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포비아, 금턴, 흙턴, 혐생, 덕생...신조어에 나타난 청춘들의 힘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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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포비아, 금턴, 흙턴, 혐생, 덕생...신조어에 나타난 청춘들의 힘든 삶
  • 부산시 해운대구 황다인
  • 승인 2019.12.06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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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한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마스크를 낀 채 공부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한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마스크를 낀 채 공부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인터넷과 같은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다. 신조어란 시대가 변하면서 새롭게 생긴 개념 등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말을 뜻한다.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기도 하다.

인생을 비관적 태도로 바라보는 청년들 사이에서 나온 신조어는 점점 새롭게 생기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자기소개서 작성에 두려움을 느끼는 ‘자소서 포비아’, 인턴 자리의 양극화 현상을 나타내는 단어인 ‘금턴’과 ‘흙턴’이 있다. 금턴은 인맥이 없으면 갈 수 없는 양질의 인턴을 의미하고, 흙턴은 단순 노동만 하는 인턴을 의미한다. 또 다른 신조어로 ‘혐생’과 ‘덕생’이 있다. 혐생이란 ‘혐오스러운 인생’이라는 뜻으로, 덕질을 하지 않을 때의 일상을 뜻한다. ‘덕생’은 ‘덕질(좋아하는 분야에 파고드는 일) 하는 인생’을 뜻한다.

한국의 20대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외국어, 자격증 등 엄청난 스펙을 쌓는다. 그렇게 취업 관문을 뚫고 기업에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은 스스로를 자학한다. 언어는 세대를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 어려운 취업난 속에서도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이러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 한다. 여기서 비롯된 불안한 정서가 언어습관에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90년대생이 온다>의 책의 일부를 인용하면, 각자도생의 세상 속에서 그나마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목매고 있는 청년들의 현실을 꼬집는다. 조직보다는 개인이 더 중요하고 워라밸을 더 중시하는 경향 등 우리 청년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기존의 한국 사회와는 달라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신조어가 겉으로만 보면 위트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체감하는 현실 사회 그대로의 씁쓸한 의미가 느껴진다. 10대 때부터 경쟁해온 우리 세대는 여전히 청년이 되어서도 계속 경쟁하며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려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지금 시행 중인 고용정책이나 주거정책만으로는 모든 청년이 골고루 혜택을 받진 못한다. 경제적인 지원 제도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정신건강, 커뮤니티 활동 지원과 같은 청년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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