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산대학교 폐교 위기…올 신입생 충원 미달에 이번 수시 입시도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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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산대학교 폐교 위기…올 신입생 충원 미달에 이번 수시 입시도 중단
  • 취재기자 조재민
  • 승인 2019.12.0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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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평가에서 재정지원 제한대학 되면서 동부산대 폐교 임박
학교 주변 식당가 폐업하고 학교 구내식당도 문 닫아 캠퍼스 ‘을씨년’
인구감소로 입학 자원 부족, 대학 등록금 동결로 재정 어려운 대학 전국적 속출 가시화

내년 대학교 입학을 앞둔 수험생 이혜진(19, 부산시 해운대구) 양은 부산 내 전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포털사이트에 대학교를 검색하던 중 동부산대학교를 발견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 띈 관련 검색어 키워드는 다름 아닌 ‘폐교’였다. 그녀는 “동부산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과가 있어 관심이 있었는데 폐교 위기라는 관련 검색어를 보고 놀랐다. 동부산대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된 사실을 알고 지원을 망설이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동부산대학교는 1978년 학교법인 설봉 학원이 설립한 2년제 사립 전문대다. 동부산대가 폐교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동부산대는 2015년 학교법인 재단 이사장과 사무국장이 8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현재 교육부가 파견한 관선(임시)이사 체재로 운영 중이다. 앞서 2012년에는 전임 총장이 학생 수를 부풀려 교육부 지원금 25억 7000만 원을 부정으로 수급했다가 적발됐다.

동부산대학교가 2020학년도 학자금 대출을 100% 제한하는 재정지원제한대학Ⅱ로 선정됐다(사진: 교육부 ‘2020학년도 재정지원 가능 대학’ 캡처).
동부산대학교가 2020학년도 학자금 대출을 100% 제한하는 재정지원제한대학Ⅱ로 선정됐다(사진: 교육부 ‘2020학년도 재정지원 가능 대학’ 캡처).

교육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부산대를 재정지원제한대학Ⅱ로 선정했다. 재정지원제한대학Ⅱ로 분류되면, 소속 학생들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100% 제한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동부산대는 작년부터 신입생 유치를 위해 1학년 학생들에게 제한된 국가장학금 대신 200만 원의 장학금을 학교 예산으로 지급하고 있다. 학생들 등록금 수입에 거의 의존해서 학교를 운영해온 동부산대는 전액 교비에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부담하는 것이어서 학교 빚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왼쪽)동부산대학교의 신입생 충원율. 모집 인원에 비해 전체 입학자 수는 절반도 못 미친다.(오른쪽)동부산대학교는 재정난으로 인해 2020학년도 수시 1차 모집을 시행하지 않았다(사진: 대학 알리미 캡처. 동부산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
(왼쪽)동부산대학교의 신입생 충원율. 모집 인원에 비해 전체 입학자 수는 절반도 못 미친다.
(오른쪽)동부산대학교는 재정난으로 인해 2020학년도 수시 1차 모집을 시행하지 않았다(사진: 대학 알리미 캡처. 동부산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

동부산대가 재정 지원 대학으로 선정된 것은 신입생 모집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올해 동부산대 전체 학생 1300명 가운데 1학년 신입생은 460명가량으로, 애초 신입생 모집인원 수인 970여 명에서 절반이나 모자란다. 동부산대는 지난 9월 재정난으로 인해 올해 1, 2차 수시전형에서 학생을 모집하지 않는다고 했다. 동부산대 관계자는 “학교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기엔 무리다. 1300명의 재학생이 여전히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재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교직원들이 이번 2학기까지 남아 일을 하겠지만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했다.

