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뭔데? 사원 주제에…” 회장 딸의 직장 내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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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뭔데? 사원 주제에…” 회장 딸의 직장 내 갑질
  • 취재기자 박상현
  • 승인 2020.01.1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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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교라도 나오지, 네가 그거밖에 안 되니까 여기 있는 거야”
“그렇게 잘났으면 다른 데 가지, 네가 이사님 딸이야? 이사님 조카야?”

노컷뉴스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철강회사에 정규직으로 채용된 A(27) 씨가 옆 부서 차장 B 씨로부터 여자 화장실 청소를 강요받고, 오물이 묻은 휴지를 몸에 맞는 등 회사 내 갑질을 당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란,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이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란,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이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2019년 1월 A 씨는 C 철강 회사에 품질보증 업무 관리로 채용됐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A 씨는 옆 부서 차장 B 씨로부터 회사 내 여자 화장실 청소를 지시받았다. A 씨는 화장실 청소가 계약서에도 명시 안 된 부당한 대우인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 회장의 딸이자 상사였던 B 씨의 지시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A 씨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있었던 대리님에게 화장실 청소를 내가 하는 게 맞냐고 물었다.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화장실 청소를 하며 쌓였던 설움은 함께 청소하던 동료가 퇴사하자 터졌다. 같은 해 11월 27일 B 씨가 A 씨에게 화장실 휴지통을 비웠냐고 묻자, A 씨는 혹시 나만 비워야 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B 씨는 A 씨에게 신경질을 내면서 "여태껏 말귀를 못 알아들었냐. 휴지통 안 비울 거면 여자 화장실을 쓰지 마라"고 말하는 등의 폭언을 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A 씨는 회사에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면담은 잡히지 않았고, B 씨의 폭언만 계속될 뿐이었다. 문제를 제기한 다음 날 B 씨는 A 씨를 호출해 “일개 사원 주제에 어디서 개싸가지를 부리고 있냐”며 “내가 이렇게 말해야지 니 귓구멍에 말이 들어가냐? 니가 이사 딸이나 이사 조카라도 되냐” 등의 폭언을 일삼았다.

그 후 B 씨는 A 씨를 여자 화장실로 끌고 갔다. B 씨는 “휴지통에서 니가 쓴 휴지만 찾아라”고 말하며 A 씨의 몸에 고무장갑을 던졌다. 당황한 A 씨는 “어떻게 내가 쓴 휴지만 찾을 수 있느냐. 그냥 내가 전부 치우겠다”고 답했다. 그런 A 씨에게 B 씨는 "그렇게 잘났으면 4년제 대학교를 나오지. 네 주제가 그것밖에 안 되니까 여기 있는 것이다"라며 폭언을 지속했다. 또한 사무실로 도망치듯 들어온 A 씨를 뒤따라온 B 씨는 전 직원 앞에서 오물이 묻은 휴지를 A 씨 몸에 뿌리고 휴지통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큰 상처를 입은 A 씨는 당일 오후 조퇴 후 경기고용노동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했다. 또한 트라우마가 남아 병원에 가서 상담까지 받았다. A 씨는 "씻으려고 화장실에 가도 뭔가 문을 열어놔야 할 것 같고 소리에도 부쩍 예민해졌다"며 "사건 직후 1~2주는 잠을 잔 듯 만 듯 계속 악몽을 꾼다. 내가 이런 일을 겪었다는 생각이 반복되며 잠도 깊게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병가를 낸 A 씨는 회사에 B 씨의 사과 등을 포함한 대책 마련을 전제로 복직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또한 A 씨는 회사가 자신의 4대 보험을 상실 신고하면서 해고 절차를 밟고 있고, 노동청에는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고 A 씨 스스로 회사를 나간 것이라고 허위보고를 했다고 주장한다.

경기노동지청은 C 회사의 허위보고 및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경기노동지청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먼저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조만간 피해자와 회사 측을 직접 방문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C사 측은 사실관계를 묻는 취재진의 연락에 "사실관계와 다르며, 당사는 해당 사항이 없으니 물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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