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 지나도 꺼지지 않는 촛불... 부산화명촛불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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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지나도 꺼지지 않는 촛불... 부산화명촛불 그들의 이야기
  • 취재기자 구다민
  • 승인 2019.12.04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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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명동에서 5년 동안 꾸준한 추모행사... 부산에 남은 유일한 촛불
부산 화명동 주민들이 5년 동안 열고 있는 ‘부산화명촛불’. 화명촛불 사람들이 추모 행사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왼쪽), 세월호를 추모하는 글이 담긴 노란 천이 매달려 있다(사진: 취재기자 구다민).
부산 화명동 주민들이 5년 동안 열고 있는 ‘부산화명촛불’. 화명촛불 사람들이 추모 행사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왼쪽), 세월호를 추모하는 글이 담긴 노란 천이 매달려 있다(사진: 취재기자 구다민).

텅 비었던 거리는 점점 노란빛 천들과 그날의 기억들로 가득 찼다. 다들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이 능숙하게 천을 매달고, 빔프로젝터를 켜고, 각자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갔다. 움직임은 제각기 달랐지만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추모하는 듯했다.

‘부산화명촛불’은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화명동 롯데마트 앞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행사를 하고 있다.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는 세월호 사건 조사에 도움이 될 만한 서명을 주민들에게 받기도 하고, 세월호와 관련된 각종 뉴스를 틀어놓으며 진실규명을 위한 끝없는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화명촛불은 그저 세월호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이 가장 처음 집회를 시작한 것은 세월호 참사 발생 3일 뒤인 4월 19일이다. 화명촛불의 일원인 황기철(58, 부산시 북구) 씨는 “당시 세월호 참사가 너무나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이었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지역이나 마을에서 집회를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처음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 무작정 시작한 이 집회가 이렇게까지 길어질 것이라고는 모두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화명촛불 사람들은 모두가 대표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매주 진행되는 이 행사가 삶의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모두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되는 사람들끼리 참여하여 유동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들은 추운 날씨에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자신들의 자리를 묵묵히 지켰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수고한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고, 조용히 엄지를 치켜들며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서명을 해달라고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학생들은 먼저 달려와 서명에 참여했다.

‘화명촛불’에서, 아이들이 세월호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왼쪽), 주민들이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구다민).
‘화명촛불’에서, 아이들이 세월호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왼쪽), 주민들이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구다민).

마트에서 나온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세월호 관련 영상을 구경하고, 엄마와 같이 따라온 아이가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직접 서명에 참여하거나 말을 건네지는 않아도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 놓아둔 노란리본을 조용히 한두 개씩 가져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화명에서 시작된 작은 촛불은 점차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기도 했다. 황기철 씨에 따르면, 울산이나 김해에서 오신 분들이 화명촛불의 활동을 보고 본인들의 지역으로 돌아가 소규모로 추모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이들은 서로 필요할 때 찾아가 도움을 주기도 하면서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술에 취한 어르신들이 욕을 하며 지나가기도 하고, 아직까지 세월호 타령이 나며 핀잔을 놓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황기철 씨는 “상대방의 아픔이나 비극을 공감하지 못하고, 세월호 관련 가짜뉴스를 그대로 믿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사회가 좋아지고 진실도 밝혀진다면 이런 사람들도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명촛불이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월호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기철 씨는 “모두가 가능하면 이 추모 행사가 끝나길 원하고 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수사나, 관련 인물들의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행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유가족들과의 만남도 가끔씩 가지는 편인데, 이렇게 작지만 꾸준히 우리가 촛불을 들고 유가족들과 같이 싸운다면 그들이 힘을 내고 진실을 위해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목요일은 지나가는 일주일 중 하루에 불과하지만, 이들에게 목요일은 바쁜 현실 속에서도 잊지 않고 세월호를 추모하고, 진실규명을 외칠 수 있는 특별한 날이다. 황기철 씨는 “세월호 추모 행사가 길어지는 것이 어찌 보면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며 “추모일을 세는 것을 하루빨리 멈춰서 유가족들도 빨리 이 사건을 가슴에 뭍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명촛불 사람들은 두 시간 동안의 추모 행사가 끝난 후, 다 같이 모여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시작했다. 30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추운 날씨가 무색할 만큼 모두의 마음이 모여 따뜻한 온기가 주변을 가득 에워쌌다.

지난 11일, 세월호 특별 수사단이 꾸려지고 점점 그날의 진실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 사건을 기억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이 길고 긴 싸움은 계속해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화명촛불을 비롯한 모든 세월호 추모 단체들이 하루빨리 추모일은 세지 않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우리는 계속해서 세월호에 관심을 가지고, 정부에 진실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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