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가 안 부럽다"...부산에도 인디 문화 열기작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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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가 안 부럽다"...부산에도 인디 문화 열기작렬 중
  • 취재기자 이원영
  • 승인 2016.02.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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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 청년 문화 부흥 지원 덕에 인디 지원 시설 속속 개장

최근 부산에 비주류, 비상업, 비종속을 외치는 '인디 문화' 창작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2013년 7월 부산도시철도 2호선 민락역에 인디 창작공간 '민락 인디트레이닝센터'가,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 인근에 '사상 인디스테이션'이 개관했고, 지난해 11월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에 '부산음악창작소'가 개소했다. 이들은 인디 음악인들에게 창작 공간과 공연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음반 제작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들 덕에 부산 인디 문화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은 대개 경제적 어려움으로 활동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인디 밴드들은 밴드 활동으로 얻는 수입만으로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에게 음반 발매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인디 뮤지션 뿐만 아니라 비보이, 그라피티 등 인디 문화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도 일정한 수입이 없긴 마찬가지다. 서울에선 인디 음악이 홍대 거리를 중심으로 나름대로 시장성,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지방의 상황은 다르다. 부산문화재단 관계자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은 자체적으로 살아남기가 힘든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조성된 부산의 인디 문화 창작 공간들은 침체된 부산 지역의 인디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인디 뮤지션 등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인디 문화의 ‘인디(indie)’는 독립적이란 의미를 가진 'independent'의 줄임말이다. 인디 음악계에서 인디란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은 뮤지션이 독립적으로 음반을 자체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인디 음악하면 밴드 음악이 대표적이지만, 락, 어쿠스틱, 발라드, 레게, 힙합 등 인디 음악에 뚜렷한 장르 구분은 없다. 인디 음악, 인디 영화 등은 제작 및 유통 과정이 독립적이다. 인디들은 거대한 자본과 거리를 두고 산다. 개인, 혹은 팀으로 연습실을 마련하거나 음반을 제작하고 공연하는 일은 인디들에게는 자금적으로 힘든 일이다.

민락 인디트레이닝센터는 악기를 갖춘 합주실 3곳, 다목적 연습실 3곳, 개인 연습실 3곳을 갖췄다. 매년 이곳에서 힙합, 어쿠스틱, 록 등 다양한 음악 장르의 인디 밴드와 뮤지컬, 연극 극단, 비보이 댄스팀이 입주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입주 단체는 총 18팀이다. 민락 인디트레이닝센터는 공모를 통해 모집된 입주 단체에 무상으로, 입주 단체에 등록돼 있지 않은 팀은 시간당 1만 원을 받고 평일에 연습실을 대관해 주고 있다.

현재 민락 트레이닝센터에서 활동 중인 인디밴드 ‘문센트’는 합주실 지원 뿐만 아니라 공연 사업 지원, 앨범 녹음, 스티커 제작 등 다양한 지원 혜택을 받고 있다. 문센트 멤버들은 센터 이용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문센트 멤버 김기훈(31) 씨는 “합주실을 이용하고 싶은 시간대를 고를 수 있고, 휴게실과 샤워 시설이 있어, 음악 작업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부산문화재단이 젊은 문화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민락 인디트레이닝센터는 음반 발매를 원하는 뮤지션과 전시 계획이 있는 작가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아티스트와 시민들을 위한 특강뿐만 아니라, 매년 광안리에서 인디문화제 '민락(ROCK)페스타(Festa),' 거리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상 인디스테이션(CATs: Container Arts Terminal)은 현재 '청년문화 육성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부산문화재단이 부산시로부터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는 복합문화시설이다. 인디문화를 청년문화로 확대시켜 주문화로 활성화시키는 것이 사업의 주목적이다. 이곳에서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인디 밴드, 힙합 뮤지션 2-4팀이 참가하는 공연 '불금파티'를 개최한다. 공연 팀은 시설의 스튜디오와 휴식 공간에서 공연 준비에 매진할 수 있다. 다른 기획 공연엔 10팀 이상 참가한다. 부산문화재단 측은 공연에 참가한 뮤지션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관계자는 “부산에서 활동하던 인디 뮤지션 중 많은 이들이 20대 후반이나 30대가 되면, 음악을 포기하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상 인디스테이션은 주로 공연과 전시를 함께 진행한다. 월 1회 이상 기획 전시를 통해, 일반 아트 갤러리에 소개되지 못한 신진 작가들의 미술 작품도 이곳 전시실에서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관계자는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용이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인근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공연과 전시를 통해 시민들도 인디 문화를 가까이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지난해 사상 인디스테이션에서 열렸던 인디 공연(사진: 사상인디스테이션 홈페이지).

최근 부산 인디문화의 중심지 부산대 앞에 들어선 부산음악창작소는 대형 스튜디오와 최신 녹음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문화관광부와 부산시의 지역 대중음악 지원 사업으로 조성된 이곳은 앨범 제작이 어려운 인디 뮤지션들이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부산을 근거지로 활동 중인 밴드 문센트는 이곳의 지원을 받아, 앨범 녹음과 뮤직비디오, 프로필 사진 촬영을 마치고, 이달 말 앨범 발매를 준비 중이다. 문센트 김기원 씨는 “지원 사업 덕분에 좋은 퀄리티의 음악을 만들게 됐다. 만약에 이런 일들을 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부산음악창작소에서 밴드 버닝소다가 작업 중이다(사진: 버닝소다 페이스북).

현재 부산음악창작소의 지원을 받고 있는 3인조 어쿠스틱 밴드 ‘버닝소다’는 작년 멤버들끼리 앨범 제작을 준비하던 중 기존 멤버 한 명이 학업으로 인해 팀을 나가게 됐다.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고 팀을 재정비하던 버닝소다는 ‘부산음악창작소’의 지원 사업 공모를 보고 이곳에 지원하게 됐다. 버닝소다는 지난 연말 태국과 베트남에서 현지 뮤지션과 합동 공연을 가졌으며, 이달 싱글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버닝소다 멤버 강재근(36) 씨는 “부산음악창작소 덕분에 수월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결과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최근 부산음악창작소가 생기게 되면서,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에게 가장 고민이었던 음반 제작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창작 공간들은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을 하나로 모이게 하고 교류하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간 부산에서 인디 뮤지션들이 공연할 수 있는 클럽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고, 그들이 설 무대는 없어졌다. 그 과정에서 인디들끼리 같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통로도 사라졌다. 민락 인디트레이닝센터와 사상 인디스테이션, 부산음악창작소까지 생기면서, 무엇보다도 인디 예술인들은 다시 모일 수 있다는 게 좋다. 버닝소다 멤버 강 씨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조만간 부산 인디 문화에 제2의 부흥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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