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이 들리니 더 우울해”...연말 증후군 의심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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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이 들리니 더 우울해”...연말 증후군 의심해봐야
  • 취재기자 조재민
  • 승인 2019.12.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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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SNS 통한 ‘상대적 박탈감’ 원인
미국심리학회, 홀리데이 블루스로 명명
에브리타임, 우울감 호소 게시글 빈발
연말이 되면 평소보다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감을 느끼는 ‘연말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사진: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연말이 되면 평소보다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감을 느끼는 ‘연말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사진: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대학생 조 모(23, 부산 연제구) 씨는 요즘 들어 우울감을 느끼고 기운이 없다. 대학 4학년인 조 씨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이룬 것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조 씨는 매일 아침 자격증 공부와 취업 준비를 하기 위해 학교를 간다. 등굣길에 보이는 주변 가게에선 신나고 밝은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린다. 조 씨는 “요즘 들어 이유 모를 우울감에 빠진다. 나만 빼고 연말 분위기를 다 즐기는 것 같아 소외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조 씨와 같이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말에 외로움이나 심한 우울감을 느끼는 증상을 일명 ‘연말 증후군’이라고 한다. 미국심리학회(APA)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홀리데이 블루스(Hoilday blues)’라고 명명했다. 이는 자신이 만족하지 못한 해를 보냈다고 느끼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이 연말을 즐겁게 보내는 모습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을 느끼는 것이다.

연말 증후군을 겪는 연령대는 SNS를 자주 사용하는 20, 30대다. 취업 준비생 강도현(26, 경기 용인시) 씨는 최근 토익시험에 응시했다. 만족스러운 점수가 나오지 않아 우울해하던 중 SNS에 올라온 친구들의 크리스마스 파티 사진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강 씨는 “이맘때면 다들 연말 분위기를 즐기면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다”면서 “작년부터 준비한 시험이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내년까지 준비할 생각에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험을 잘 쳐서 가족들이 있는 구미에 내려가려 했지만 눈치가 보여 그러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연말이 되자 우울감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의 게시글(사진: 에브리타임 앱 화면 캡처).
연말이 되자 우울감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의 게시글이 에브리타임에 많이 올라와 있다(사진: 에브리타임 앱 화면 캡처).

국내 최대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도 연말 증후군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연말이라 약속이 많이 잡히는데 막상 나가면 귀찮다. 연말이라 그런지 너무 우울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연말 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은 상대적 박탈감이다. SNS를 통해 타인의 화려한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상실감이 커지는 것이다. 동명대학교 김정남 교수(상담심리학과)는 시빅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SNS가 발달하면서 다른 사람의 생활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대다. 타인의 행복한 모습만 보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연말 증후군으로 인해 우울감을 느껴 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었다. 부산시립정신병원 관계자는 “연말에 우울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평소보다 많이 찾아온다”며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만의 즐겁고 건강한 연말을 보내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정보 회사 ‘듀오’가 20, 30대 미혼 남녀 365명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감정’을 조사한 결과, ‘행복’(4.9%)과 ‘재미’(7.4%)를 느끼기보다는 ‘우울’(25.8%) 과 ‘부러움’(25.5%)을 느낀다는 사람이 더 많았다. 듀오 관계자는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이 많다. 혼자 알찬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연말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김 교수는 “나에게 중요한 건 다름 아닌 자신이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하면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햇볕을 쬐면서 산책하기,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등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연말연시를 특별한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즐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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