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청년 투표율 획기적 제고 "방법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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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청년 투표율 획기적 제고 "방법 없을까?"
  • 취재기자 이하림
  • 승인 2016.03.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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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해 봤자" 환멸감, 무력감 팽배... "그래도 청년문제 해결할 곳은 정치 뿐"

 

▲ 4.13 총선에서 청년층 투표율 제고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시빅뉴스 DB).

4.13총선이 1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후보들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청년층의 표심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야 정당들도 청년 일자리 대책과 청년 취업수당, 청년고용할당제 등 맞춤형 공약을 내놓고 20대 표심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은 이번 선거에 큰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20대 투표율 제고가 이번 총선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청년들이 투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대학생 양은진(24) 씨는 이번 4.13 총선에서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양 씨는 “취업 준비 때문에 투표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우리 선거구의 후보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어떤 공약들이 나왔는지도 관심이 없다. 나한테 4월13일은 그냥 빨간 날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김준우(26) 씨도 “낮에 학교에 가고 저녁에는 아르바이트하느라 쉴 틈이 없다. 그날은 학교가 쉬니까 낮에 집에서 쉬고 싶다”고 했다.

20대가 투표를 꺼리는 또다른 이유는 정치인에 대한 혐오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는 유권자들에게 굽신거리다가도 당선되면 안면 몰수하는 것은 다반사고, 뉴스에서 정치인 비리 사건이 안 나오는 날이 없을 정도니 정치인들을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임준익(28) 씨는 “제 아무리 좋은 공약으로 포장을 해도 결국에는 다 '그 놈이 그 놈'이라서 정치인들에겐 신뢰가 안 간다. 좋은 후보를 뽑는 게 아니라 덜 나쁜 후보를 뽑는 기분이어서 아예 투표를 안 하는 게 맘 편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대학생도 정치에 대한 혐오로 투표에 관심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학생 이예은(21) 씨는 “정치라는 말만 들어도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내가 투표한다 해서 지금의 정치판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공천을 둘러싸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여야의 극심한 내홍도 청년들의 정치 혐오를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직장인 김은영(29) 씨는 “여야 할 것 없이 공천을 계파 싸움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국민들에게는 공천 심사 기준조차 알려주지 않으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정치를 믿고 누구를 투표할 수 있겠는가”하고 반문했다. 최근 새누리당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의원들과 친이(친이명박)계 전현직 의원들이 무더기로 탈락했고 유 의원 자신도 등 떠밀리듯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자 청년층 일각에서는 SNS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공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지 앟느냐는 의혹이 제기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 2번에 자신을 이른바 ‘셀프공천’한 것이 빌미가 돼 김 대표와 '친노'세력들이 힘겨룸을 벌인 것에도 비판적인 댓글을 단 청년 유권자가 많았다.

▲ 지난 16대~19대 총선 '20대 청년' 투표율 추이(사진: 취재기자 이하림)

이와 함께 투표를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아예 포기를 해버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학생 김성훈(27) 씨는 “지난 총선 때 ‘반값 등록금’ 공약을 믿고 투표를 했는데 바뀐 게 하나도 없다. 보나마나 이번에도 똑같을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선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실제로 지난 19대 총선에서 ‘반값 등록금’ 공약이 이슈화 되면서 청년 투표율이 41.5%를 기록했다. 이는 18대 총선 청년 투표율인 28.1%보다 13.4%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등록금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선 대학생들의 투표 참가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기대치 자체가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발표된 청년연구소 이길환 박사의 ‘청년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 부산 소재 대학생들의 정치의식 분석’에 따르면 정치가 그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역 대학의 대학생 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개인의 투표참여가 정부정책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응답자는 16.2%에 불과했던 반면 “일반적인 정치 문제가 청년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67.1%나 됐다.

실제로 2012년 19대 총선 때 부산에서 투표율이 가장 낮은 연령대는 25~29살로, 이들의 투표율은 38.2%에 불과했다. 전체 평균 54.6%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은 물론 두번째로 낮은 30~34살 연령대의 40.4%에 비해서도 2.2%P 낮았다. 이는 취업 준비에 바쁘거나 직장에 갓 들어간 이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더 여유가 없었던 데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한몫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에서 청년층이 대거 기권할 것으로 예상되자 여야 정당은 물론 시민단체 등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투표권 자체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만큼 투표로 의사를 표현해야 정치권이 청년층의 권익에 관심을 가지고 대안을 내놓는다는 것.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노년층을 위한 각종 복지 제도가 확충된 것은, 선거 때마다 적극적으로 투표에 임해 일종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노년 유권자를 정치권이 의식하기 때문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균형발전지방분권 박재율 부산대표는 “정치가 문제가 많고 혐오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생활에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치의 역할이 크다”고 청년들에게 투표 참여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날로 높아지는 청년 실업률, 아르바이트 인권 침해, 대학의 황폐화, 비싼 등록금 등 청년들의 고통받는 현안은 결국 정치로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청년들이 투표로써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성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안철현 교수도 "정치에 대한 혐오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자질이 낮은 정치인만 당선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한국 정치의 발전에 힘을 보태고 현 사회에 대한 책임을 정치인들에게 물으려면 일단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청년들의 투표를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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