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버스 안 음식물 섭취는 민폐, 시민의식으로 자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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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버스 안 음식물 섭취는 민폐, 시민의식으로 자제하자
  • 경북 포항시 임소정
  • 승인 2019.11.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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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의 음식물 섭취가 금지일까? 대중교통 이용 시 음식물 섭취가 ‘민폐’라는 생각은 들지만, ‘금지’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국내엔 음식물 섭취를 제재할 수 있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가끔 지하철을 이용하면 바닥에 음식물이 엎질러진 채 방치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지하철 특성상 환기가 어려워 누군가 음식을 먹고 나면 냄새가 오래도록 남아있다. 버스 같은 경우엔 급정거할 때도 있어서 음료를 손에 쥐고 마시는 행위는 위험하다. 내 동생이 버스에서 빨대를 꽂은 음료를 마시다가 급정거 때문에 빨대가 목구멍에 깊게 찔려 병원을 간 적이 있다. 이외에도 음식물 포장지 등 먹은 후 잔여물을 치우지 않고 버스에 버려두고 가는 것 또한 문제다.

나는 본가를 내려갈 때 고속버스를 자주 이용한다. 특히 고속버스는 장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가지고 와서 먹는 사람이 꽤 있다. 그중에는 카페 음료를 가지고 타서 먹는 사람도 많다. 카페 음료는 뚜껑이 있더라도 구멍도 크고 뚜껑도 잘 열려서 쏟을 위험이 다분하다.

최근 집에 가기 위해 해운대에서 고속버스를 탄 적이 있다. 출발 직전, 내 옆자리 여성이 카페에서 사 온 커피를 들고 탔다. 운전기사는 들고 타면 안 된다며, 내려서 마시고 오든지 버리고 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제할 수 있는 법도 없고, 음식물 섭취가 동승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인식도 크게 없다보니, 기사와 옆자리 여성이 대치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옆자리 여성은 마시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으냐며 내리지 않다가 출발이 10분이나 지연되고서야 화를 내며 음료를 버리고 왔다.

서울에는 ‘서울시 시내버스 안전운행 조례’가 있다. 이 조례에 따르면, 버스 기사가 동승자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판단되는 음식물을 갖고 탄 승객에게 승차 거부를 할 수 있고, 하차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시내버스에만 해당하는 법규이며, 부산이나 다른 지방에는 이런 조례조차 없다. 지난 1일에는 지하철에서 컵라면을 먹는 여성 사진이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와 논란이 있었다. 예전엔 지하철 바닥에 회와 소주를 놓고 먹는 중년 남성 사진도 크게 떠돌았다. 이런 일이 종종 있어서 공분을 사고 있지만, 여전히 음식물 섭취를 제재할 방도는 없다.

외국에선 대중교통 이용 시 음식물 섭취를 법으로 제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2014년부터 지하철 내 취식이 전면 금지됐으며,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서도 지하철 내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면 벌금을 부과한다. 예전에 여행을 다녀왔던 상해에서 지하철을 타고 아무 생각 없이 음료를 마시려 했다가 제지당한 적이 있다. 지하철 내 벽면을 보니 그림과 영어로 음식물 섭취를 금한다고 명시돼있었다. 상해의 경우 지하철 내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다 적발되면 최대 약 8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며, 홍콩은 최대 약 30만 원, 싱가포르는 최대 약 42만 원을 부과한다.

동승객에게 불편을 주면 안 된다는 인식을 모두가 지니고 있진 않다. 그렇기에 시민의식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하철이나 버스 내 광고판 등을 이용해서 음식물 섭취를 금해달라는 내용을 지속해서 알려야 한다. 버스를 이용할 때,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착한 시민이 됩시다”란 안내방송을 자주 듣는다. 이 안내방송을 들은 청년들이 노인에게 자리를 비켜주는 모습 또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음식물 섭취 자제 광고판뿐 아니라 이렇게 안내방송으로도 알려주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동승객을 배려하고, 배려가 일상에 스며들어 생활 전체에서 사람들을 배려하는 나비효과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외국처럼 법으로 음식물 섭취를 아예 금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리 양보 안내 방송을 예로 들었듯이,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시민의식을 높이는 것으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이나 회사원의 경우 등교나 출근을 하면서 대중교통 내에서 아침을 먹는 일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요구르트나 우유 등 냄새가 나지 않는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나름대로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을 지킨다고 한다. 냄새가 나지 않으면 괜찮지 않으냐는 의견이 있지만, 음식물을 쏟을 가능성도 있으니 예외를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쾌적한 환경을 위한 조금의 불편함 감수는 에티켓(etiquette)의 첫 시작이 될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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