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시대에 뜨는 청춘들의 주거 문화, ‘셰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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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시대에 뜨는 청춘들의 주거 문화, ‘셰어하우스’
  • 취재기자 한민지
  • 승인 2019.12.1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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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란 활용도가 떨어지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소유자는 효율성을 높이고, 공유 받는 사람은 저렴한 가격에 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이 소유하고 있으나 사용빈도가 낮은 자전거, 자가용, 늘 비어있는 여분의 방을 여럿이 나눠 쓰는 것도 공유경제라고 할 수 있다. 공유경제는 4차 산업혁명시대 경제의 특징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공유경제 중 하나인 ‘셰어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셰어(share)와 하우스(house)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집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다수가 한 집에서 살면서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각자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화장실·욕실 등을 공유하는 생활방식이다. 요즘은 더 저렴한 주거를 위해 한 방에 여러 개의 침대를 둬 2인실, 3인실, 4인실이 공유되는 셰어하우스도 많이 생겨났다.

컴앤스테이 ‘셰어하우스 트렌드리포트 2019’ 통계에 따르면, 2017년에는 1인실과 다세대형 셰어하우스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 새로 생긴 1214개의 방 중 약 59%가 1인실 셰어하우스, 34%가 2인실 셰어하우스, 7%가 3~4인실 셰어하우스로, ‘혼자’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1인실 셰어하우스가 가장 많이 생겨났다. 컴앤스테이는 셰어하우스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100억 원에서 2018년 200억을 돌파했고, 2019년 말에는 5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셰어하우스라는 낯선 주거형태가 청년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셰어하우스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다. 가장 저렴한 학교 기숙사 정원이 한정돼 있어서 대학마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대학생들은 대학가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한 셰어하우스를 찾는다. 대학교육소에 따르면, 수도권의 월평균 기숙사비는 36만 4000원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원룸 평균 보증금은 1000만 원이고, 월세는 51만 원이다. 높은 보증금이 부담되는 청춘들에게, 셰어하우스는 원룸과 오피스텔보다 낮은 보증금, 월세로 눈길을 끌었다. 셰어하우스 전문플랫폼 셰어킴에 의하면, 서울 셰어하우스의 평균 보증금은 160만 원, 월세는 42만 1000원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 셰어하우스는 대학 기숙사보다는 가격이 높지만, 일반 원룸보다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셰어하우스는 특히 여성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컴엔스테이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기준 전국 셰어하우스 중 82%는 여성 전용, 10%는 남성 전용, 8%는 남녀공용으로 여성전용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그 이유는 바로 치안이 좋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이다. 보안 시스템이 잘 갖춰있고, 여럿이 생활하는 셰어하우스는, 혼자 원룸에서 자취할 때보다 안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대학 주변 원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한민주(21, 경남 김해시) 씨는 “본가에서 살 땐 몰랐는데, 혼자 사는 게 편하긴 하지만 때론 굉장히 무섭다. 혼자 있을 때 누군가 도어록을 누르고 간 적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윗집 사람이 층을 착각한 거였는데, 당시에는 소름 끼치고 너무 무서웠다. 셰어하우스처럼 누군가와 같이 살고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두렵진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셰어하우스의 인기 비결 중 또 하나는 1인 가구가 거주하기 편리한 구조를 가졌다는 것이다. 처음 혼자 살기를 시작한 청춘들에게 실생활에 필요한 가전 가구를 한꺼번에 사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 특히나 한 곳에서 장기가 아닌 단기간만 생활하는 학생들과 사회초년생들에게 더욱 그렇다.

그런 청년들을 위해 대부분의 셰어하우스는 침대, 책상 등의 가구와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을 비롯해 주방 조리기구, 커튼 및 침구류, 인터넷 등 실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냄비, 전자레인지용 그릇, 프라이팬, 각종 조리도구가 배치된 셰어하우스 ‘편안한 쉼.’ 부산 대연동에 있다(사진: 취재기자 한민지).
냄비, 전자레인지용 그릇, 프라이팬, 각종 조리도구가 배치된 셰어하우스 ‘편안한 쉼.’ 부산 대연동에 있다(사진: 취재기자 한민지).