동부산대 재학생들은 폐교 위기에 대해 어떤 반응일까? 재학생 이 모(21, 부산시 진구) 씨는 “재학 중인 학교가 폐교 위기라고 하니 불안한 마음으로 학교를 다닌다. 같이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과 부모님도 모두 걱정한다”고 말했다. 2018년에 동부산대를 졸업한 한 모(23,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모교가 폐교 위기라는 소식을 듣고 놀라서 교수님께 연락드렸다. 포털사이트에 동부산대를 검색해서 학교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던 식당. 학생 수 급감으로 문을 닫았다(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왼쪽)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던 식당. 학생 수 급감으로 문을 닫았다.
(오른쪽)동부산대학교 주변 식당가. 손님이 뜸해서 폐업한 가게들이 많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동부산대 주변 상인들의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하다. 동부산대 인근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김학래(55) 씨는 “몇 년 전부터 학생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장사가 잘 안 된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이 근처는 사람이 북적북적했다. 지금은 손님이 없어 주변 식당들도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역시 반송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임현정(42) 씨는 “동부산대 학생들이 주로 점심을 먹으러 찾아왔는데, 지금은 점심시간에도 조용하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매출도 뚝 떨어졌다. 완전히 폐교한다면 가게 운영에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왼쪽)동부산대학교 교내 식당 모습. 내부 사정으로 인해 운영을 중단한다는 공지사항이 붙어있다. (오른쪽)학생들이 주로 찾던 교내 카페. 학생들의 발길이 끊기자 문을 닫았다(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왼쪽)동부산대학교 교내 식당 모습. 내부 사정으로 인해 운영을 중단한다는 공지사항이 붙어있다. (오른쪽)학생들이 주로 찾던 교내 카페. 학생들의 발길이 끊기자 문을 닫았다(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동부산대는 최근 교내 식당 문을 닫았다. 학생 수 급감으로 적자가 계속되자 더 이상 정상적인 교내 식당 운영을 할 수 없었다. 교직원과 재학생들이 교내 식당을 돕기 위해 점심시간 학교 밖 식당 이용을 자제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동부산대 관계자는 “내부적인 사정으로 이번 학기는 교내 식당을 운영하기 어렵다”며 “학생들이 교내 편의점이나 인근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재학생 전 모(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교내 식당도 학습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공강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끼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매번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동부산대학교의 자진 폐교는 현재 상황에서 불가능하다. 재산에 손해가 난 상황에서 법적으로 폐교할 수 없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자진 폐교를 하려면 횡령액을 복구하고 교육부가 파견한 관선이사 체제에서 ‘정규 이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관선이사 파견 상태의 대학은 자진 폐교를 의결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동부산대 관계자는 “학교를 살리기 위해 통폐합할 대학과 재정 기여자를 찾고 있다. 마지막까지 희망의 끊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동부산대는 분교인 동래 캠퍼스 부지를 경매로 처분해 대출금을 갚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부족한 재정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 부지를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캠퍼스 부지에 대한 매수자가 언제 나올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부산대는 다른 대학과의 통폐합도 생각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변 대학들 역시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의과학대학교 기획처장 김경화 씨는 시빅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재정 문제로 인해 사립대학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더군다나 일자리도 수도권에 집중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부산 지역 대학이 줄어들어 부산의 많은 기업들도 인재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장기간 정부의 등록금 동결 및 인하 압박이 이어지면서 대학들의 재정 확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국·공립대는 지난 2018년부터 입학금이 폐지됐고, 올해부터 사립대 입학금도 단계적으로 폐지되어 대학의 재정 압박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 교육부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사립대 입학금을 최장 5년에 걸쳐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사립대 입학금은 매년 16%씩 감축되며, 2022년에는 입학금 자체가 사라진다.

대학 등록금은 2011년 9월 개정된 고등교육법에 따라 최근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이내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올해 각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한다면 2016년 1.0%, 2017년 1.9%, 2018년 1.5% 등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2.2% 이내의 등록금 인상이 법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교육부는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대학에 한해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대학은 등록금을 올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국가장학금 2유형은 정부가 학비 부담 완화 노력(등록금 인하, 장학금 확충)을 대학별로 평가해 차등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2018년도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명단. 대구외국어대학교, 서남대학교, 한중대학교, 대구미래대학교는 재정난으로 인해 지난해 폐교했다(사진: 교육부 제공).
2018년도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명단. 대구외국어대학교, 서남대학교, 한중대학교, 대구미래대학교는 재정난으로 인해 지난해 폐교했다(사진: 교육부 제공).

재정위기로 인해 지난해에만 4개 대학교가 문을 닫았다. 대구미래대 자진 폐교에 이어 동부산대 폐교 위기 등 지방대학의 몰락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은 대구미래대(경북 경산시), 대구외국어대(경북 경산시), 서남대(전북 남원시), 한중대(강원 동해시) 등 대부분 지방대다.

지난해 신입생 감소로 경영난이 계속되면서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대구미래대는 자진 폐교했다. 대구미래대는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서 가장 낮은 E등급을 받았으며 2017학년도 신입생 충원율도 34.8%에 불과했다. 대구미래대를 경영하는 애광학원은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짐과 동시에 재정난이 이어져 대학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재작년 폐교 인가를 신청했다. 이로 인해 대구 미래대는 2018년 2월 28일까지 운영되고 폐교했다.

이외에도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최하위 E등급에 속했던 대구외대, 서남대, 한중대는 정부 재정 지원·학자금 대출 제한 등 각종 불이익을 받았다. 신입생 충원율은 2017학년도 기준 각각 66.7%, 33.9%, 27.3%에 그쳐 신입생 수가 미달됐다. 교육부는 이들 각 대학에 대한 종합감사 등을 실시하고 지적 사항 등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부실대학 퇴출을 확정했다. 교비 횡령, 임금 체불, 학생 모집에서 난항을 겪은 대구외대, 서남대, 한중대는 결국 폐교 결정 후 각 교내 홈페이지를 통해 특별 편입학 사항 등을 안내했다.

폐교된 학교의 재학생들은 어떻게 될까? 교육부에 따르면, 인근 지역 동일학과 또는 유사학과에 특별 편입학을 할 수 있다. 인근 지역에 동일·유사학과가 없는 경우 편입학 지역 범위가 인접 시·도로 확대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자진 폐교를 추진할 경우 학생들에게 특별 편입학을 지원한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앞으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예상 폐교 대학 수. 예상 폐교 대학교 수는 총 38개다(사진: 교육부 제공).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예상 폐교 대학 수. 예상 폐교 대학교 수는 총 38개다(사진: 교육부 제공).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각 대학은 재정 상황에 맞는 신입생 모집과 재정난 대비 방안에 비상이 걸렸다. 동아대학교 입학처장 한성호 씨는 시빅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제 지방대는 수도권에 있는 대학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 각 대학은 재정 확보 방안 마련 등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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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식 2019-12-05 07: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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