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 프로, 삼성 버즈 등 ‘잇템’으로 떠오른 무선 이어폰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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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프로, 삼성 버즈 등 ‘잇템’으로 떠오른 무선 이어폰 전성시대
  • 취재기자 정수아
  • 승인 2019.12.0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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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무선 이어폰 판매량 전년도 2배 증가, 유선 이어폰 추월
코드 프리, 최고 음질, 패션 기능까지...무선 이어폰은 젊은이 개성 표출 수단
비싼 가격, 충전 번거로움은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최근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떠오른 무선 이어폰, 에어팟(사진: 애플 공식 사이트 캡처).
최근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떠오른 무선 이어폰, 에어팟(사진: 애플 공식 사이트 캡처).

“저 콩나물처럼 생긴 게 유행이라고?” 2~3년 전까지만 해도 무선 이어폰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높은 가격과 특이한 생김새의 무선 이어폰은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콩나물’, ‘전동칫솔’ 등의 냉소적 별명으로 불렸다.

그러나 요즘에는 길거리, 대중교통 등에서 선이 없는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복잡한 선으로부터의 자유를 가져온 블루투스 이어폰은 특히 20, 30대 사이에서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선 이어폰의 글로벌 시장 판매 추이를 나타내는 표(그림: 취재기자 정수아).
무선 이어폰의 글로벌 시장 판매 추이를 나타내는 표(그림: 취재기자 정수아).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무선 이어폰 글로벌 시장 판매량 변화 통계를 보면, 블루투스 이어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여기에 나타난 2019년 2분기 무선 이어폰 전 세계 판매량은 2700만 대로 2018년 4분기의 2배를 넘는다.

이 그래프는 이어폰 형태별 점유율을 보여준다. 코드프리(무선) 이어폰의 점유율이 일반형(유선) 이어폰보다 18% 많다(그림: 취재기자 정수아).
이 그래프는 이어폰 형태별 점유율을 보여준다. 코드프리(무선) 이어폰의 점유율이 일반형(유선) 이어폰보다 18% 많다(그림: 취재기자 정수아).

또한 다나와 리서치에서는 코드프리 이어폰이 47.2%, 일반형 이어폰이 29.2%로 무선 이어폰 매출이 유선 이어폰 매출보다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무선 이어폰은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코드프리 이어폰 시장을 이끈 애플의 에어팟(1세대: 19만 9000원, 2세대: 24만 9000원),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15만 9500원) 등이 무선 이어폰 제품 중 하나다. 또한 중국의 음향기기 업체인 QCY도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했다. 이른바 ‘차이팟(차이나+에어팟)’으로 불리는 저렴한 가격의 QCY T5(2만 8800원)을 선보였다.

11월 13일 국내 출시된 ‘에어팟 프로’의 외형(사진: 애플 공식 사이트 캡처).
11월 13일 국내 출시된 ‘에어팟 프로’의 외형(사진: 애플 공식 사이트 캡처).

11월 13일, 애플 ‘에어팟 프로’(32만 9000원)가 국내에서 정식 출시됐다. 에어팟 프로는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완전 무선 이어폰이다. 에어팟 프로는 국내 출시일이 확정되기 전부터 중고거래 시장에서 최고 40만 원에 거래되는 등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지난 2016년 9월 출시됐던 1세대 에어팟의 가격은 19만 9000원으로, 3년이 지난 지금 13만 원이 올랐지만, 그 인기는 여전하다.

이러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무선 이어폰을 찾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단연 ‘성능’ 때문일 듯. 초기의 블루투스 이어폰은 연결이 불안정하고 음질이 유선 이어폰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으로 널리 주목받지 못했으나, 최근 출시되고 있는 제품들은 이와 같은 단점들을 확실히 보완했다. 또한 유선 이어폰과 가장 차별화된 점인 ‘선이 없다’는 편의성을 가졌다. 계속 유선 이어폰을 쓰다 최근에 무선 이어폰을 구입한 안시현(21, 충남 서산시) 씨는 “매일 주머니에서 엉켜있는 이어폰을 푸는 수고를 덜어서 좋다. 게임할 때도 유선보다는 무선이 훨씬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폰7’ 스마트폰 이전엔 파란 원 표시처럼 충전단자와는 별도로 이어폰 단자가 있었지만, 최근 스마트폰들은 별도의 이어폰 단자 없이 이어폰 단자와 충전 단자가 겸용으로 나오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아이폰7’ 스마트폰 이전엔 파란 원 표시처럼 충전단자와는 별도로 이어폰 단자가 있었지만, 최근 스마트폰들은 별도의 이어폰 단자 없이 이어폰 단자와 충전 단자가 겸용으로 나오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수아).

