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집합단지 ‘서울책보고’엔 29개 헌책방, 13만 권 헌책이 한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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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집합단지 ‘서울책보고’엔 29개 헌책방, 13만 권 헌책이 한 곳에
  • 취재기자 이승연
  • 승인 2019.12.02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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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간 재생 프로젝트로 탄생
2200종 독립출판물도 전시 중...입점 카페엔 책 읽는 문화 시민 가득
‘역사책 전시’ 등 특별 문화행사도 풍성
서울시 송파구 잠실나루역 유휴지가 헌책방 집합단지인 ‘서울책보고’로 조성됐다(사진: 서울책보고 제공).
서울시 송파구 잠실나루역 유휴지가 헌책방 집합단지인 ‘서울책보고’로 조성됐다(사진: 서울책보고 제공).

언뜻 보면 단순하게 여러 개의 컨테이너가 연결된 건축물이지만, 사실 그 속에는 아주 깊고 풍부한 지식이 담겨있다. 그 안에 들어가면 터널 모양으로 길게 늘어선 서가에 놀라고, 빽빽한 대나무 숲처럼 꽂혀 있는 책에 또 한 번 놀란다. 손때 묻은 헌책 특유의 감성을 즐기며 자주 갔던 헌책방을 잠시 떠올린다. 서울시 송파구 오금로에 위치한 ‘서울책보고’는 헌책을 사고파는 헌책방들의 집합지다.

서울책보고에는 터널 모양으로 길게 나열된 서가에 빽빽하게 책이 꽂혀있다(사진: 서울책보고 제공).
서울책보고에는 터널 모양으로 길게 나열된 서가에 빽빽하게 책이 꽂혀있다(사진: 서울책보고 제공).

서울책보고라는 이름은 ‘시민 참여 네이밍 공모’를 통해 한 시민들이 지었다. 책보고는 책의 보고(寶庫)로써 ‘책이 보물이 되는 공간’이라는 의미와, ‘책을 보다’의 의미가 담긴 중의적인 표현이다.

서울책보고는 헌책방들의 헌책을 위탁 판매하여 헌책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나루역 유휴공간을 새롭게 리모델링하여 조성했다. 2019년 3월 27일에 개관했으며, 총면적은 1465㎡다. 서울책보고 개관 이후 매월 약 3만 명이 방문해 총 누적 방문자 수는 6개월간 약 18만 명에 달했다. 서울책보고 관계자는 “유휴지였던 공간을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돌려드리고자 서울책보고가 만들어졌고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서점이나 책방과 달리, 서울책보고는 시민들이 헌책의 가치와 책을 찾는 여유를 발견하기 위해 서울시의 공간재생 프로젝트이자 공공 헌책방 프로젝트로 탄생했다. 현재는 각각의 개성을 가진 29개 헌책방이 입점해 있다. 서울책보고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책보고의 현재 보유 헌책 수는 약 13만 권이며, 누적판매권수는 약 17만 권이다.

서울책보고에는 약 2200여 권의 독립출판물이 전시되어 있다(사진: 서울책보고 제공).
서울책보고에는 약 2200여 권의 독립출판물이 전시되어 있다(사진: 서울책보고 제공).

서울책보고는 헌책뿐만 아니라 여러 독립출판물도 취급하고 있다. 서울도서관이 직접 선정한 약 2200여 권의 독립출판물을 전시, 열람, 홍보하기 위해 서울 시내 독립서점에서 직접 구입해 서울책보고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독립서점의 한계를 넘어 로컬서점으로써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소개하고 있다. 독립출판물은 판매하지 않으며, 전시 및 열람만 가능하다. 독립출판물을 구경 중이던 초등학생 최승민 군은 “책은 딱딱한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 생긴 책이 많다”며 “책을 안읽고 구경만 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와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위한 무대도 서울책보고 안에 조성돼 있다(사진: 서울책보고 제공).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와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위한 무대도 서울책보고 안에 조성돼 있다(사진: 서울책보고 제공).

이 외에도 서울책보고는 시민들과 소통을 위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 4월, 서울책보고에서 열린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읽기의 역사’ 전시를 관람한 김서현 씨는 “늘 로맨스 소설책만 읽다가 역사를 아우르는 책들을 보며 나 자신을 많이 반성했다. 앞으로 서울책보고에서 열리는 여러 문화 행사에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필요한 책을 장르별, 제목별 등으로 검색해 바로 찾을 수 있는 기존의 도서관이나 일반 서점의 서가 배치와 달리, 서울 책보고는 헌책방 별로 구분돼있다. 서울책보고 홍보팀 이한수 팀장은 신속한 도서 검색 후 찾던 책만 가지고 황급히 떠나는 공간이 아니라, 책이 어느 서점에 꽂혀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직접 각 헌책방 서가를 돌며 오랜 시간 동안 책을 찾는, 약간은 불편한 서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팀장은 불편함만을 느끼기보다는 개성이 넘치는 책장들 사이에서 보물 같은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김지수(21) 씨는 “개성 넘치는 제목을 가진 책들이 많아 골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서울책보고 공식 사이트에는 서울책보고 참여 헌책방들이 나와 있다(사진: 서울책보고 공식 사이트 캡처).
서울책보고 공식 사이트에는 서울책보고 참여 헌책방들이 나와 있다(사진: 서울책보고 공식 사이트 캡처).

서울책보고는 시민들의 도서를 매입하거나 기증받아서 판매하지는 않는다. 만약 도서 판매를 원하는 시민이 있다면, 서울책보고에 참여한 헌책방들에게 직접 문의하면 판매가 가능하다.

서울책보고 홍보팀 이한수 팀장은 ‘유휴공간’을 새로운 ‘책 문화공간’으로 재생시킨 서울책보고의 의미는 헌책이 가지고 있는 힘과도 뜻이 같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서울책보고에서 누군가를 거쳐 온 물건과 공간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되는 의미를 느끼고, 헌책을 찾으며 지나간 시간과 추억을 되찾아 떠올리는 ‘기억의 재생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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