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춤추는 에어라이트(풍선간판), 알고 보면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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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춤추는 에어라이트(풍선간판), 알고 보면 불법
  • 취재기자 안우주
  • 승인 2019.12.0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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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끌려는 자영업자들, 불법 알면서도 안 세우기 어려워
통행 방해, 바람에 날리는 사고 위험으로 보행자에겐 애물단지
당국, “업주들 심정 이해하지만, 단속 안 할 수 없는 게 시청 입장”

번화가나 상업밀집구역을 돌아다니면 가게 앞을 지키고 있는 커다란 풍선을 자주 만나게 된다. 풍선에는 가게 이름이나 메뉴, 홍보 문구가 들어 있다. 이 풍선은 ‘에어라이트(풍선 간판)’라 불리는 광고물이다. 에어라이트는 풍선 안에 조명까지 설치돼있어 밤에도 잘 보인다. 그래서 밤이 되면 길거리는 에어라이트로 가득 찬다. 가끔은 지저분할 정도로 너무 많다.

경남 김해 대청동 사거리. 여러 에어라이트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안우주).
경남 김해 대청동 사거리. 여러 에어라이트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안우주).

에어라이트란 가게나 영업점을 홍보할 목적으로 세우는 풍선형 입간판이다. 천, 조명, 받침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받침대 부분에 장착된 모터가 지속적으로 공기압을 주입하여 간판의 형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에어라이트 광고물은 불법이다. 이를 두고 시민, 업소 주인, 관청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에어라이트는 내부에 보조장치와 전선을 연결하여 전기를 이용해 사용한다. 그러나 ‘경상남도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입간판은 전기를 사용하거나 조명 보조장치를 해서는 안 된다. 밤에 불을 켜는 에어라이트는 그래서 불법이다.

그럼에도 에어라이트가 거리를 가득 매운 이유는 업주들이 에어라이트의 홍보 효과가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안경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에어라이트는 눈에 잘 띄고 그래서 홍보 효과가 있다. 사람들은 밋밋한 가게에 쉽게 안 들어간다. 에어라이트가 너무 많아지면 보기에 지저분한 건 맞다. 그런데 영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길거리에 세워진 거대한 크기의 에어라이트(사진: 취재기자 안우주).
길거리에 세워진 거대한 크기의 에어라이트(사진: 취재기자 안우주).

특히 구석진 장소에 있는 가게는 홍보가 더 절실하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에어라이트를 사용하는 데를 보면, 프랜차이즈가 아니고, 자영업자들, 개인 사업자들이 대부분이다. 프랜차이즈가 매스컴으로 광고를 해대니까 개인 사업자들은 에어라이트 아니고서는 손님을 끌 수 있는 게 없다. 에어라이트는 길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우리 가게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의지다. 어떻게든 손님은 끌어야겠고, 가게는 안쪽에 있고, 프랜차이즈 가게는 우리 가게 앞에 있고,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쩔 수 없이 에어라이트를 써야한다”고 말했다.

타 영업점이 에어라이트를 사용해서 따라 사용한다는 업주도 있다. 댄스학원을 운영하는 C 씨는 “에어라이트 때문에, 거리 환경에도 좋지 않고, 인도로 다니는 시민들의 안전사고 문제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전반적으로 에어라이트를 사용하는 업장이 적어지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업장들이 에어라이트를 유지한 채 몇몇 업장만 사라진다면, 에어라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업장의 존재감만 사라지기 때문에, 에어라이트 문제를 알고 있어도 쉽게 포기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가게 에어라이트가 길거리에 세워져있다(사진: 취재기자 안우주).
다양한 가게 에어라이트가 길거리에 세워져있다(사진: 취재기자 안우주).

건물 안쪽에 있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D 씨는 “불법이라고 해서 있던 광고물들을 다 없앴다. 그런데 나만 바보더라. 아무도 나처럼 에어라이트를 철거하지 않더라. 장사가 잘 되면 에어라이트를 절대 안 킬 거다. 장사가 안 되니까 에어라이트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라이트가 사라지지 않자, 시청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남 김해시 광고물 담당자는 “단속 인력에 비해 불법광고물이 지나치게 많다. 또 단속에 나갔을 때 불법광고물 설치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수긍하는 업소가 없고, 불법광고물 설치를 당연시하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강제철거나 과태료 부과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에어라이트 단속에 시청이 애를 먹는 이유가 또 있다. 에어라이트는 풍선에 바람을 넣어 간판 형태가 유지되면 불법이다. 하지만 에어라이트의 모터를 끄면, 에어라이트라는 광고물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 즉, 에어라이트를 켜놓지 않으면 불법이 아니다. 그래서 담당자들이 단속을 하러 왔을 때 업주가 에어라이트 바람을 빼면 광고물이 철수된 것이므로 단속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된다.

