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연출을 분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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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연출을 분석하다
  • 부산시 금정구 안진우
  • 승인 2019.12.2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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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82년생 김지영'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지난 10월, 조남주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했다. 개봉 전부터 ‘극심한 페미니즘 이야기다’, ‘남성 혐오를 부추긴다’는 등의 의견으로 비난과 공격을 받았던 작품이다. 그런데도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사로잡았다.

일각에서는 이 영화가 사회의 남녀 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난도 있지만, 나는 이 영화를 하나의 영화작품으로 생각하고 연출을 분석해 봤다. 영화연출은 영화 내용의 기획 및 표현과 관련된 모든 창의적인 연출활동을 의미한다. 기획에서부터 촬영, 편집 등 과정을 포함하며 그 개념과 정의 또한 아주 다양하다. 지극히 주관적인 시점으로 이 영화를 보며 기억에 남는 연출들을 찾아봤다.

베란다 프레임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지영

영화 속에서 지영은 베란다 밖을 쳐다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 부분에서는 사회로 나가 능동적인 사회인의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지영의 욕구가 나타난 부분이다. 하지만 지영은 ‘집’이라는 물리적 장소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그저 울타리 안에서 밖만 쳐다보는 신세다.

영화에서 프레임 속에 인물을 배치하는 것은 답답하거나 막막한 상황을 연출하는 데 흔히 사용되는 기법이다. 영화 속에서 엄마와 통화를 하며 우는 지영의 모습은 베란다의 창문틀에 갇혀 있다. 때문에 지영의 답답함과 고립감이 더욱 강조되는 부분이다.

물건과 공간으로 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

영화 초반 능동적이고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표현된 김 팀장이 등장한다. 하지만 김 팀장도 회사 남자 상사들 앞에서는 뜻을 굽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이 장면 속에서도 깨알 같은 배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 팀장을 포함한 모든 여성의 커피컵은 종이컵이었지만, 남자들의 커피컵은 머그잔이었다. 현 사회에서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더 대접받고, 권위적인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감독은 이런 깨알 같은 배치로도 영화의 주제를 한층 더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영화 속 지영의 공간은 부엌이다. 식탁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식탁에 앉아 있는 모습이 많이 연출 된다. 그에 반해 남편인 대현은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모습이 함께 잡힌다. 이런 연출 또한 부엌은 여자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영화 속 대현은 지영과 대화를 위해 지영의 공간인 부엌으로 들어가서 대화를 나눈다.

사회적 활동을 하는 지영을 나타내는 ‘파란색’

영화 속에서 지영은 엄마가 아닌 사회인 김지영으로 처음 나서는 장면에서 파란색 코트를 입고 집을 나선다. 또 다른 사회적 활동을 시도하는 장면에서도 파란색 가디건을 입고, 영화의 마지막에서도 파란색 줄무늬 셔츠를 입고 있다. 그리고 지영의 공간인 부엌에는 유독 파란색이 가득하다.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이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는 사회에서 사회적 활동을 시도하는 지영의 모습에 파란색을 덧댐은 더욱 의미 있는 연출로 기억된다.

대현이 휴직을 하고, 지영이 일을 하려는 장면에서 지영은 시어머니에게 호된 야단을 듣고 그 꿈을 접는다. 이 장면에서는 지영이 욕조에서 딸을 씻기는데, 딸이 욕실 벽면에 파란색 물감으로 그린 그림을 샤워기로 지운다. 이 장면은 자신의 마음속 크게 자리 잡고 있던 사회생활에 대한 꿈을 접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다. 현 사회에서 남성혐오, 여성혐오, 페미니즘 등의 성별간 갈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일각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남성에게 초점이 맞춰서 스토리가 구성된 영화도 분명 많다. 또한 스토리와 별개로 그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연출력도 좋은 작품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영화라는 매체로 풀어낸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불편하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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