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성공한 예술 영화, '아트버스터' 줄줄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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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성공한 예술 영화, '아트버스터' 줄줄이 등장
  • 부산광역시 이도희
  • 승인 2016.02.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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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캐롤> 등, 매니아층 파고들어 10만 이상 관객 동원 '거뜬'

우리나라에서만 342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OST까지 열풍을 일으킨 <비긴 어게인>,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여주인공인 배우 천우희가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한공주> 등은 예술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들이다. 이처럼 흥행에 성공한 예술 영화들을 아트버스터라고 말한다.

석사학위 논문 <아트버스터의 정체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아트버스터(artbuster)라는 용어는 예술영화(art film)의 art와 블록버스터 영화(blockbuster film)의 buster를 합친 말로, 2012년경부터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기 시작했고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니라고 한다.

예술 영화는 소규모, 저예산으로 제작되어 상업적 흥행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영화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예술 영화를 다양성 영화, 독립영화 등으로도 불리며 거의 구분하지 않고 같은 용어로 사용된다. 다양성 영화는 상업적 수익성이 높지 않아서 관객이 2만 명이 넘으면 그럭저럭 제작비를 건질 수 있는로 평가되며, 5만 명이 넘으면 대박, 10만 명이 넘으면 초대박이 났다고 말한다. 주로, 5~10만 명의 관객이 찾은 영화들을 아트버스터라고 말한다.

관객 10만 명이 넘은 다양성 영화들로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인사이드 르윈>,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이 있고, 관객이 100만 명이 넘어 큰 화제를 몰고 온 영화는 <비긴 어게인>과 <위플래쉬>가 있다. 국내에서 제작된 대표적인 아트버스터 영화에는 <똥파리>,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한공주> 등이 있다. 현재 상영 중인 다양성 영화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아트버스터로는 흥행 상위를 기록하고 있는 <캐롤>이 있다. <캐롤>은 퀴어(queer: 본래 ‘이상한,’ ‘색다른’이란 뜻이며, 성소수자를 뜻한다) 영화로, 현재 관객이 28만 명을 넘으면서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 대표적인 아트버스터 영화들의 포스터(사진: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아트버스터 영화의 특징은 특별한 마케팅 전략이 있는 게 아니고 사람들의 ‘입소문’이 관객 동원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아트버스터 영화들은 따로 돈을 들여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마케팅을 할 재정적 여력도 없다. 단지, 아트버스터들은 SNS이나 인터넷을 통해 좋은 영화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관객들을 불러 모은다. 위에서 인용한 논문은 “아트버스터라는 이름이 일종의 제품 인증 마크인 것처럼 관객들에게 있어 믿고 볼 수 있고, 작품성이 훌륭한 영화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고, 따로 큰 이벤트와 홍보를 진행하지 않아도 아트버스터라는 이름이 앞에 붙으면 SNS나 인터넷에서 입소문이 퍼지며 자동으로 홍보가 되는 효과도 거두게 되었다”고 적고 있다.

대학생 송민아(22, 부산시 해운대구 우2동) 씨는 평소 다양성 영화를 즐겨 본다. 송 씨는 청각장애인 학교를 배경으로 한 우크라이나 다양성 영화 <트라이브(Tribe)>를 본 뒤 영화 티켓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Tribe를 해쉬태그로 걸어 올렸다. 그러자 영화에 출연한 한 우크라이나 배우가 이를 보고 직접 ‘좋아요’를 눌러준 재밌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마도 그 우크라이나 배우가 해시태그를 검색하다가 송 씨가 올린 인스타그램의 사진을 본듯하다. 송 씨는 “평소 봤던 영화 티켓 사진을 찍어서 SNS에 기록하는데, 이런 적이 처음이라 놀랐다. 그것도 해외 배우가 직접 좋아요를 눌러서 더 신기하면서도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권은영(22,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영화의 영상미를 중요시한다. 권 씨는 예고편을 본 후 영화의 색감이나 분위기가 자신이 취향과 맞으면 소재나 내용을 상관하지 않고 영화를 본다. 이렇게 영화를 찾아 감상하다보니, 그가 본 영화들은 대부분 다양성 영화들이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호텔 보이에서 지배인으로 성공한 한 호텔리어의 이야기를 동화처럼 아름답고 코믹하게 그려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었다.

김정희(31, 서울시 동대문구) 씨는 주로 혼자 극장을 찾는다. 김 씨는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감동이 있는 영화들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대니쉬걸>을 극장에서 봤다. 김 씨는 “이런 영화들을 보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평소에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느끼게 되어서 좋다”고 말했다.

CGV아트하우스 한 관계자는 다양성 영화의 흥행에 대해 “재작년 <비긴 어게인>을 시작으로 다양성 영화들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좌석 점유율도 높은 편이다. 따로 다양성 전용관이 생기면서 관객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다양성 전용관이 없으면, 영화를 보러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하는 관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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