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념사]시빅뉴스 세 돌, 작지만 강한 언론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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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념사]시빅뉴스 세 돌, 작지만 강한 언론 되겠습니다
  • 발행인 정태철
  • 승인 2016.03.1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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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철 시빅뉴스 대표

<시빅뉴스>는 2013년 3월 15일 인터넷 신문으로 관계 기관에 등록하고 정식으로 출범했습니다. 올해가 창간 3주년입니다.

<시빅뉴스>는 학교기업입니다. 대학신문이나 대학주보와 같은 학내 언론사인 줄 알고 우리에게 전화가 잘못 걸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는 대학신문이 아닙니다.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처럼 일반인을 상대로 세상일을 다루는 인터넷 신문 중 하나입니다. 다만, <시빅뉴스>는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학교(경성대학교)가 투자한 기업입니다. 그래서 법률상 명칭이 학교기업입니다.

학교기업은 두 가지 점에서 일반 기업과 다릅니다. 학교기업은 일반기업처럼 국세청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매출액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수익은 반듯이 장학금 또는 기자재 구입 등으로 교육에 재투자되어야 합니다. 또 하나, 학교기업은 교육과정과 연계되어야 합니다. 이는 학교기업은 기업활동을 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현장실습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시빅뉴스>의 겉모양은 대한민국 여느 인터넷 신문과 동일합니다. 다만, 그 속에는 미래 언론인들에게 살아있는 현장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하고, 수익은 다시 장학금과 시설 기자재 구입비로 교육에 환원되어야 한다는 ‘착한’ 목적이 깃들어 있습니다.

<시빅뉴스>는 지난 3년 간 열심히 살아 왔습니다. 우리는 진실을 보도하고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취재원을 보호하고 남의 명예를 존중하려고도 노력했습니다. 단 한 줄의 정보도 정확하고, 과장하지 않으며, 왜곡하지 않으려고 신중에 신중을 기했습니다. 독자들의 항의가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 항의가 우리 잘못으로 판명되면, 우리는 해당 콘텐츠를 즉시 시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꿈에서도 ‘참 좋은’ 언론이라는 한 방향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녹녹지 않았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돈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이상적인 언론이 되기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우리 목소리를 들어 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우리보다 뉴스 질에서 훨씬 뒤진다 해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며, 편파적인 언론을 더 좋아했습니다. 우리를 봐주는 독자들이 적으니 광고는 적게 들어왔고, 광고 수익이 적으니 경영은 학교의 투자와 인턴기자들의 열정페이가 없으면 버티기 어려웠습니다. 언론은 세상을 뉴스로 보도하고 세상에 대해 비판합니다. 그게 언론의 2대 기능입니다. “게이들이 여성의 가슴을 처음 만졌을 때 보이는 반응은?”이란 기사가 정상적인 언론의 가사라고 봐야 할까요? 이게 과연 무엇을 보도하는 뉴스이고 무엇을 진단하는 논평이란 말입니까? 그러나 사람들은 제법 인지도 있는 인터넷 신문에 나오는 이런 종류의 뉴스에 ‘좋아요’를 수십 만 건 누르며 열광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7,000개에 육박하는 인터넷 신문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매년 1,000개가 넘는 인터넷 신문이 새롭게 등록되고, 그와 비슷한 숫자의 인터넷 신문들이 매년 문을 닫습니다. 그 중 사이트만 만들어 놓고 활동이 유명무실한 인터넷 신문들이 부지기수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인터넷 신문 숫자는 1,000여 개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인터넷 신문들이 대한민국에서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인터넷 신문의 생존 원리는 지극히 간단합니다. 인터넷 신문은 무료입니다. 그래서 구독료 수입이 제로입니다. 인터넷 신문은 오로지 광고와 기타 사업 수익이 수입원의 전부입니다. 광고주는 사람이 몰리는 곳에 광고합니다. 인터넷 신문에 사람이 많이 몰려야 광고주가 당연히 그 인터넷 신문에 광고하고, 그 인터넷 신문은 광고수익을 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무료인 인터넷 신문에 사람들이 몰려와 클릭하게 하는 방법은 단 하나 사람들을 유혹하는 겁니다.

선정적 콘텐츠는 가장 흔한 인터넷 신문이 사람들을 클릭하게 현혹하는 수법입니다. “성매매 의혹 중견배우 A는 누구?”라는 식으로 궁금해서 클릭 안 할 수 없는 기사 제목을 다는, 일명 낚시제목은 삽시간에 엄청난 클릭수를 유도합니다. "떡실신," "조이는 맛" 등 섹스를 연상시키는 광고가 사이트 지천에 난무하고, 독자들은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광고를 피해 기사를 읽느라 분통을 터트려야 합니다. 인터넷 신문은 뉴스 미디어가 아니라 광고 미디어가 돼 버렸습니다. 

