영화 상영 중 미소지기가 좌석 문제에 개입하면 다른 관람객에게 방해될 수 있으므로 메뚜기족을 통제하기는 힘들다”며 “회사 측에서 이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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