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게임, 그리고 헌팅이 한 곳에...핫플레이스 ‘헌팅 술집’ 과음 이성문제 소지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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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게임, 그리고 헌팅이 한 곳에...핫플레이스 ‘헌팅 술집’ 과음 이성문제 소지도 있어
  • 취재기자 김윤정
  • 승인 2019.12.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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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게임하며 이성 테이블 탐색 후 합석 제의
게임 벌주로 과음 사례 빈발...이성 간 문제 소지 다분
전국 곳곳으로 헌팅술집 확산 중...긴 줄 대기는 예사

요새 핫한 곳이라는 헌팅 술집이 전국 곳곳에 생기고 있다. 헌팅 술집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감성주점(술 마시며 춤추고 헌팅까지 가능한 클럽식 주점)은 2000년대 초•중반 서울 대학가를 중심으로 유행했다가 점점 사라졌다. 그후 2015년 즈음에 한 TV 예능프로에서 옛날에 인기가 많았던 노래와 가수들이 공연하는 프로그램이 소개돼 대박이 났고, 이를 계기로 다시 감성주점 같은 업소들이 생기기 시작해다.

이번엔 술집 이름이 감성주점이 아니라 헌팅술집으로 불린다. 헌팅술집은 감성주점의 술과 춤과 헌팅에서 술과 게임과 헌팅으로 주 메뉴가 바뀌었다. 헌팅 술집은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어두운 조명이 가득하다. 각 테이블마다 번호가 있고, 한 무리의 손님이 자리에 착석하면 테이블에 달려있는 태블릿으로 음식과 술을 주문한다. 그렇게 자기들 친구끼리 이야기를 하다 다른 테이블로 직접 가서 합석 요청을 하는 등 헌팅을 하기도 하고, 태블릿을 통해서 채팅을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헌팅 기회를 노리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주요 고객이다보니 헌팅 술집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부산 진구 서면역에서 걸으면 약 7분 정도 걸리는 중앙대로 680번가 길에 위치한 헌팅 술집(사진: 취재기자 김윤정).
부산 진구 서면역에서 걸으면 약 7분 정도 걸리는 중앙대로 680번가 길에 위치한 헌팅 술집(사진: 취재기자 김윤정).

헌팅 술집 이름은 다 제각각이다. 부산 서면의 경우, 핑크레이디, 포차몬스터, 포차끝판왕, 혼술남녀, 오마이럽 포차 등의 상호를 가지고 있다. 사실 이런 술집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만으로 헌팅 술집인 것을 바로 알아채기는 조금 어렵다. 하지만 가게 앞에서 잘 살펴보면, 간판이나 입간판 등의 부수적인 문구에서 이곳이 헌팅 술집인 것을 알게 된다. 상호 간판 옆에 '헌팅'이라고 명시돼 있거나 가게 앞 입간판에 남자 여자 등의 이미지나 문구가 쓰여 있는 곳이면 그곳이 바로 헌팅 술집인 것이다.

각 가게마다 헌팅 술집인 것을 알 수 있도록 간판이나 입간판에 헌팅을 내세워 홍보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윤정).
각 가게마다 헌팅 술집인 것을 알 수 있도록 간판이나 입간판에 헌팅을 내세워 홍보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윤정).

헌팅 술집에서는 따로 앉은 남자 그룹 테이블이나 여자 그룹 테이블들이 각자 게임을 하고 나서 합석하기도 한다. 게임을 하면서 다른 테이블 이성들이 마음에 들었을 경우, 게임이 끝나면 자신들 테이블과 합석해 같이 놀지 않겠냐고 제안해서 합석이 성사되는 것이다. 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테이블끼리 합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게임을 하기 전에 이성 테이블로 가서 술을 같이 마시자며 헌팅부터 해서 같이 앉게 되고 이후 게임을 같이 하며 즐겁게 놀게 된다.

헌팅 술집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같이 놀러 온 무리끼리, 또는 다른 테이블과 함께, 또는 술집 전 좌석이 모두 참여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세 가지 모두 테이블 옆에 달린 게임기구를 통해서 게임을 한다. 게임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게임기구를 빨리 많이 두드려 승패를 가르는 게임 등이 있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태블릿으로 같은 테이블 친구들끼리만 할지 다른 테이블과 할지를 정해야 한다. 게임은 테이블마다 옆에 두 개씩 있는 두드리는 동그란 게임기구를 가지고 한다. 같은 테이블에서 친구끼리 게임을 하려면, 두 명이 게임기구를 제한된 시간 안에 얼마나 빨리 더 많이 두드리느냐를 다투게 된다. 누가 얼마나 더 많이 두드리느냐는 게임 상황이 테이블의 테블릿에 나타나게 되어 승자와 패자를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식으로 해서 번갈아 가면서 게임을 하고 순위를 정한 뒤, 꼴찌는 술을 마시든지 다른 벌칙을 수행해야 한다.

다른 테이블과 게임을 하려면, 테블릿으로 게임방을 만들어 다른 테이블을 초청하든가, 아니면 다른 테이블 게임방으로 들어가면, 테이블 대 테이블 간의 게임이 된다. 게임은 테이블마다 대표 선수가 나와서 게임기구를 더 빨리 두드리는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승패를 정한다. 한 테이블이 지게 되면, 이긴 팀의 테이블로 가 직접 벌주를 받아서 마시거나, 진 팀이 이긴 팀한테 아이스크림이나 초코우유와 같은 소정의 상품을 주게 된다. 어떤 방식이 되었든, 게임이 시작되면 벌주로 술을 자연스럽게 계속 먹게 되는 분위기여서 과한 음주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술집 전체 단체게임은 술집 알바생이나 점장이 술집 전체의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30분이나 1시간마다 진행한다. 모든 테이블의 대표선수들이 참여해서 게임기구를 두드리고 제한 시간 안에 많이 두드리는 순서대로 테이블 순위가 정해진다. 여기서 1등을 하면 상품으로 술을 공짜로 주거나 안주를 훨씬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술집 전체는 분위기가 달아 오르게 된다.

