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의약품 수면유도제, 남용 가능성 길 넓다
상태바
일반 의약품 수면유도제, 남용 가능성 길 넓다
  • 취재기자 김지원
  • 승인 2016.02.22 0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 처방없이 약국서 쉽게 구입...상시 복용땐 두통 등 부작용 심각
▲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호박살독시라민 종류의 수면유도제(사진: 취재기자 김지원)

대학생 김모(22,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요즘 길게는 3~4시간 정도 뒤척이다 겨우 잠에 든다. 김 씨는 심해지는 불면증으로 인해 학업에까지 문제가 생기자 고심 끝에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를 구입해 복용했다. 의사 처방없이 쉽게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김 씨가 수면유도제를 선택한 이유였다. 김 씨는 “정신과 처방을 받으면 기록이 남는다는 소문이 돌아서 정신과에 가는 것은 꺼려졌다. 인터넷을 통해 수면유도제에 대해 알게 돼 현재까지 세달 째 복용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 씨처럼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이 의사 처방없이 쉽게 구입 가능한 수면유도제에 의존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2014년에 발표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김무경 씨의 논문 <불면증에 대한 인지행동치료 효과연구>에 따르면, 국내 인구의 32.5%가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다. 불면증을 겪는 많은 사람들은 이를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사 처방을 받아 수면제를 선택하지만, 2005년이후, 의사 처방없이 구매가능한 일반의약품 수면유도제가 시판되면서, 수면유도제를 구입해 복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녹십자 수면유도제 담당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면유도제 시장규모는 20~25억으로 추정된다.

수면유도제는 알러지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인 항히스타민제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감기나 비염, 가려움증에 쓰이는 약물로 개발된 항히스타민은 복용 시 졸음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생기는데, 이를 거꾸로 이용해 수면유도제로 개발된 것이다. 졸피뎀, 벤조디아제핀계 등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엄격하게 취급되는 향정신성 전문의약품인 수면제와 달리, 수면유도제는 중독성이 없어 일반의약품으로 취급돼 약국에서 평균 2,000~3,000원의 싼 값에 구입가능하다.

그러나 수면유도제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두통, 변비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작년 8월부터 한 달 가량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대학생 권모(22,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잠에서 깬 후 몽롱함과 일상생활에 잦은 두통을 겪고 약을 끊기로 결심했다. 권 씨는 “잠에 잘들 수는 있었지만 잠을 깨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변비로 병원을 찾은 직장인 이초희(24, 경남 함안군) 씨는 변비의 원인이 수면유도제인 것으로 진단을 받았다. 이 씨는 의사의 진단을 받은 후 수면유도제를 복용하지 않고 잠을 청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 씨는 “변비보다 잠을 못 자는 것이 더 괴로웠다. 작년부터 약을 끊고 다시 먹기를 수차례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약학정보원에서는 호흡장애 환자나 녹내장 환자, 수유부, 15세 이하의 소아에게 수면유도제를 복용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고 2주 이상 지속적인 투여를 금하고 있다.

경성대 약학대학 강재선 교수는 일시적인 불면증 치료나 수면리듬 개선에 권장되는 수면유도제를 2주 이상 장기복용 할 경우, 약에 대한 의존성이 생겨 인체에 항상성을 잃게 됨을 지적한다. 항상성은 인체에 가해지는 어떤 조건과 환경 변화에도 인체 조직과 구성 성분이 한결같은 상태를 조절하려는 생체조절기능이다. 강 교수는 “수면유도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약물이 빨리 분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더 많이 섭취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독성이 증가해 간독성이나 신장독성이 생길 수 있다. 장기적인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수면유도제보다는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불면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보통 심리적인 불안함에서 온다.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심리상담가인 김정택(40) 교수는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강조한다. 김 교수는 “상담을 통해 불안함을 없애면 질 높은 수면을 할 수 있다. 또, 자기 전 가벼운 운동이나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두피혈을 자극해주는 마사지를 해주면 약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