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법’ 16일부터 시행...노동계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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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법’ 16일부터 시행...노동계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비판
  • 취재기자 김수현
  • 승인 2020.01.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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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법 개정안...실효성에 여전히 의문
노동부에 인권위 권고 이행 촉구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이른바 ‘김용균법’이 16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본연의 취지에 못 미치는 내용 탓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안법 개정안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도급(하청)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故) 김용균 씨 사건이 계기가 돼 2018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린다.

김용균법은 산재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 범위를 기존 22개 위험 장소에서 원청 사업장 전체와 사업장 밖 원청이 관리하는 장소로 확대했다. 도금과 수은, 납 가공 등 위험 작업은 아예 사내 도급이 금지되고, 독성물질 취급 업무는 사내 도급을 할 경우 반드시 미리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재 사고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처벌 수위도 한층 강화됐다.

하지만 개정 산안법이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정 산안법이 도급을 금지한 것은 도금이나 수은, 납, 카드뮴 관련 작업뿐이다.

그 밖에 위험한 작업을 도급하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정부는 입법 예고한 하위 법령에서 그 대상을 ‘1% 이상의 황산, 불산, 질산, 염산을 취급하는 설비를 개조·분해·해체·철거하는 작업’으로 한정했다. 김 씨가 했던 전기사업 설비의 운전·점검 업무를 비롯해, 노동자들이 하는 대부분의 업무가 도급 금지 대상도, 승인 대상도 아니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 씨를 추모하기 위한 영결식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한 여성노동자가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 더 팩트 제공).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 씨를 추모하기 위한 영결식이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한 여성노동자가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 더 팩트 제공).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도급이 금지되는 유해위험작업의 범위를 확대하기 바람’이라는 권고를 전달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은 화학적 요인에 한정되지 않고, 변화된 산업구조에서 작업공정·작업환경에 따라 다양한 유해위험 요인이 존재하나 개정 산안법은 여전히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위장도급’을 막기 위해 원청이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내렬 경우 이를 불법파견으로 인정하는 지침을 상위법령으로 규정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동부는 오는 20일까지 인권이 권고에 대한 수용 여부를 답변해야 한다.

노동계도 고용노동부가 해당 권고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규탄하며, 김용균법을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보완하고, 사업주에 대한 처벌 규정도 하한형을 도입해 산재 사고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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