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교육청 ‘교복 표준화’ 에 학부모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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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교육청 ‘교복 표준화’ 에 학부모들 반발
  • 취재기자 이하림
  • 승인 2016.03.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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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동복(冬服)부터 적용 방침" 발표하자, "지금이 60~70년대냐?"
▲ 표준디자인 적용된 교복(사진: 부산광역시교육청 제공).

부산시 교육청이 학부모의 교복비 부담을 줄이고 학교가 교복으로 학생을 규제하려는 경향을 완화하기 위해 부산시 중·고등학교 교복의 디자인 표준화 방침을 발표했지만, 정작 이 제도의 수혜자여야 할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같은 정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부산시 교육청은 새로운 교복 표준 디자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부산시내 전체 중·고등학교가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는 남청색, 회색, 검정색 등 3가지 색상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남녀 동·하복 각각 2종을 표준 디자인으로 개발했다. 이들 색상과 디자인을 조합하면 총 54종의 교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교복 가격의 상승 요인이 되는 비싼 원단과 불필요한 무늬, 금색단추, 넥타이 등이 이들 표준화된 디자인에서 배제됐고, 교복 간소화 정책을 통해 교복이 저렴해졌다는 게 교육청의 입장이다.

교육청은 또한 교복 표준 디자인이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언제, 어디서나 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학생의 편의성을 고려한 생활복 권장, 불합리한 교복규제 개선, 여학생의 바지 착용 허용 등 인권 친화적이고 현장 중심적인 교복 정책에도 이들 표준 디자인 교복이 부합한다고 밝혔다.

교복 디자인 표준화는 최근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들이 추진하고 있는 전국적인 사안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2015년 개정 교복구매 운영요령’을 통해 시·도 교육청이 개발해 특허 등록한 교복 표준 디자인을 개별 학교마다 약간씩 변형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부산시, 강원도, 충청북도 등이 교복 표준 디자인을 개발한 상태이며, 강원도는 올해부터 이 정책을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 일부 사업자들이 독점하고 있는 교복 시장 구조를 개선을 위해 교복 디자인 표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교복 디자인 표준화 정책에 대해 정작 실 소비자인 중·고등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교복디자인을 표준화하면 학교별 학생 구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학교의 전통과 개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서인숙(45) 씨는 “몫돈이 나가는 게 부담스럽긴 해도 한 번 사면 3년을 입기 때문에 교복이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교복비 때문에 디자인을 표준화한다는 것은 수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최지유(46) 씨도 이 정책에 반대했다. 최 씨는 “60, 70년대도 아니고 지금까지 잘 입고 있는 애들 교복을 왜 획일적으로 통일시키냐”며 “지금도 아무 문제없다. 이런 것보다 학교 환경 개선 같은 문제에 더 신경써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금곡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민경(13) 양은 “학생들이 모두 비슷한 교복을 입고 다니면 타 학교 학생들과 구분이 어려울 것 같아서 표준 교복은 내키지 않는다”고 불만을 보였다. 부일전자고등학교에 다니는 박혜린(18) 양도 “교복은 학교 다닐 때밖에 못 입는다. 때문에 자신의 학교 교복에 대한 추억도 있고 자부심도 있는데, 표준화되면 이런 의미들이 사라질 것 같다”며 교복 디자인 표준화에 반대했다.

우리나라 교복은 광복과 6.25전쟁을 거친 후 디자인의 차이가 거의 없는 상하 검은색 중심이 된 형태였다가, 80년대에 교복 착용이 일제의 잔재라는 각계의 의견에 따라 교복 자율화 조치가 시행됐다. 이후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유 복장이 빈부 격차에 따른 부작용이 있다는 여론에 의해 다시 학교별로 다양한 교복을 착용해 왔고,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부산시 교육청 전영근 건강생활과장은 “표준 교복이 적용되면 학교의 개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도 있지만, 언제 어디서나 저렴한 교복을 쉽게 구입해 간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교복 표준 디자인의 더 큰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표준 디자인은 2017학년도 동복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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