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소유하면 세금 걷는다?...찬반 논쟁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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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소유하면 세금 걷는다?...찬반 논쟁 거세
  • 취재기자 권지영
  • 승인 2020.01.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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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
찬성측 "책임감 높아져 긍정적인 효과 나타날 것"
반대측 "부담 늘어 유기동물 더 늘고 산업 위축돼"

강아지를 10년 넘게 키워온 정수완(22, 부산시 사하구) 씨는 매달 강아지에게 10~15만 원 씩 쓴다. 그런데 정 씨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동물에 대한 보유세 도입 검토를 하겠다는 소식을 듣고 더 많은 비용이 나갈까 봐 걱정이다. 정 씨는 “병원비와 미용비 등 강아지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드는데 세금까지 낸다면 부담된다”며 “반려동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보유세를 걷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14일 밝혔다(사진: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14일 밝혔다(사진: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지난 1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2024년 동물복지종합계획’에서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 기금을 도입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전문기관 등의 설치․운영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금을 걷기 위한 꼼수’, ‘유기 동물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우려에 농림식품부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친 논의를 해보자는 차원”이라며 “어느 시점에 어떻게 해야 할지는 국회에서 우선 논의를 해줘야 하고 5년 내에는 실현시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해마다 버려지는 유기 동물 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유기 동물의 수는 지난 2014년 8만 1147마리에서 2018년 12만 1077마리로 4년 동안 50%가량 증가했다.

김현정의 뉴스쇼에 따르면 현재 반려동물 놀이터, 구조 작업, 보호 센터 설립 등은 반려인 뿐만 아닌 비반려인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연간 들어가는 비용이 14억 수준이었는데 현재 몇 백억 단위로 올랐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비용이 필요하므로 정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세금을 걷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갑자기 등장한 반려동물 보유세에 대한 여론은 엇갈린다. 세금을 납부해서 반려동물의 보호와 권리가 보장된다며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양육비에 세금까지 부담이 커져 오히려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라온(32, 서울시 서초구) 씨는 “반려동물 보유세 부담으로 동물등록을 안 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고, 오히려 유기견이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된다”며 “제일 시급한 것은 반려동물의 보유세가 아니라 들쭉날쭉한 의료비를 평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더 많은 유기 동물 양산은 물론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한국펫산업소매협회 김경서 사무총장은 “반려동물 보유세는 반려동물 인구의 심각한 감소는 물론 한창 성장하고 있는 펫 산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동물 유기와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기와 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더욱 실효성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강지호(22, 부산시 동래구) 씨는 “정부에서 의료보험 혜택도 안 주고 반려동물에게 해주는 것이 없다”며 “국가에서 애견공원 설립과 배변봉투를 곳곳에 마련하는 등의 복지를 위해 쓰이는 것이라면 찬성”이라고 말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동물권보호단체 동물해방 물결의 이지연 공동대표는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 상당수가 비용의 측면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책임감도 옅은 경우가 많다”면서 “보유세를 부과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따른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그만큼 책임감도 높아지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수민(28, 대전시 대덕구) 씨는 “반려동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반려인에게 세금을 따로 걷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반려동물 보유세 추진 절대 반대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반려동물 의료보험을 만들어 달라”며 “동네마다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말도 안 되는 의료비들, 아파서 버려지는 동물들도 수두룩하다”고 어처구니없는 법안이라고 비판하는 청원을 게시하기도 했다.

한편 일부 선진국들은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훈데스토이어(Hundesteuer)’라는 이름의 보유세를 부과하는 독일이 대표적이다. 지역마다 키우는 종에 따라 다른데, 매년 10만 원 정도의 세금을 낸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등도 반려동물 보유세가 있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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