무선 이어폰의 성능만이 인기의 이유로 보긴 어렵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사용자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블루투스 기술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상용화됐고,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 역시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수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갑자기 무선 이어폰이 이슈가 되고,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게 됐다. 애플의 ‘마케팅 전략’이 정체됐던 무선 이어폰 시장을 성장세로 이끈 것이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좀 더 슬림하게 만들기 위해 스마트폰의 두께를 많이 차지하는 이어폰 단자를 제거했다. ‘아이폰7’부터 이어폰 단자를 없앴고,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에어팟이다. 이진의(21, 서울시 노원구) 씨는 “충전하면서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싶어도 (충전 단자가 이어폰 단자라서) 그렇게 못하는 점이 많이 불편하다. 어쩔 수 없이 이어폰 단자가 별도로 필요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무선 에어팟을 사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음향을 중요시하는 영상 컨텐츠의 발전 또한 무선 이어폰을 구매하는 이유다. 최근 유튜브 시장 등 수많은 영상 플랫폼의 확대로 스마트폰으로 미디어를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라는 뜻으로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ASMR 콘텐츠나 무손실 음원을 들을 때 좀 더 좋은 음질로 듣기 위해 무선 이어폰을 구매하기도 한다. 또 어디서든 손쉽게 케이스를 열기만 하면 바로 스마트폰과 연결이 되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소비자들은 더욱 선호하는 추세다. 권영우(28,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최근에 에어팟 프로가 나왔는데 주변 소음을 차단해 준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학교 갈 때 버스 안에서 유튜브를 자주 보는데 버스 소음 때문에 잘 안 들릴 때가 많아서 볼륨을 크게 올리곤 한다. 다 보고 나면 귀가 먹먹할 때가 많아서 에어팟 프로를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우 이동휘씨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다(사진: MBC '놀면 뭐하니' 화면 캡처).
배우 이동휘씨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다(사진: MBC '놀면 뭐하니' 화면 캡처).

판매 전략 외에도 소비자의 특성이 무선 이어폰 판매량 증가에 한몫했다. 1년 전쯤부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에어팟을 인증하는 게시글이 많이 보인다. 심지어 연예인들도 에어팟을 끼고 찍은 셀카를 자신에 SNS에 올리거나 방송에서 무선 이어폰을 끼고 나오기도 한다. 배우 이동휘(35) 씨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음악을 듣지 않아도 항상 에어팟을 귀에 끼고 있는 것이 습관”이라며 촬영 중에도 계속 에어팟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사회적 배경이 소비자들의 유행을 따라가려는 심리를 자극해 무선 이어폰이 그저 좋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류가희(21) 씨가 커스텀한 에어팟, 한자성어 ‘난공불락’을 에어팟에 새겨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다(사진: 류가희 제공).
류가희(21) 씨가 커스텀한 에어팟, 한자성어 ‘난공불락’을 에어팟에 새겨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다(사진: 류가희 제공).
에어팟에 아기자기한 키링을 달아 분실을 막고, 보기에도 좋게 꾸몄다(사진: 류가희 제공).
에어팟에 아기자기한 키링을 달아 분실을 막고, 보기에도 좋게 꾸몄다(사진: 류가희 제공).
루이비통 호라이즌 완전 무선 이어폰의 외관(사진: 루이비통 공식 페이지).
루이비통 호라이즌 완전 무선 이어폰의 외관(사진: 루이비통 공식 페이지).

2030 세대가 무선 이어폰을 고집하는 이유는 조금 특별하다. 2030 세대는 에어팟을 음악 청취뿐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에어팟 케이스에 아기자기한 키링을 달거나 ‘컬러 월드’, ‘우드 스터프 디자인’ 등에서 케이스 커스텀을 맡기기도 한다. 케이스 커스텀이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에어팟에 색을 입히거나 이니셜을 새기는 등 무선 이어폰을 자신의 느낌에 맞춰 꾸미는 것이다.

에어팟을 커스텀 해 자신의 색으로 꾸민 류가희(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최근 에어팟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나만의 에어팟이 생긴 느낌이다. 만약 잃어버리더라도 내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으니까 그런 점도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비싼 고가 브랜드로 무선 이어폰을 꾸미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루이비통 호라이즌 이어폰’, ‘나이키 에어팟 케이스’처럼 명품이나 고가 브랜드들이 무선 이어폰 관련 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 2030 세대에게 에어팟은 하나의 패션 ‘잇템’이 된 것이다.

그러나 무선 이어폰의 열풍 속에서도 유선 이어폰을 여전히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선 이어폰은 유선 이어폰과 달리 충전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정수진(17, 부산시 해운대구) 양은 “매번 귀찮게 충전하는 점이 불편할 것 같아서 아직 유선 이어폰을 쓰고 있다. 야자(야간 자율 학습의 줄임말) 시간까지 학교에 있는 고등학생들은 무선 이어폰까지 충전할 시간이 별로 없어서 유선 이어폰을 쓰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무선 이어폰의 높은 가격 또한 사람들이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이유이다. 이예진(21, 충남 천안시) 씨는 “무선 이어폰은 성능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굳이 사야 하는 필요성을 못 느낀다. 유선 이어폰도 아직 쓸 만하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에어팟이 촉발시킨 무선이어폰 시장이 최근 IT업계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며 "특히 무선이어폰에 인공지능 기능을 넣는 경우 스마트폰 역할을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을 없애 편의성을 높인 이어폰’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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