개인용품만 가지고 들어가면, 불편함 없이 바로 생활할 수 있다는 간편함이 셰어하우스의 매력이다.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는 대학생 딸을 둔 박순애(49, 경남 양산시) 씨는 “이것저것 신경 써서 가구나 가전, 자잘한 용품을 사지 않아서 편하다. 생활에 필요한 웬만한 물건은 모두 갖춰있으니 학기마다 짐을 넣고 빼주는 수고를 덜었다”라고 말했다.

‘편안한 쉼’ 셰어하우스에 공용으로 쓸 수 있게 구비되어있는 식기들(사진: 취재기자 한민지).
‘편안한 쉼’ 셰어하우스에 공용으로 쓸 수 있게 구비되어있는 식기들(사진: 취재기자 한민지).
‘편안한 쉼’ 셰어하우스 주방에 비치된 정수기, 가스레인지, 토스터기, 에어프라이기, 밥솥(사진: 취재기자 한민지).
‘편안한 쉼’ 셰어하우스 주방에 비치된 정수기, 가스레인지, 토스터기, 에어프라이기, 밥솥(사진: 취재기자 한민지).
‘편안한 쉼’ 셰어하우스의 공용공간인 주방 기본적인 도마와 칼 등이 구비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한민지).
‘편안한 쉼’ 셰어하우스의 공용공간인 주방 기본적인 도마와 칼 등이 구비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한민지).
‘편안한 쉼’ 셰어하우스의 1인실. 책상, 의자, 침대, 행거, 건조대, 빨래 바구니, 에어컨, 멀티콘셉트가 비치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한민지).
‘편안한 쉼’ 셰어하우스의 1인실. 책상, 의자, 침대, 행거, 건조대, 빨래 바구니, 에어컨, 멀티콘셉트가 비치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한민지).
‘편안한 쉼’ 셰어하우스에서 공용으로 사용되는 세탁기와 세재(사진: 취재기자 한민지).
‘편안한 쉼’ 셰어하우스에서 공용으로 사용되는 세탁기와 세재(사진: 취재기자 한민지).
‘편안한 쉼’ 셰어하우스 거주자들이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거실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한민지).
‘편안한 쉼’ 셰어하우스 거주자들이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거실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한민지).

사생활을 보호받으며 개인 공간은 지키되, 다른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입주자들이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가족 같은 친밀함을 느낄 수도 있다. 혼자 지내는 걸 외로워하는 사람과, 타인과의 교류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주거 형태다.

반면, 셰어하우스는 사생활을 중요시하고, 공동생활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맞지 않는다. 넉넉하지 않은 자금으로 인해, 별다른 고민 없이 셰어하우스에 들어갔다가 지옥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다.

대학생 이지은(22, 부산시 동래구) 씨는 성향이 맞지 않는 하우스메이트와의 충돌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다가, 계약날짜를 채우지 못하고 셰어하우스를 탈출했다. 지은 씨는 “생활방식이 정반대인 하우스메이트를 만났다. 내가 일어날 때 메이트가 잠들고, 내가 잠들 때 메이트가 일어나는 식이었다. 생활방식이 다르니 사소한 소음에도 예민해졌고 상대방과 부딪치는 일이 많아졌다. 저렴한 월세에 끌려, 무턱대고 셰어하우스를 계약한 걸 후회했다”고 말했다.

셰어하우스는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만큼, 공용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냉장고 속 물건이 많아질수록, 정해놓은 경계는 흐려진다. 같은 집에 사는 인원이 늘어날수록, 자신의 물건을 챙기기 힘들어진다. 공동생활 구역 청소,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에 관한 생활 규칙은 인원이 많을수록 잘 지켜지지 않는다. 또한, 여러 사람이 만들어내는 생활소음도 피할 수 없다.

한편, 셰어하우스 입주를 고민할 때 중요하게 봐야 하는 포인트는 하우스 관리자의 방문 횟수다. 관리자가 셰어하우스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운영하는지에 따라서 거주자의 만족도가 결정된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편안한 쉼’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김은(45) 씨는 내 집 같은 편안함을 가장 염두에 두고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김은 씨는 셰어하우스 관리 방법에 대해 “하우스 가족과 대화를 통해 필요한 것을 바로바로 체크하고, 한 달에 3~4번 방문하여 공용공간을 청소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최대한 모든 거주자의 불편함을 줄이는 것이 운영자로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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