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100경 이기대, 둘레길을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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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00경 이기대, 둘레길을 따라 걷다
  • 취재기자 주태형
  • 승인 2019.12.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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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적장을 끌어안고 죽은 두 명의 기녀 전설 남아
부산국가지질공원, 구리광산, 해식동굴 등 많은 볼거리
해안산책로에서 멋진 경관과 자연 볼 수 있어 인기 만점

태종대,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리해수욕장 등 부산의 관광지는 바다를 빼놓고는 말하기가 힘들다. 특히 이기대(二妓臺)는 바다와 산 해안절벽이 잘 어우러진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이기대의 공식 명칭은 ‘이기대도시자연공원’. 일반 공원으로 착각하고 가볍게 갔다가 당황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기대 해안산책로만 하더라도 길이가 무려 4.7km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멀리 보이는 해운대, 광안대교, 장산, 황령산 등 멋진 경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부산 불꽃놀이축제가 있을 때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기도 한다.

이기대공원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 후 이기대 성당을 지나면 보이는 이정표 선돌이다. 이 이정표 반대편 도로를 따라 가면 이기대공원입구인 동생말에 도착한다(사진: 취재기자 주태형).
이기대공원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 후 이기대 성당을 지나면 보이는 이정표 선돌이다. 이 이정표 반대편 도로를 따라 가면 이기대공원입구인 동생말에 도착한다(사진: 취재기자 주태형).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부산시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다. 입구는 용호부두가 있는 ‘동생말’ 이지만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 출발하는 경우도 많다. 오륙도를 보면서 출발하고 싶다면 부산 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서 시내버스 24, 27번을 타고, 오륙도 스카이워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반대로 동생말에서 출발하려면 20, 22, 24, 27, 39, 131번이나 남구 2, 8번 버스를 타고 이기대 수변공원 입구에서 하차한 후 이기대 성당을 지나 이기대도시자연공원 이라고 적혀있는 석판 반대편 도로를 따라 가면 동생말 입구가 있다.

빨간색으로 밀줄 쳐진 곳이 이기대공원이다. 밑줄 기준으로 아래에는 오륙도(五六島)가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빨간색으로 밀줄 쳐진 곳이 이기대공원이다. 밑줄 기준으로 아래에는 오륙도(五六島)가 있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부산국가지질공원중 하나인 이기대는 지질학적인 볼거리도 많다. 동생말에서 광안대교와 멀리 해운대지역을 보며 해안산책로를 걷다보면 넓은 바위들이 깔려있는 바다 풍경이 보인다. 이 바위들은 용암이 바닷물과 만나 생성된 바위로 제주도의 현무암과 유사하게 바위에 작은 구멍들이 뚫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지금은 막힌 구리광산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이 일대에 총 5개의 구리광산 갱도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였던 이곳은 깊이가 수평 550m, 수직 380m에 달했다. 당시 이곳은 순도 99.9%의 황동이 많이 생산됐다. 이 구리는 마그마가 식어서 생긴 금, 은, 동이 함유된 물이 화산각력암을 뚫고 올라와 그 안에 녹아있던 것이다.

또한 공룡 발자국과 비슷한 둥근모양의 웅덩이가 있는데 돌개구멍이라고 불리는 이 웅덩이는 바위의 빈 틈에 들어간 자갈이나 모래가 파도에 의해 회전하면서 조금씩 바위를 깎아내 만들어진 것이다.

바닷물이 차있는 돌개구멍이다. 이기대 바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사진: 부산광역시 홈페이지 캡처).
바닷물이 차있는 돌개구멍이다. 이기대 바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사진: 부산광역시 홈페이지 캡처).

이 바위를 걷다보면, 빨간 글씨로 二妓臺(이기대)라고 새겨진 바위가 보인다. 무심코 지나가면 찾기 힘든 이 바위는 이기대의 지명이 유래한 곳이다. 1850년 당시 수영 좌수사였던 이영하의 동래영지라는 책에 ‘좌수영에서 남쪽으로 15리(6km)에 두 명의 기생의 무덤이 있어 이기대라고 부른다’라는 구절이 있다. 또 부산의 향토사학자 최한복(1895년~1968년)에 따르면, 임진왜란 당시 왜군이 수영성을 함락한 후 이기대 바위에서 승전연회를 벌였는데, 이때 두 명의 기녀가 왜장에게 술을 먹인 뒤 왜장을 끌어안고 바다에 몸을 던진 것에 유래됐다.

의로운 기녀가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목숨을 바친 곳이라 하여 의기대(義妓臺)라고 부르는데, 이 의로운 두 기녀의 무덤으로 추정하는 쌍둥이 무덤이 있다. 내영지(조선 후기에 간행된 경상좌수영의 진영지)와 이양섭 족보를 근거로 무덤 근처를 의부지(義婦地)라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두 기녀의 무덤으로 추정한다.

이 바위를 지나가면 ‘어울마당’ 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1000만 영화로 유명한 해운대의 촬영지다. 어울마당을 지나 1km를 걸으면 ‘치마바위’가 나온다. 치마바위는 바다에서 바라봤을 때 치마를 펼쳐놓은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낚시 명소로도 유명해 많은 낚시꾼들이 낚시를 즐기는 곳이다.

또 치마바위를 지나 ‘농(籠)바위’라는 바위도 있는데, 이 농은 버들채나 싸리로 함으로 만들어 종이를 바른 것으로 옷을 넣어두는 용도로 만든 가구다. 제주도 성산포 해녀들이 남천동 해안가에 자리를 잡고 물질을 하면서 이기대와 백운포 해안가의 특정바위를 연락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설이 있는데, 농을 닮은 이 바위를 농바위로 불렀다. 또한 2001년 발간된 <남구의 민속과 문화>에는 부처가 아기를 가슴에 안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배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돌부처상 바위라고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월 태풍 ‘다나스’ 이후 무너진 해안산책로 공사 때문에 치마바위에서 ‘농바위’로 가려면 이기대 순환도로를 통해 ‘큰고개’ 쉼터를 지나 다시 해안산책로로 돌아가야 한다.

빨간색원 안의 바위가 농바위다. 뒤로 보이는 섬은 오륙도다(사진: 취재기자 주태형).
빨간색원 안의 바위가 농바위다. 뒤로 보이는 섬은 오륙도다(사진: 취재기자 주태형).
이기대 해안산책로 길이 지난 7월 태풍 다나스의 이후 파괴된 모습이다 공사는 이달 18일 완료될 예정이다(사진: 취재기자 주태형).
이기대 해안산책로 길이 지난 7월 태풍 다나스의 이후 파괴된 모습이다 공사는 이달 18일 완료될 예정이다(사진: 취재기자 주태형).
치마바위 아래서 낚시꾼이 낚시를 하고 있다 저 멀리 해운대해수욕장과 달맞이 고개 동백섬 등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주태형).
치마바위 아래서 낚시꾼이 낚시를 하고 있다 저 멀리 해운대해수욕장과 달맞이 고개 동백섬 등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주태형).

이기대는 군사지역으로 오랜기간 출입이 금지됐다가 1993년 민간인에게 개방됐다. 해안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1997년 공원지역으로 지정, 관리해 오면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안산책로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일부 개방되지 않은 군사지역이 있기 때문에 곳곳에 초소와 철책 호들도 있다.

농바위, 용호중대 삼거리를 지나면 저 멀리 오륙도가 보인다. 그리고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 도착하면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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