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목 영남대 교수 “이념 분열 증세 겪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 들어 선정”
전국 대학교수들이 올해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택했다.
‘교수신문’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15일간 전국 대학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46명 가운데 33%에 달하는 347명(복수응답)이 ‘공명지조’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불본행집경·아미타경·잡보장경 등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공명조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상상의 새이다. 두 개의 머리 중 한 머리는 낮에, 나머지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가 몸에 좋은 열매를 챙겨 먹자 이에 질투를 느낀 다른 한 머리가 독이 든 열매를 먹어 결국 모두 죽게 됐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공명지조는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혼자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결국 모두 공멸하므로 목숨을 함께 나누는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좌우 분열 등 양극 대립이 극심한 사회상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현재 심각한 이념 분열 증세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는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 같다”며 “서로를 이기려 하고, 자신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없어지게 되면 모두 죽게 되는 것을 간과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공명지조를 택한 다른 교수들은 “정치가 좌우로 나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왜 국민들까지 함께 나눠 편싸움에 동조하는지 안타깝다”, “지도층이 분열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이를 이용해 심화하려는 생각이 강하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에 이어 두 번째로 꼽힌 사자성어는 ‘어목혼주’(魚目混珠)였다. 어목혼주는 물고기 눈과 진주가 섞인 상황을 가리키는 뜻으로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분간하기 힘든 상황을 비유할 때 쓰인다.
어목혼주를 추천한 문성훈 서울여자대학교 현대철학과 교수는 “올해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라며 “조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중 누가 어목인지, 두 사람 모두 진주인지 어목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신문은 지난 2001년부터 매년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설문조사를 실시해 선정·발표해오고 있다.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사자성어 후보 추천위원단이 제출한 35개 가운데 최종 10개를 선정, 전국 대학교수들에게 설문하는 방식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