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친구를 ‘이백충’, ‘월거지’라 놀리는 초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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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친구를 ‘이백충’, ‘월거지’라 놀리는 초등학생들
  • 부산시 기장군 김해림
  • 승인 2019.12.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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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보다가 MBC ‘엠빅뉴스’에서 요즘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은어에 대한 주제를 다룬 영상을 보게 됐다. 엠빅뉴스에 따르면, 요즘 초등학생들이 또래 아이들 부모의 월급 액수를 따져 ‘이백충(아빠 월급이 200만 원)’, ‘삼백충(아빠 월급이 300만 원)’이라고 놀리고 따돌린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전거지(전세에 사는 거지)’, ‘월거지(월세에 사는 거지)’, ‘빌거지(빌라에 사는 거지)’라는 말까지 쓴다는 것이다. 이 모든 단어는 원래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떠돌아다니는 성인들이 쓰는 은어다. 지금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사는 아파트나 주택, 부모의 월급을 따지면서 동급생을 이백충, 전거지와 같은 은어로 놀리고 비웃는다고 하며 심하게는 학교폭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아이들 부모 언행과 인성에 연결된다.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부모들 월급이나, 아파트 종류나 차이를 구분하기는 힘들다. 아이들은 전부 부모가 사용하는 은어들을 듣고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이런 빈부격차와 계층갈등을 일으키는 은어를 쓴다는 것이 착잡하고 씁쓸할 뿐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이 돈에 대한 이야기를 차별과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말한다면, 당연히 아이들은 그것이 옳은 줄 알고 넙죽 따라 쓴다.

영상에 나온 한 부모의 인터뷰에 따르면, 임대아파트 같은 곳에 살면 아이를 관리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나로서는 잘 모르는 일이지만, 왜 임대 아파트에 살면 아이를 관리하기에 힘든지, 그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이를 관리하고 교육하는 데에 주거지가 그렇게 중요할까? 반지하 방에 살고, 전세 들어서 살고, 빌라에 사는 아이는 관리를 제대로 못 받는 것일까? 생각할 것도 없다. 당연히 주거지가 중요하지 않다. 바로 아이의 부모가 제대로 된 인성을 갖고 잘 교육한다면 아이들은 바르게 잘 자란다. 주거지를 따지며 아이 교육을 운운하는 부모들이 벌써 차별과 혐오를 낳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하게는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부모들이 주공아파트와 학군을 분리해달라는 민원도 들어온다고 한다.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서열과 계급을 좋아하는 사회가 됐을까. 부모가 이러니,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좋지 않은 것만 골라 배워 그대로 또래 아이들에게 사용하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사는 서민들에게 잘 산다는 사람들이 어떠한 권리로 “ㅇㅇ충, ㅇㅇ충”이라 떠드는 것인지 화가 나고 착잡하다. 어린아이들이 벌써부터 빈부격차를 느끼고 자신들의 마음을 더럽힌 것은 전부 우리 어른들의 탓이다. 놀림을 당한 아이의 심정은 어떨까. 참담할 것이다. 일찌감치 차별과 혐오를 가르치고 일부 아이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만든 부모들의 인성부터 고쳐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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