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세대, 무인주문대 키오스크에 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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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세대, 무인주문대 키오스크에 절망하다
  • 취재기자 김명준
  • 승인 2019.12.1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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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신속해서 반기고, 업주도 인건비 절약에 환영
노인 세대, "키오스크는 고문 기계"
정부, 노인 디지털 소외 해결 위해 법규 제정, 프로그램 운영 중
부산시 남구의 한 카페에 설치된 키오스크. 무인 계산대라고 불리는 키오스크는 카페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부산시 남구의 한 카페에 설치된 키오스크. 무인 계산대라고 불리는 키오스크는 카페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카드를 넣어주세요. 카드를 제거해주세요.” 요즘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 등 음식점에서 결제할 때, 위와 같은 말을 자주 듣는다. 무인 주문대, 혹은 무인 계산대라고 불리는 ‘키오스크’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직원이 아닌 기계를 통해 주문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에게 키오스크는 반갑지 않은 존재이기도 하다.

키오스크란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을 통해 대중들이 좀 더 편리하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설치한 무인 단말기를 뜻한다. 현재 키오스크는 패스트푸드점, 카페뿐, 대형마트, 대형서점, PC방, 공항 등 여러 장소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온라인 설문조사업체 두잇서베이가 전국 14세 이상 남녀 2780명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이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에 해당하는 2029명이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김태현(3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키오스크를 사용한 사람보다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현재 키오스크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친다”고 말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키오스크가 널리 확산된 이유 중 하나로 짧은 대기시간을 꼽는다. 바쁜 일상 속에서 빠른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키오스크는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여주어 만족감을 준다. 유동우(20, 경기도 화성시) 씨는 “키오스크가 도입되면서 직원에게 주문할 때보다 대기 시간이 짧아진 덕분에 이제는 주문 과정에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 중인 고객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 중인 고객들(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또한, 키오스크는 직원과 손님이 대면하지 않고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해 비대면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것을 의미하는 ‘언택트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키오스크는 바로 언택트 서비스가 적용된 대표적 사례다. 언택트 서비스는 손님들은 물론이고, 직원도 선호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서태웅(20, 부산시 북구) 씨는 손님에게 대면으로 주문을 받으면서 가끔은 손님과 불편하거나 어색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런데 키오스크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는 “키오스크 덕분에 손님들도 불편한 상황을 겪지 않아도 되고, 저희도 다른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키오스크가 등장하면서 매장 점주들도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정진(49,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최저임금이 상승하면서 인건비 걱정이 휩싸였다. 하지만 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이러한 걱정에서 한시름 놓게 됐다. 그는 키오스크 2대를 설치하는데 52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서 처음에는 설치를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은 키오스크 덕분에 인건비를 약 25% 절약하는 등 초기 설치 비용 이상의 이윤을 내고 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볼 때 키오스크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에 설치된 키오스크(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경남 통영시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에 설치된 키오스크(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하지만 키오스크가 모두에게 반가운 존재는 아니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노인들에게 키오스크는 거대한 벽으로 느껴졌다. 박종익(64, 부산시 사상구) 씨는 오랜만에 햄버거 가게에 방문해서 포장 주문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에게 키오스크라는 낯선 기계가 있었다. 평소에도 디지털 기기 사용을 어려워했던 박 씨는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다른 손님에게 부탁하여 겨우 주문을 마쳤다. 그는 “평소라면 쉽게 했을 주문인데 기계로 주문하다 보니 진이 다 빠질 정도로 너무나도 힘들었다”고 밝혔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원대(21, 경남 통영시) 씨도 노인들이 키오스크 사용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김 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노인 고객들에게 여러 번 도움 요청을 받았다. 처음에는 키오스크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그도 많은 노인 고객이 키오스크 사용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키오스크가 모두에게 유용한 기계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는 “키오스크가 손님들에게 유용하다고 하는데, 디지털 기기 사용이 낯선 노인들에게도 키오스크가 유용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남 통영시의 한 대형마트에 위치한 키오스크(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경남 통영시의 한 대형마트에 위치한 키오스크(사진: 취재기자 김명준).

키오스크로 인해 노인들은 디지털 사회 적응 격차에 의해 일부가 배제되는 것을 의미하는 ‘디지털 소외 현상’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이재순(67, 경남 김해시) 씨는 “디지털이 편리함을 추구한다는데 정작 디지털에 소외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디지털은 전혀 편리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학생 하승오(21, 부산시 남구) 씨는 “키오스크와 같은 디지털 기기가 청년 세대뿐만 아니라 노인들도 익숙한 존재가 되도록 불편함을 해소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키오스크의 확산으로 디지털 소외 현상이 더 심해지자, 정부도 장애인, 노인 등 정보취약계층의 이용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5월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장애인·고령자 등의 정보 접근 및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한 고시’를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 지침은 장애인ㆍ고령자 등이 정보에 접근하고 이용하는 데 편의를 주도록 규정됐다. 이로 인해서, 앞으로 공항이나 공공기관 등에 설치되는 무인단말기는 터치스크린 화면 글씨를 키우고, 터치스크린 위치를 낮추는 등 고령자와 장애인이 키오스크 이용에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제작해야 한다.

또한, 11월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디지털 포용 시범사업 ‘어르신, 디지털에 반하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키오스크, 차표 예매, 금융앱 활용 및 계좌이체, 인공지능 스피커 등의 사용법을 가르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대구 혁신도시 내 복지관에서 만 55세 이상자를 대상으로 우선 추진한 후, 수료생 만족도 등 결과분석을 통해 추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1월 19일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 정보접근성 세미나: 키오스크 세상과 디지털 소외’에서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이 연설하고 있다(사진: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은 11월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019 정보 접근성 세미나: 키오스크 세상과 디지털 소외’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IT기업 구글 코리아, 삼성전자, LG전자 및 네이버에서 정보 접근성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키오스크 등 다양한 정보 접근성 서비스 및 기술 이슈에 관해 토론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시빅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키오스크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디지털 소외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여 모두가 만족하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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