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들 ‘코피노’로 속여 필리핀에 유기한 한의사 부부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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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아들 ‘코피노’로 속여 필리핀에 유기한 한의사 부부 실형
  • 취재기자 박상현
  • 승인 2020.01.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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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으로 보낸 것은 아이의 교육을 위한 조치” 주장
아이는 현재 귀국한 상태지만 부모를 만나기를 거부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로 속여 해외에 유기한 부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C 군은 현재 "아버지가 나를 또 숨길 것이다. 엄마는 나를 또 때릴 것"이라며 가족과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C 군은 현재 "아버지가 나를 또 숨길 것이다. 엄마는 나를 또 때릴 것"이라며 가족과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부산지법 형사 4단독 부동식 부장판사는 9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48)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그의 아내 B(49) 씨에게도 같은 형량을 내렸고, B 씨는 이날 법정 구속됐다.

A 씨 부부는 2014년 1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자폐증세가 있는 아들 C(15) 군을 필리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2014년 11월, 필리핀의 한 선교사에게 당시 9세였던 자기 아들을 코피노로 소개했다. 그리고 본인이 아내도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A 씨 부부는 아들을 필리핀으로 데려가기 6개월 전에 개명했다. 또한 선교사에게 맡긴 뒤 아들의 여권을 회수해 귀국했다. 귀국 후에는 양육비 명목으로 3천 500만 원을 송금하고, 전화번호를 바꾸고 자신의 이메일을 삭제했다. 그래서 선교사는 A 씨와 연락할 수 없었다.

A 씨는 아이를 선교사에게 맡기면서 아이가 질병에 걸리거나 사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도 작성했다. A 씨 부부는 아들을 필리핀에 유기한 후 괌과 태국 등으로 여행 다닌 사실도 확인됐다.

A 씨 부부의 행위는 필리핀 선교사의 동료가 국민 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이를 본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이 수사를 의뢰하면서 경찰은 외교부와 함께 C 군을 한국에 데려왔고, 수소문 끝에 A 씨를 찾았다.

A 씨 부부의 아들 유기는 필리핀 이전에도 있었다. 부부는 2011년 3월, C 군을 경남 마산의 한 어린이집에 맡겼다가, 2012년부터 충북 괴산의 한 사찰에 1년여 동안 지내게 했다. 어린이집과 사찰 유기 때도 아들의 나이, 부부의 이름 등을 알려주지 않았고, 전화로만 연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뿐만 아니라 부부는 한때 네팔에 C 군을 유기하기도 했다. 당시 버려졌던 C 군은 현지인의 도움으로 만 6세도 되지 않은 나이에 혼자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사실상 가벼운 자폐증세를 보였던 C 군의 증상은 4년간 필리핀 보육원 시설을 옮겨 다니며 악화됐다. C 군은 최근 조사 결과, IQ 39, 중증도의 정신지체 판정과 더불어 왼쪽 눈도 실명한 상태다.

재판부는 “C 군을 필리핀으로 보낸 이후 단 한 차례도 연락을 취하거나 만나러 가지 않았다”며 “귀국한 C 군 역시 현재 A 씨 부부를 만나기를 거부하고 있다. 병원 퇴원 이후에도 아동복지시설에서 지내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A 씨 부부의 방치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C 군은 건강이 더욱 악화됐다”며 “C 군의 현재 건강 상태와 A 씨 부부에게 보이는 태도 등을 볼 때 아동 유기와 방임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판사는 “A 씨 부부는 부모로서 아이를 정상적인 가정에서 양육하고 안전하게 보살필 의무를 소홀히 하고 C 군을 유기한 뒤 방치했다”며 “A 씨가 범행을 주로 행했지만, B 씨 역시 이를 묵인했다. 부부는 공동육아책임이니 두 사람 모두를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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