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졸업식’은 옛말... 요즘은 웃음꽃 잔치 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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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졸업식’은 옛말... 요즘은 웃음꽃 잔치 한마당
  • 취재기자 류효훈, 이주영
  • 승인 2016.02.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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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께 학생들이 상(賞) 드리는 거꾸로 시상식, 코믹한 동영상 상영도
▲ 부산 반송여중 학생들이 졸업식을 끝내고 부모나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매해 교장 선생님의 축사를 시작으로 재학생 송사, 졸업생 답사에 이어 졸업식 노래를 부르며 마무리됐던 지루한 졸업식은 이제 옛날 모습이다. 정형화된 졸업식 모습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학생들이 담임선생님에게 상장을 주거나 저녁 무렵에 졸업식이 열리는 등 다양하고 특색있는 졸업식이 부산 곳곳의 초, 중, 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지난 12일, 부산 학장중학교에서는 15일 공식 졸업식에 앞서 ‘거꾸로 시상식’이라는 특별한 시상식이 열렸다. 학생들이 선생님으로부터 상장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상을 전달한 것이다. 이번 거꾸로 시상식 행사는 학교에 활성화되어 있는 학생자치회가 기획했다. 학장중학교 관계자는 “좀 더 의미 있는 졸업식을 만들고 싶었고, 그 동안 학생들을 돌봐주신 담임선생님들께 감사함을 표현하는 방법을 생각하던 중, 연말 시상식이 떠올라 선생님께 학생들이 상을 주는 시상식을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거꾸로 시상식에는 ‘우리들의 우상,’ ‘당신의 열정은 상상 그 이상,’ ‘남우주연상’ 등 세상에 하나뿐인 상장들이 등장했으며, 학생들이 직접 교장, 교감선생님과 담임선생님들께 전달했다. 거꾸로 시상식을 지켜본 우미현 교감은 “너무 감동적이고 흐뭇한 순간이었다. 학생들이 선생님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기특했다”고 말했다.

▲ 학장중학교 강재욱 교장이 학생들이 준비한 ‘우리들의 우상’을 기쁜 모습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사진: 학장중학교 학생자치회 제공).

이후 15일 열린 학장중학교 졸업식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추억을 담은 동영상을 상영하고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또, 교장선생님이 졸업생 개개인에게 직접 졸업장을 수여했다.

같은 날 열린 반송여자중학교 졸업식은 이전의 졸업식처럼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고 대신 밝고 화기애애했다. 바로 학생들이 1년 간의 학급활동을 정리해 손수 제작한 동영상이 졸업식 중간에 상영됐기 때문이다. 동영상에는 “7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땡벌!” 등 다양한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졸업식을 찾은 학부모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학부모 박주영(42,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 씨는 “졸업식 날에 울고 불고 하는 다른 졸업식보다 나았다. 딱딱하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니 색다르고 활기차서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 반송여중 3학년 2반 담임 강표중 선생님이 3년 동안 고생한 제자들을 직접 안아주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반별로 제작된 동영상이 상영되는 동안에는 학생들이 차례로 식단 위에 올라가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을 안아줬다. 학생들을 차례로 안아주었던 반송여자중학교 최정화 선생님은 “엄마같은 마음으로 꽉 안아줬다. 제자들과 마지막이 아쉽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기특하고 뿌듯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이번 졸업생 장미주(17,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 양은 “재밌는 졸업식을 보냈다. 위에 올라가서 선생님에게 안기니까 선생님과 같이 들었던 수업시간이 생각나기도 했고 뭉클했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안진초등학교에서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에 맞춘 ‘저녁졸업식’이 열렸다. 맞벌이 부부나 아버지의 퇴근길에 맞춰 졸업식을 시작해 보다 많은 가족들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아들의 졸업식을 보러왔다는 김모(44, 부산 동래구 안락동) 씨는 “보통 아이들의 졸업식이 아침에 이뤄져서 아빠들이 참여하는 것이 많이 힘들다. 이처럼 퇴근 시간쯤에 다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서 좋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안진초의 저녁졸업식에서는 졸업생 몇 몇이 아니고 졸업생 모두가 주인공이 됐다. ‘나의 꿈, 나의 자랑’ 순서를 통해 졸업생 모두가 무대 위로 올라와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졸업생들은 무대에 올라와 외과의사, 프로파일러, 경찰, 무용수, 파일럿, 축구해설가, 레이싱 선수 등 다양한 직업의 꿈을 힘차게 발표했다. 이를 지켜 본 학부모 김현식(43, 부산 동래구) 씨는 “의외로 괜찮았다. 친구들끼리야 많이 얘기했겠지만, 이같이 부모님과 어른들 앞에서 말하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중학교 가기 전에 자신의 꿈을 힘차게 말할 수 있는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아이들이 기특하다”고 말했다,

▲ 안진초에서 열린 졸업식 중 ‘나의 꿈, 나의 자랑’을 통해 송정훈 학생이 자신의 꿈인 성우가 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주영).

이외에도 여러 학교에서 다양하고 특색있는 졸업식이 열렸다. 지난 12일 경남고 졸업식에서는 졸업생 진학설계 발표회, 합창부 축하공연에 이어 선생님들의 축하 영상과 졸업생의 추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15일 부산중 졸업식에서는 식전행사로 학생들이 기획한 공연과 졸업생 전원이 참여해 만든 UCC 영상물이 상영됐다. 또, 졸업식이 끝난 뒤에는 교복 물려주기 행사도 열렸다. 19일 신덕초 졸업식에서는 학생들은 정성을 다해 만든 선물을 부모들에게, 부모들은 자녀 졸업을 축하하는 격려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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