포털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검색어를 치고 들어옵니다. 그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실시간 검색어입니다.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문장 중 단어로 들어가는 기사를 인터넷 신문이 올리는 순간, 그 인터넷 신문은 그 즉시 방문자수가 급증합니다. 그 순간의 클릭수를 계속 유지하려면 그 검색어가 들어가는 기사를 급조해서 또 올려야 합니다. 제목만 바꿔서 올리든지, 딱 한 문단만 어디서 훔쳐와 덧붙여서 다시 올리는 수법이 동원됩니다. 실시간 변하는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이 '짓'을 하루 종일하면 광고주가 혹하는 클릭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게 소위 기사 반복 전송, 또는 어뷰징(abusing)이라는 겁니다. 많은 인터넷 신문들이 어뷰징 기사를 쓰는 알바생을 고용한다는 말이 나돕니다. 심지어 중앙 일간지도 클릭수에 안 밀리려고 실시간 검색어 대응 알바생을 쓰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입니다. 인터넷 신문의 생존 경쟁이 이런 사태를 낳고 말았습니다.

인터넷 신문 기사는 생산자가 자신들의 DB에서 삭제하기 전에는 절대 디지털 세계에서 없어지지 않습니다. 한 개인에 대한 허위 비방 기사가 1인이 운영하는 어느 엉터리 인터넷 신문에 실려도, 그 기사는 검색하면 언제나 인터넷에서 뜨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비록 사실이 아니라 해도 음해성 기사가 인터넷에 떠도는 한, 기업이나 단체들은 이게 부담이 되어 소위 ‘듣보잡’ 인터넷 신문들의 기사화 협박에 금전 협찬을 하게 됩니다.

대개 인터넷 신문들은 정치적으로는 진보의 색채를 띠고 있습니다. 세상의 언론은 색깔이 다양해야 합니다. 그런데 거의 예외가 없이 진보적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와 시대에 진보적 목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터넷 신문을 클릭하는 독자들이 대개는 젊고 정치적 성향이 그렇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1830년대에 세계 최초로 박리다매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값싼 신문인 페니 프레스(penny press)가 미국에 등장했습니다. 돈 많은 지식인의 전유물이던 종래 신문을 누구나 싼 값에 볼 수 있게 페니 프레스들은 신문 값을 종전보다 1/6정도 낮춰서 겨우 1페니(1센트)에 살 수 있게 했습니다. 이때 페니 프레스 중 하나인 <뉴욕 트리뷴> 지는 공산주의자 칼 마르크스의 칼럼을 100회 이상 게재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잠재적 거대 독자군이었기 때문입니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는 사실입니다. 19세기 최대 언론 재벌이었던 퓰리처의 생존법도 이와 유사했습니다. 퓰리처는 여성참정권을 옹호했고 기업을 비판했습니다. 그의 진보 마케팅으로 여성과 노동자들이 퓰리처 신문의 애독자가 됐고, 그는 거금을 벌었습니다.

언론의 경영안정은 자본주의에서 필수적입니다. 그 어떤 목사님도 텅빈 교회에서는 설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론이란 기업은 상업성과 동시에 국민의 알권리라는 공익성을 동시에 섬겨야 하는 '이색' 업종입니다. 우리나라 신문은 소셜 미디어 시대를 맞아 구독료 수입이라는 안정적 재정 기반을 잃고 광고료 의존형 수익 체제에서 힘겹게 살고 있습니다. 오늘날 언론은 공익성에 기여할 여유가 없고 사적 이윤을 좇아 긴박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사회에서 언론은 상업성과 공익성이란 양날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처럼 우리나라 언론이 재정적 생존에 급급할수록 국민의 알권리와 사회 비판의 공적 기능은 멀어지게 됩니다.

우리 <시빅뉴스>는 언론의 정도(正道)를 걷고자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 우리는 인터넷 신문의 광고 의존적 수익 구조를 극복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시빅뉴스>의 공익적 목적에 동조하는 후원자들의 구독료, 후원금을 기반으로 독립적 목소리를 내는 언론의 길을 가려고 합니다. 우리 <시빅뉴스>는 큰돈을 버는 기업형 인터넷 신문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헌신하고 사회의 내비게이션 같은 존재로 남아, 작지만 착하고, 참 좋은 언론으로 평생 남으려 합니다.

로봇이 기사를 쓰고 인공지능이 칼럼을 쓰는 먼 미래 시대가 온다해도, 우리 <시빅뉴스>는 누구의 의도대로 사전에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가장 인간적인 인간의 목소리를 내는 언론의 길을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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