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사건 담당 검사 형사 등 8명 입건...경찰이 피해자 시신 은닉한 혐의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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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8차사건 담당 검사 형사 등 8명 입건...경찰이 피해자 시신 은닉한 혐의도 드러나
  • 취재기자 심헌용
  • 승인 2019.12.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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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지방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브리핑 통해 밝혀
직권남용 체포·감금·가혹행위 등 혐의...검사는 윤 씨 법적 근거 없이 75시간 감금 혐의 적용
검경 수사권 조정, 울산시장 하명수사 논란 등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 이어 또 전선 형성돼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 피해자 유골 발견하고도 당시 형사계장 등 고의로 숨긴 정황도 포착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이 지난 10월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더팩트 제공).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이 지난 10월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더팩트 제공).

경찰이 ‘진범 논란’을 일으킨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담당 검사와 형사 8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또 “신상공개 위원회를 열어 이춘재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고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으로 명칭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1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본부장 반기수 남부청 2부장)는 수사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아리 13살 박 모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윤 모 씨를 범인으로 지목해 검거했으며, 윤 씨는 이후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다. 그는 이춘재의 자백 이후 현재 수원지법에 정식으로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수사본부는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 51명 중 사망한 11명과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3명을 제외한 총 37명을 수사했다. 당시 형사계장 A씨 등 6명을 직권남용 체포·감금과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독직폭행,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입건했고, 수사과장 B씨와 담당 검사 C씨 또한 직권남용 체포와 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수사본부는 검사 C 씨가 이춘재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된 윤모(52) 씨에 대해 임의동행부터 구속 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아무런 법적 근거나 절차 없이 75시간 동안을 감금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과 관련된 검사와 형사를 입건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울산시장 선거 하명수사 논란 등 최근 검찰과 경찰간에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와중에 또 다른 전선이 형성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검찰이 지난 11일 이 사건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밝힌 이후 경찰에서는 "당시 수사 오류가 경찰만의 잘못이냐. 수사지휘를 한 검찰의 잘못은 없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어 지난 16일 민갑룡 경찰청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화성사건 조작 의혹을 얘기하며 당시 검찰에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검찰은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 씨가 수원지검에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며 사건을 담당했던 전직 검사 최 모 씨의 위법수사 여부를 밝혀 달라고 요청하면서 직접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수사본부는 당시 형사계장인 A씨와 형사 1명이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 피해자의 유골 일부를 발견했으나 이를 은닉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이 사건은 1989년 7월 7일 초등학교 2학년이던 김 모(8) 양이 화성군 태안읍에서 하굣길에 실종된 사건이다. 이춘재는 김 양을 자신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김 양의 옷가지 등 유류품은 같은 해 12월 마을주민들에 의해 발견됐으나 김 양은 찾지 못해 이춘재의 자백 전까지는 실종 사건으로 분류돼 왔다. 이춘재는 재수사 과정에서 김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으며 "범행 당시 양 손목을 줄넘기로 결박했다"고 진술했다.

수사본부는 지역 주민으로부터도 "1989년 초겨울 A 씨와 야산 수색 중 줄넘기에 결박된 양손 뼈를 발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양의 아버지와 사촌언니도 당시 경찰이 줄넘기에 대해 질문한 점이 확인되고, 유류품을 발견하고도 이를 유족에게 알리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 지역주민과 김 양 가족의 진술 등을 토대로 당시 A씨 등이 고의적으로 증거 인멸 행위를 한 혐의가 상당하다고 판단, 입건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관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은 있다"는 등 엇갈린 진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체포한 뒤 구타와 가혹행위를 해 숨지게 한 사례 등은 있었으나 사건 피해자의 시신을 고의로 숨기는 등 증거인멸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큰 충격과 함께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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