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들, “간단하고 문항 적어 거부감 없고 유용해서 기관 등에서 사용 중”
MBTI 측, “장기간 개발한 검사로 안정적…전문가 도움 받아 실시하기를 권장”
요즘 마이어스-브리그스 성격유형검사(Myers-Briggs Type Indicator), 줄여서 MBTI 검사가 유행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신뢰하고 있고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이 검사에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MBTI 검사 결과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모르고 있다.
MBTI 검사는 성격유형을 측정하기 위해 이사벨 마이어스와 캐서린 브리그스가 1900년에서 1975년까지 개발한 검사로, 칼 융의 성격유형이론을 근거로 제작됐다. MBTI 검사에는 에너지 방향, 인식 기능, 판단 기능, 생활 양식 등 총 네 가지의 지표가 포함돼 있다. 에너지 방향은 개인의 에너지와 관심 방향이 자신의 ‘외부와 내부’ 중 어느 쪽을 향하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고, 인식기능은 개인이 대상의 인식과 지각에서 '감각'을 사용하는지, '직관'을 사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판단 기능은 개인이 판단할 때 ‘사고'와 ‘감정’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고, 생활 양식은 개인이 실생활을 대처하는 방식에서 ‘판단'과 ‘인식’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따라서 MBTI는 사람의 성격이란 4가지 지표에서 각각 2개 유형이 나오는 것이라는 전제로 측정되는 검사이며, 이를 도식화한 것이 아래 그림이다.
위 그림과 같은 구분에 따라서, 에너지 방향은 외향(E) - 내향(I), 인식 기능은 감각(S) - 직관(N), 판단 기능은 사고(T) -감정(F), 생활 양식은 판단(J) - 인식(P)으로 나뉜다. 이들을 조합하면 2X2X2X2 가 되어, 결과적으로 사람의 성격 유형은 ESTJ부터 ISFP까지 총 16개의 유형이 나온다. 16개의 유형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아래 도표와 같다.
MBTI 검사는 피검사자에게 93개의 문항을 질문하게 된다. 그러면 피검사자는 각 문항마다 1점부터 5점까지 동의하는 정도를 표해야 한다. 피검사자가 표시한 93개 문항의 5점 척도를 컴퓨터에 입력해서 피검사자의 성격 유형을 판단하게 된다. 검사를 원하는 사람은 MBTI 무료 검사 사이트인 16personalities에서 약식으로 검사할 수 있고, 정식 검사를 받고 싶으면, 한국 MBTI 연구소로 직접 신청해서 검사를 받거나, 대학상담센터나 각종 상담기관 가운데 MBTI검사가 가능한 기관을 찾아가서 검사를 받으면 된다.
요즘 특정한 상황에서 MBTI 유형별 행동을 예상하는 콘텐츠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전문적으로 MBTI 유형별 행동을 설명해주는 유튜브도 등장했다. 이렇게 MBTI의 늪에서 살고 있는 지금, MBTI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시민들은 대부분 MBTI 검사 결과를 신뢰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조아영(21, 부산 해운대구) 씨는 MBTI 검사 결과와 자신의 실제 성격 유형이 비슷해서 MBTI 결과에 공감이 됐다. 조아영 씨는 “나는 주변 사람들의 일상에 대해 아는 것을 좋아하고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자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MBTI 결과가 그 부분에 대해 자세하게 나타나서 MBTI는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인 서하민(24, 부산 남구) 씨도 MBTI 검사 결과를 신뢰한다. 서하민 씨는 MBTI검사를 했는데 그 결과가 자신의 일하는 스타일과 자신의 성격 과 유사한 유형을 제시해서 신뢰가 간다. 서 씨는 “나는 일할 때 계획을 세우고 하는 스타일이라 내 성격은 MBTI 검사 결과 유형인 ESFJ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인 권병수(26, 부산 해운대구) 씨는 MBTI검사 유형과 자신의 직업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권병수 씨는 MBTI 유형을 보고 자신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알게돼서 좋다고 생각한다. 권 씨는 “사람이 평소 생활에서 자신의 성격 유형을 잘 알수 없는데, MBTI결과를 보니까 평소 생활에서 자신의 실제 모습과 많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생 손민혁(23, 부산 동래구) 씨는 MBTI 검사 결과가 사람을 틀에 맞추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손민혁 씨는 사람의 성격에는 여러가지 면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유형으로 규정짓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손 씨는 “MBTI 검사 결과로 전체적인 성격을 알 수는 있지만 사람은 꼭 그 유형에 맞는 행동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서 사람 성격의 본질을 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경성대 심리학과 임낭연 교수는 MBTI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임 교수는 MBTI 검사의 성격 유형화가 사람들을 억지로 특정 유형에 맞추려는 측면이 있고, 측정을 여러 번 하면 검사할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서 측정의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해, 시빅뉴스에 보내온 이메일을 통해서, 한국 MBTI 연구소는 MBTI는 과학적 표준화 절차를 밟아 제작, 출판된 심리검사이며, 따라서 모든 표준화된 심리검사가 제시하고 있는 신뢰도와 타당도를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 MBTI 연구소는 MBTI검사가 많은 연구비를 투자해서 안정적이고 정확한 결과가 나오도록 장기간 개발된 검사 장치이므로 믿을 수 있는 검사라고 주장했다. 한국 MBTI 연구소는 “우리 클라이언트들로부터 실제 검사 결과를 회사 업무에 적용했을 때 그 결과는 안정성이 있고 정확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경성대학교 학생상담센터도 MBTI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경성대 최희제 상담사는 MBTI 검사를 실시하는 주된 이유로 검사의 간편함을 꼽았다. 최희제 상담사는 심리 검사 중에는 검사 문항이 몇 백 개씩 되는 검사도 있는데, MBTI는 검사 문항이 적고 간단해서 피검사자들의 거부감이 적어서 MBTI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성대학교 심리학과 이수진 교수는 MBTI 검사를 자기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사용할 수 있지만 주의를 요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교수는 사람의 성격이란 사회적 성숙이나 외부의 기대 등으로 인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남성들은 군 전역 후에 자신의 성격이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MBTI검사 결과로 모든 자신의 성격을 파악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MBTI 연구소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나 기관을 통해 정식으로 표준화된 MBTI 검사를 받고 그에 따른 전문적인 해석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MBTI 연구소는 “전문가의 도움을 제대로 받는다면 MBTI 성격검사는 대인관계 갈등해소, 청소년 청년의 학습과 심리상담 및 진로상담, 부부상담, 가족상담, 리더십개발, 조직개발, 팀 빌딩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MBTI 검사에 대해 최희제 상담사는 특히 해석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희제 상담사는 “검사 결과 나온 점수 등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조심스럽게해석해야 하며, 나타난 성격 유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므로 점수를 잘 해석하고 이해해서 ‘내게 이런 특성이 있구나’정도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진 교수는 MBTI검사 결과를 올바르게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전문가에게 검사를 받고 또 전문가에게 해석을 받을 것, 자신의 성격을 너무 단순화하지 말고 다차원적으로 봐야 하며 결과를 맹신하지 말 것, 검사 목적을 잘 생각할 것 등 세가지 방법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