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선호사상이 여전히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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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아선호사상이 여전히 대세
  • 김관욱
  • 승인 2013.01.1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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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아 남자를 선호하는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다. 하지만, 요즘들어 우리 사회는 여자아이를 선호하는 부모들이 점점 늘고 있다.
 

정부 산하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 2008년 태어난 신생아 2078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임신 중 바랐던 자녀의 성별’을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자 중 아버지들의37%가 딸을, 29%가 아들을 원했고, 어머니의 38%가 딸을, 31%가 아들을 원해서 부모 모두 딸을 더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래구 명장동에 사는 이대식(31) 씨는 딸만 둘이다. 그는 주위에서 여자아이만 둘이면 남자아이가 없어 아쉽지 않느냐는 말을 듣곤 한다. 하지만, 이 씨는 요즘 같은 세상에 남자아이를 낳아봤자 남자에게는 군대, 취업, 가정부양 등 갈수록 책임과 의무만 더 늘어날 뿐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나도 남자지만 내 자식을 남자로 낳아서 고생시키고 싶진 않네요”라고 밝혔다.
 

부인이 첫 아이를 임신한 지 3개월이 지났다는 김석훈(29) 씨는 첫 아이가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나 아들로서 짊어져야 했던 책임감을 평생 느끼며 살아왔기 때문에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가 태어나길 바란다. 김 씨는 “제가 살아보니 남자보다는 여자아이가 더 살아가기 좋은 세상인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에 사는 김도욱(33) 씨는 자신의 친구들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주위 친구들 모두가 딸을 놓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들은 아들보다 딸이 키우는 재미가 더 좋고, 더욱 사랑스러울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김 씨는 “저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들보단 딸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밝혔다.
 

동래구 명륜동에 사는 이재화(53) 씨는 ‘남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라는 요즘 유행하는 남존여비 4행시를 말하며, 여아선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여성의 인권이 신장하였기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경남 진주시 신안동에 사는 김장수(54) 씨는 부모 입장에서 남자아이를 낳으면 결혼할 때 집을 장만해줘야 하는 부담이 아직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남자의 결혼비용이 적어도 1억은 넘어가는 세상에 요즘 젊은 세대 부모들이 여자아이를 선호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남자는 능력이 없으면 결혼을 못하는 경우도 많잖아요”라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IN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누리꾼은 자식들이 더 이상 부모부양의 의무를 지지 않는 시대의 변화가 더욱 여아를 선호하게 하는 이유라고 제시했다. 이 누리꾼은 예전에 아들을 선호했던 것은 아들이 노후를 보장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혼 후 부모에게 더 잘하는 딸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이정화(35) 씨는 남편이 시댁부모님을 챙기는 것보다 자신이 친정 부모님을 챙기는 일이 더욱 많다고 한다. 그녀가 친정 부모님을 신경써 챙기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에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이 씨는 “가끔 우리 남편을 보면 시댁 부모님께 너무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밝혔다.
 

신생아 출산뿐만 아니라 어린아이 입양에서도 ‘여아선호’ 현상이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입양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남자아이 입양은 459명인 34.9%에 그쳤지만 여자아이는 855명인 65.1%이나 됐다.
 

육아정책연구소 서문희 박사는 부모가 딸을 선호하는 것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가치 변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 박사는 과거의 부모들은 남아에게 노후생계를 보장받는 ‘자녀의 도구적’ 가치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요즘은 부모들이 남아에게 노후생계보장에 대한 기대치가 작아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 박사는 딸의 양육과정이나 성인이 되어서 딸이 주는 부드러움과 자상함 등의 ‘정서적 가치’가 두드러지면서 부모들이 여아를 더 선호한다고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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