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스크린 도어 공사중, 승객 안전은 '외면중'
상태바
지하철 스크린 도어 공사중, 승객 안전은 '외면중'
  • 취재기자 이령희
  • 승인 2016.03.19 1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리 차단막 미처 안끼워진 곳 통해 학생들 아찔한 장난 일쑤...안전 "나몰라라"

최근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전국적으로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스크린 도어) 설치공사가 진행되면서 부산 도시철도 역사의 승강장에도 스크린 도어가 한창 설치 중이다. 그런데 스크린 도어 공사 중인 승강장 일부는 도어 뼈대 사이에 유리창이 끼워져 있고, 일부는 아직 끼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절한 차단막도 없어서 일반 승객들은 물론 특히 어린 학생들이 추락 등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직장인 이윤호(35, 부산시 사하구 신평동) 씨는 최근 스크린 도어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인 노포역을 이용했다. 그런데 승강장에 아예 아무 것도 없던 이전보다 스크린 도어 공사 중일 때가 승객들에게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문이 끼워져 있어야 할 곳에 유리문도 없고, 그곳을 가리는 적절한 차단막이 없을 뿐더러, 승강장 주변에는 안전 요원도 보이지 않았고, 주의 문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씨는 “스크린 도어가 부분적으로만 설치된 지금, 오히려 이용객들이 위험에 더 노출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전국적으로 승강장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승강장에서 승객의 선로 추락사고와 자살사고가 잇따르자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모든 광역·도시철도 승강장에 스크린도어 설치를 의무화했다. 철도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에만 도시철도 승강장 추락 사망자 수는 전국적으로 33명이며, 그중 25명이 자살, 6명이 순수 추락사 등으로 집계됐다. 

현재 부산교통공사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부산 도시철도 1호선 6곳, 2호선 15곳 등 총 21개 역에서 스크린 도어 제작 설치 공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스크린 도어는 승객들이 붐비는 승강장에서 공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어서 일부 구역은 유리문도 없고 적절한 차단시설도 없는 상태로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스크린 도어가 완전히 설치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열차가 운행되고 있어 승객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사하역 승강장(사진: 취재기자 이령희).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사하역에도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문이 열리고 닫히는 스크린 도어 일부분은 아직 유리가 끼워져 있지않다. 장난기가 많은 어린 학생들은 스크린 도어가 아직 설치되지 않은 곳으로 몸을 집어넣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도시철도를 타러 온 주부 강미영(33, 부산시 서구 서대신동) 씨는 “보호자가 있으면 아이들을 통제하는 게 가능하지만, 아이들끼리 있다면, 뻥 뚫린 스크린 도어는 아이들의 장난을 유발하기 쉽다”고 말했다.

승객 이승희(24, 부산시 남구) 씨도 도시철도 2호선 전포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스크린 도어가 아직 공사 중이어서 유리문이 미설치된 곳 앞에서 장난 치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이들이 뻥 뚫려 있는 부분에 호기심이 더 발동해 장난을 치는 것 같다”며 “제대로 된 주의 문구가 부착돼 있지도 않았고 안전요원도 없었다”고 했다.

공사가 진행 중인 부산 도시철도역엔 선로마다 1명의 안전요원이 배치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지역 노인들이 안전요원을 맡고 있는 데다 긴급상황 때 취해야 할 응급조치  교육도 충분히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공사 기간 임시로 고용된 상태로 하루 6시간씩 3교대 근무하며 현장 안전요원에게 필요한 교육을 따로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까지 안전요원으로 근무했던 김만호(69, 부산시 사하구) 씨는 노인들에게 일거리를 준다고 해서 스크린 도어 공사 현장 안전요원에 지원했다. 그는 채용과정에서 별다른 교육은 없었으며 승객들이 선로 가까이 다가가면 안전선 밖으로 물러서도록 안내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김 씨는 “출퇴근 시간에는 승객들이 붐비는데 그 시간이 제일 위험하지만 혼자서 감당하기엔 버거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스크린 도어 공사 현장 안전요원이 임시직이어서 건장한 성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지역 노인들이 채용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건강하신 분들이면 모두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어 있는 스크린 도어를 신속히 설치하고 공사 현장에서 승객들의 주의를 더 적극적으로 환기하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