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다문화가족 해체 증가 추세... 예방·지원 방안 절실
상태바
부산지역 다문화가족 해체 증가 추세... 예방·지원 방안 절실
  • 취재기자 배수진
  • 승인 2019.12.02 1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다문화가족 해체현황·지원방안 연구 발표
다문화가족 부부, 배우자 사망 및 이혼·별거 증가 대책 제안

부산지역 다문화가족 부부들은 배우자 사망 및 이혼·별거 비율의 지속적 증가추세에 따라 발빠른 다문화가족 해체현상에 직면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문화가족의 이혼 중 아내의 국적은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같은 한-아세안 관계 참여국가 국민이 43.3%를 차지, 다문화가족의 해체를 막으며 해체 이후 이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방안이 절실하다.

이같은 사실은 부산여성가족개발원(원장 성향숙)이 최근 발표한 부산지역 다문화가족 해체 현황과 지원 방안연구보고(책임연구 김혜정 연구위원)에서 밝혀졌다.

이 연구는 부산지역에 살고 있는 다문화가족의 해체 현황을 심층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별거 및 이혼, 배우자 사망을 경험한 결혼이주여성 18명과 한국인 남편 2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 다문화가족은 2018년 기준 13,589가구이며 결혼이민자 및 귀화자는 12,295명이다. 부산지역 다문화가족의 이혼은 2000118건으로 전체 이혼의 1.2%에서, 2018372건으로 전체 이혼의 5.6%를 차지할 만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의 이혼 중 아내의 국적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의 참가국인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이 43.3%를 차지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은 의사소통의 문제, 문화적 차이, 성격 차이에 따른 부부갈등, 시댁식구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 남편의 음주와 외도, 상습적 폭력, 경제적 문제 등 매우 다양한 요인에 얽혀 이혼이나 별거에 이르고 있다.

그 유형들을 보면-.

결혼이주여성은 빠른 기간 내 결혼을 결정하고 한국으로 입국함에 따라, 더러 배우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결과 결혼과정에서 이미 갈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사례 : 결혼하고 6개월이 지나도록 남편이 장애인인 걸 몰랐어요. 제가 그때는 한국어를 전혀 몰랐으니까 그냥 이야기가 안 통해서 그런가 보다 했죠. 그런데 집안에 싸움이 나도 남편이 가만히 있길래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결혼이주여성들은 대체로 한국어가 익숙하지 못한 채 입국하여 결혼생활을 함으로써 남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남편들은 이유로 본래의 무뚝뚝한 성향 등을 핑계로 아내를 배려하지 못하기도 한다.

사례 : 스킨십, 대화는 중요해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대화도 안 하고 매일 누워있다 TV 보고... 대화하려고 하면 먼저 화내고 소리치고 그래요. 자기 기분대로 행동해서 대화가 안 될 때가 많아요.

결혼이주여성은 결혼 초기 시부모와 동거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단순한 거주지가 동일한 것을 넘어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ek. 경제권을 갖지 못한 채 시부모를 비롯한 시동생, 시누이의 관리 하에 생활하는 경우, 이로 인한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례 : 남편은 돈이 없어요. 회사 다닐 때 월급은 시동생이 다 관리했고.... 제가 아직 어리니까 월급 주면 도망간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시동생이 생활비를 매달 30만원씩 줬어요. 나중에는 시동생이 생활비도 안 주고 아이도 필요 없고 형수도 필요 없다고 막말하고.....

특히, 홀어머니인 경우 결혼하기 전까지 아들과의 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보니 결혼 후에도 아들을 독립적으로 대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부부관계에 개입하거나 며느리가 아들을 뺏어간다고 인식하기도 한다.

사례 : 결혼 전부터 시어머니하고 제 남편 둘만 살았거든요. 남편은 엄마를 불쌍하다고 여긴 것 같은데, 시어머니는 아들을 남편처럼 의지했던 것 같아요. 결혼 초기에 시어머니가 우리 부부 중간에서 주무셨어요. 우리 둘이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화를 내시고 시샘 같은 게 많고....

시집 식구와의 갈등은 남편의 사고나 사망 이후 극대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남편의 사고나 사망이 결혼이주여성 때문에 발생했다고 인식하고 비난함으로써 여성들은 정서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사례 : 갑자기 교통사고가 나서 남편이 떠났어요. 남편 사망하고 석 달 동안 너 때문에 내 아들이 죽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어요. 그 전에는 다들 잘해 줬어요. 그런데 남편 그렇게 되니까 무조건 제 탓으로 돌렸어요. 당신 아들, 자기 오빠 잡아 먹었다고... 너무 힘들어서 자살하고 싶었어요. 많이 우울해졌고요. 햇빛 보는 것도 싫었어요.