꺼진 에어라이트. 이 경우 불법이 아니다(사진: 취재기자 안우주).
꺼진 에어라이트. 이 경우 불법이 아니다(사진: 취재기자 안우주).

김해시청 광고물 담당자는 “에어라이트를 끄면 광고물이 안 되게 되는 건 맞다. 그래서 불시에 단속해서 철거하도록 하고 있다. 사전에 계고를 해도 업주들이 철거를 잘 안한다. 그래서 날을 잡고 불시에 철거한다”고 말했다.

에어라이트는 대부분 덩치가 크고 길거리에 놓여있다. 몇몇 시민들은 에어라이트에 대해 불만이 많다. 대학생 최운규(23, 경남 김해시) 씨는 “에어라이트는 보기에 별로고 길거리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 음식점 광고뿐만 아니라 다른 업소도 광고하는데, 에어라이트는 보기에 거슬린다”고 말했다.

에어라이트는 도보 통행에도 방해된다. 대학생 김금지(22, 경남 양산) 씨는 “평소 걸어 다닐 때 보면, 에어라이트를 치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불편할 때가 있다. 사람 한두 명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길에 에어라이트가 있으면, 이건 아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에어라이트로 사고가 날 위험성도 있다. 주부 이시은(44, 경남 김해시) 씨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에어라이트가 날아갈 때가 있다. 에어라이트는 풍선이기 때문에 더 잘 날아간다. 그러면 에어라이트가 사람들과 부딪힐 수 있어 위험하다. 또 넘어진 에어라이트가 길을 막아 이동하는데 불편을 줄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경남 김해 부곡동 길거리. 가게 앞 에어라이트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안우주).
경남 김해 부곡동 길거리. 가게 앞 에어라이트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안우주).

업주들이 말한 홍보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대학생 김숙희(22, 경남 양산) 씨는 “에어라이트가 크고 잘 보이는 장소에 설치돼 있으니까 눈에 확실히 더 잘 가는 편이다. 홍보 효과는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문경현(23, 경남 김해) 씨는 “홍보 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너무 많아서 에어라이트를 보면 어지럽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금지 씨는 에어라이트 광고 효과에 대해 “사실 잘 모르겠다. 에어라이트를 보면, ‘아, 이런 거도 있구나’ 하기는 하는데, 그게 끝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최운규 씨도 “경험상 에어라이트를 보고 가게를 찾아간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업주들의 주장은 다르다. A 씨는 “에어라이트를 보고 손님이 찾아온다. 꼭 손님이 아니더라도 에어라이트를 보고 가게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한 할아버지는 에어라이트를 보고 가게에 들어와 찾고 있던 가게 위치를 물어보고 가셨다. 또 늘 에어라이트를 켜 놓던 가게가 에어라이트를 끄고 있으면, 사람들은 영업 안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E 씨는 “에어라이트를 켜는 이유는 노출도를 높여서 조금이라도 홍보 효과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아무래도 에어라이트가 업소 밖에 나와 있으면 눈에 띄긴 띄니까. 에어라이트를 보고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이 없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어라이트를 사라지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양하다. E 씨는 “단속을 하려면, 확실하게 싹 다 철거해버리는 게 차라리 낫겠다. 그런데 다른 가게는 에어라이트를 하고 있고 우리 가게는 안 하면 손해 보는 느낌이다. 모두가 에어라이트를 안 쓰는 동일한 조건이 되면 쓸 필요가 없다. 그게 없어서 서로서로 경쟁을 하다보니까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청 광고물 담당자는 “에어라이트는 사람들 눈에 잘 보이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커서 업주 분들이 많이 이용한다. 업주 분들 스스로가 정비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행정기관에서도 지속적으로 단속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에어라이트를 대체할 수 있는 광고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시는 에어라이트에 대해 시민들의 보행환경과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단속 및 정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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