각 테이블마다 위에 매달려 있는 붉고 동그란 게임기구를 열심히 두드리며 게임에 열중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윤정).
각 테이블마다 위에 매달려 있는 붉고 동그란 게임기구를 열심히 두드리며 게임에 열중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윤정).
각 테이블마다 달려있는 태블릿으로 사람들은 주문, 게임, 채팅 등의 기능을 사용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윤정).
각 테이블마다 달려있는 태블릿으로 사람들은 주문, 게임, 채팅 등의 기능을 사용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윤정).

헌팅 술집은 이런 게임을 하고 헌팅할 목적으로 운영되는 술집이다. 헌팅할 때 제일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태블릿의 채팅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냥 다른 테이블의 이성들이 마음에 들었거나, 게임을 하면서 상대방 테이블의 이성들이 마음에 들었을 경우, 테블릿의 오픈 채팅 기능을 사용해 헌팅을 제의한다. 그렇게 두 테이블은 채팅을 통해 대화하다가 서로가 마음에 드는 경우 자리를 합쳐 술을 마시게 된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상대방이 직접 와서 합석을 요구하면 거절하기 애매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태블릿을 통해 채팅을 하면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서 보다 거절을 쉽게 할 수 있다. 전소연(21, 부산시 중구) 씨는 “만약 마음에 안 드는 이성이 있는 경우 직접 오면 거절하기가 힘든데, 오픈채팅을 할 때는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지 않아 더 편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헌팅 술집을 네이버에 검색하면 전국에서 36곳이 뜬다. 주로 수도권과 대전에 집중돼 있다. 네이버 지도 상에는 부산에 2곳이 뜬다. 대부분 서면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서면 현장에는 다섯 곳의 헌팅 술집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는 지도상에 드러나지 않은 헌팅 술집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검색창에 '헌팅 술집'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지도 모습(사진: 네이버 지도).
네이버 검색창에 '헌팅 술집'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지도 모습(사진: 네이버 지도).

헌팅 술집은 인기가 많아 대기시간이 길다. 술집마다 다르겠지만, 1시간 넘게 손님들이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헌팅 술집은 여자 손님보다 남자 손님이 많다. 그래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비교적 금방 들어가는 편이지만, 남성들은 새벽까지 줄을 서있기도 한다. 김민지(21, 부산시 서구) 씨는 “내가 친구들이랑 헌팅 술집에 갔을 때는 약 30분 정도 기다렸다. 그냥 기다리기는 심심해서 친구들이랑 대화도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대기했다”고 말했다.

사람이 몰릴 때 대기손님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듯 20여 개가 헌팅 술집 앞에 놓여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윤정)
사람이 몰릴 때 대기손님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듯 간이의자 20여 개가 헌팅 술집 앞에 놓여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윤정)

헌팅 술집은 많은 사람들이 헌팅을 목적으로 오고 가는 곳인 만큼 여러 문제점이 있다. 김민지 씨는 “친구들끼리 재밌게 놀고 있었고 우리는 굳이 헌팅을 원하지 않는데, 괜히 말 걸면서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 조금 기분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헌팅 술집에서는 게임하며 벌주를 마시는데, 그 때 빼기가 어려운 분위기라 한 잔 두 잔씩 술을 많이 먹게 된다. 대부분의 술집이나 음식점은 화장실이 많은 편이 아니다. 특히 헌팅 술집은 사람도 많은데 술에 취한 사람들도 많아 더 많은 화장실이 필요하다. 전소연 씨는 “갓 20세 되어 자기 주량도 모르는 애들이 화장실에서 토하는 경우도 있고, 기본적으로 사람들도 많고, 술을 많이 먹으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그래서 헌팅술집 화장실은 만원이고 아우성”이라고 설명했다.

또 헌팅 술집은 술과 관련해 문제들이 많이 발생한다. 술에 취한 여성을 억지로 술집 밖으로 끌고 가는 경우도 있다. 손수아 씨는 “게임을 하고 지게 되면 벌주를 먹게 된다. 그렇게 계속 먹으면 취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 한 남성분이 취한 여자분을 억지로 끌고 가려는 걸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주량에 알맞게 술을 마시지 못하고 게임하다가 과음하게 돼 토하는 사람들도 있다. 손수아 씨는 “술을 먹고 있었는데, 누가 앉은 자리에서 토하는 걸 봤다. 그걸 보고 너무 놀라서 나는 적당히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면의 한 헌팅 술집 점장 김 모 씨는 헌팅 술집의 인기요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김 씨는 “젊은 층들이 놀러 왔을 때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있다는 것과, 다른 일반적인 술집보다 헌팅이 잘 되는 게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서면에서 제일 인기가 있는 1등 헌팅 술집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헌팅 술집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일반 음식점 영업(음식류를 조리•판매가 가능해 식사와 함께 부수적으로 음주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으로 분류된다. 일반음식점이 헌팅을 목적으로 가게를 열거나 홍보를 했을 때 아무 문제가 없는지 부산진구청에 문의했다. 부산진구청 담당자는 “호객행위를 심하게 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현행법에서는 술집 내에서 행해지는 헌팅을 제재할 기준이 따로 없다. 따라서 헌팅 술집을 영업하는 건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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