결혼이주여성을 경제적으로 착취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이런 경향은 남편을 비롯한 시집 식구들이 결혼이주여성을 가족이라기보다 일꾼이나 보모 등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사례 : 남편이 일거리가 없어서 제가 반여동 농산물 시장에서 사촌누나하고 같이 일했어요. 새벽 1시에 가게 나가서 5시까지... 말을 못하니까 욕도 엄청 먹었고, 때리고, 박스 던지고 그랬어요. 돈도 얼마 못 벌었어요. 60만원 밖에 안 줬거든요. 남편한테 말해도 그냥 참으라고 하고... 그걸 4년 했어요.

여기에 더해 남편들의 지나친 음주와 외도, 폭력은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남편의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으며 자녀가 있는 상황에서 또는 임신 중에 발생하기도 한다.

사례 : 돈 안 준다고 때려요. 자기가 나 만난다고 돈을 썼다고, 중개비를 본인이 냈으니 저한테 갚으라고요. 그렇게 일해서 남편한테 돈 많이 줬어요. 돈 안 주면 때렸어요. 손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거실에서 작은방까지요. 그 때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이혼 과정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은 자녀 양육권을 둘러싸고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여성의 경우 자녀를 양육하지 않을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이혼과정에서 매우 취약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고 자녀 양육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리를 포기하게 된다

해체를 경험한 결혼이주여성들은 자녀 양육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어 능력 부족에 따른 소통의 어려움, 자녀가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 자녀 학습 지도에 대한 어려움과 두려움, 아버지의 역할 부재에 따른 자녀의 정서적 공허함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무엇보다 자녀양육과 동시에 경제활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자녀의 어린이집 또는 학교의 등하교 시간에 맞춰 직장을 구해야 하다보니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이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결되고 있다.

사례 : 아이 있으면 회사를 못 다녀요. 주야간도 못하고... 그럼 기본급만 주는데 회사가 많이 바빴기 때문에 잔업 안 하는 사람은 아예 받질 않아요. 몇 번 회사 면접을 봤는데 아기 있다고 하니 연락이 없어요. 아기 있는 사람은 잘 안 받아줘요. 주말 식당 아르바이트 자리도 있는데 아이도 주말에 어린이집 안 가니까 제가 갈 수가 없어요.

결혼 생활에서, 이혼 과정에서, 그리고 이혼 후에도 여성들은 정서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결혼과정에서 시집 식구와의 갈등, 산후 우울증, 해체 이후 자녀양육 과정에서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중압감, 경제적 어려움 등,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남편의 사망에 따른 충격과 막막함, 고립감, 이로 인한 우울증은 더욱 크게 나타난다.

사례 : 남편이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작년에 너무 힘들었어요. 정말 막막했어요. 지난해 우울증도 좀 심하고 잠도 못자고 엄청 힘들었어요. 살도 많이 빠졌었어요. 상담을 받고 지금은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요. 아기 때문에라도 좋은 생각하려고 노력하거든요.

또한,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가족이나 지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는 이혼과 사망으로 자연스럽게 단절된다. 가족과는 이미 멀리 떨어져 있고 지인들과의 만남도 꺼리게 된다. 해체를 경험한 결혼이주여성은 사회적 관계의 단절 뿐 아니라 차별적 시선에 대해서도 힘들어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결혼이주여성들은 가족 해체 이후에도 자녀와 함께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에서도 결혼 이주민, 다문화 가족 등이 거주 국가에 잘 통합되도록 긴밀히 협업할 것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도 최근 결혼이주여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결혼이주여성 인권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맡은 김혜정 연구위원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 부산에서 선도적으로 다문화가족의 해체에 대응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 몇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다문화가족 해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결혼중개업체에 대한 관리 및 제도적 규제 필요, 의사소통 및 문화적 갈등 완화를 위한 상담 서비스 확대, 평등한 가족관계를 위한 남편의 가치관과 태도 변화 등을 제안했다.

, 해체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국적 취득기준 완화, 기초생활수급자의 소득기준 완화 및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

해체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부산시 차원의 정책 방안으로는, 야간 및 주말 직업훈련 프로그램 확대, 부산형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학교 안내문에 대한 통번역 서비스 및 자녀 학습 지원 확대,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 지원 등을 제안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