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공원 노동자 자살···마사회 갑질이 부른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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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공원 노동자 자살···마사회 갑질이 부른 극단적 선택
  • 취재기자 배수진
  • 승인 2019.12.0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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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고발하며 자살···A4 3장 분량의 유서 남겨
유서 중···“경마장이라는 곳,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하겠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15년간 기수로 일한 문중원(41) 씨가 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지난달 29일 경마공원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문 모(41)씨와 관련해 고인이 남긴 유서를 토대로 수사에 들어갔다고 2일 밝혔다.

지난달 29일 경마공원 내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문 씨를 옆 방 동료가 발견했다. 고인은 유서를 통해 “세상에 이런 직장이 어디 있느냐”며 “경마장이라는 곳,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하겠다”고 밝혔다.

고인은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에서 ‘부정경마와 조교사 개업비리의혹’을 언급했다. 그는 “요즘에는 등급을 낮춰서 하위군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대충 타라고 작전 지시를 한다. 부당한 지시가 싫어 마음대로 타면 다음엔 말도 안 태워 준다”고 했다.

또 “일부 조교사들이 말을 의도적으로 살살 타도록 하고, 말 주행 습성에 맞지 않는 작전 지시를 내리는 등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언급했다.

조교사 개업과 관련해서는 “죽기 살기로 조교사 면허를 땄지만, 마방(마구간)을 받지 못하면 다 헛일이다. 면허 딴 지 7년이 된 사람도 안 주는 마구간을 갓 면허 딴 사람한테 먼저 주는 경우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마방 임대에 의혹이 있다는 뜻이다. 문씨는 2015년 조교사 면허를 땄지만 4년여 동안 마방을 받지 못했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문 씨를 포함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경마기수 4명, 마필 관리사 2명, 간부직원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7년 10월에는 27년 동안 경마장을 관리해온 간부(55)가 부산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고인의 일기장에선 경영진의 전횡과 내부 비리 등에 따른 고충이 기록돼 있었다. 앞서 2017년 5월에는 비정규직에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던 마필 관리사가 열악한 고용구조를 비판한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경마공원 개장 이래 벌써 여섯 번째 죽음”이라며 “복마전 마사회의 부조리가 결국 문중원을 죽였다”고 마사회를 규탄했다.

그러면서 “2017년 이후 네 명의 죽음이 계속되는 과정에서도, 마사회의 다단계 갑질구조와 부조리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며 “이대로라면 선진경마라는 위선 속에 또 누군가 죽어나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마사회는 고인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고인을 죽음으로 내 몬 다단계 갑질과 부조리를 명백하게 밝히고, 부조리에 기생하여 고인을 죽음으로 내 몬 자들을 처벌하라”며 “마사회는 재발방지에도 나서야한다. 목숨을 걸고도 나아질 수 없는 모순구조와 마사회 간부와의 친분이 기준이 되는 마방운영의 부조리를 당장 뜯어고쳐라. 그것이 마사회가 고인과 유족에게 사죄하는 길이다”라고 촉구했다.

양전창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 경마공원지부장은 “갑질과 깜깜이식 행정 등 경마장 운영이 공정·청렴과는 거리가 멀어 이런 안타까운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는 “수사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처를 할 예정이며, 유관단체 구성원의 권익 보호와 경마 시행에 관여하는 모든 단체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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